장 폴 사르트르
(1905~1980)

노벨상을 거절한 장 폴 사르트르
노벨상을 거절한 장 폴 사르트르

 

노재미 선생님: 얘들아, 이번 시간에는 좀 특별한 사람을 소개해볼까 해. 노벨상은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고 하잖아.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전부터 자신은 상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이 있었단다.

오디: 네? 남들은 못 받아서 부러워하는 상을 왜 거부해요?

노재미 선생님: 1964년 수상자 발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스웨덴의 한 저널리스트가 그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장 폴 사르트르일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해. 그의 대표작 ‘말’은 유년 시절을 기록한 자서전으로 인간적 매력뿐만 아니라 그가 어떻게 독서와 글쓰기를 접하게 되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걸작이거든. 사르트르는 문학가일뿐만 아니라 철학자이기도 했어. 1938년에 발표한 그의 첫 소설 ‘구토’는 문학과 철학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특별한 작품이거든.
 
세이: 그러니까 그 기사가 나오자 사르트르가 수상 거부를 선언한 거네요?

노재미 선생님: 그렇지! 그 소식을 접한 사르트르는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어. 그 편지에는 밝힐 수 없는 개인적인 이유로 만약 수상자로 선정된다고 해도 상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지. 이후에도 자신을 노벨상 수상 후보에 올리지 말아달라는 부탁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벨위원회는 그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사르트르를 선정했다고 발표했어. 왜냐하면 위원회에 사르트르의 편지가 채 도착하기도 전에 수상자 선정 투표가 끝이 났거든. 결국 사르트르는 노벨위원회에 수상 거부 입장을 밝힌 편지를 다시 보내는 한편 스웨덴 언론에도 수상을 거부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지. 노벨상 시상식에 나타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세이: 이상해요. 왜 노벨상을 거절한 거죠?

노재미 선생님: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르트르는 노벨 문학상이 지나치게 미국이나 유럽 출신의 작가들에게만 수상된 데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 또 남이 주는 명예를 거부했던 그의 평소 성격도 수상을 거부한 이유로 꼽히고 있지.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러시아의 유명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러시아의 유명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세이: 뭐 그럴 필요까지 있나? 좀 특이한 사람 같아요! 

노재미 선생님: 노벨상뿐만이 아니란다. 그는 프랑스에서 평생의 영예로 인정되는 ‘레종 도뇌르’ 훈장과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연 요청도 노벨상을 받기 전부터 이미 거절했지. 그리고 문학적 우수성을 놓고 등급을 매기는 일에 대해서도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작가는 어떤 단체나 제도에 편입되면 안 된다는 자신의 소신을 노벨상 수상 거부로 지킨 셈이라고 할 수 있지. 

세이: 그래도 노벨상을 거부하는 건 좀 심한 거 같아요!

노재미 선생님: 그뿐이 아니었단다. 라이벌이자 친구였던 알베르 카뮈에 대한 경쟁심 때문에 그가 노벨상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떠돌기도 했어. 실존주의 문학 활동을 함께 했던 카뮈가 1957년 최연소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에 대해 자존심이 상해 수상을 거부했다는 주장이야. 

오디: 남자의 자존심이란! 그럼 사르트르 외에 노벨상을 거절한 작가가 또 있나요?

노재미 선생님: 195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였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도 노벨상 수상을 거부했지. 소련(지금의 러시아) 혁명의 잔혹함을 묘사한 그의 소설 ‘닥터 지바고’로 인해 소련이 그를 소련의 작가협회에서 제명하고 추방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야. 

세이: 사르트르하고는 좀 다른 이유네요?

노재미 선생님: 응. 또한 파스테르나크는 노벨상을 포기했지만, 30여 년 후인 1989년 그의 아들이 노벨상을 대신 받았다고 해. 따라서 스스로 노벨상을 거부한 최초의 인물은 사르트르라고 할 수 있지.

오디: 노벨상 수상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영광스러운 일인데, 사르트르가 노벨상을 거부해 프랑스 국민들이 많이 아쉬워했을 거 같아요.

 

노재미 선생님: 실제로 당시 사르트르의 노벨상 수상 거부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어. 프랑스의 유명한 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사르트르가 당시 공산권이었던 동유럽을 지원하기 위해 일부러 수상을 거부했다고 주장했고,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도 사르트르를 비판했지. 

세이: 어떻게 보면 국민들의 마음도 이해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노재미 선생님: 그런데 오히려 이런 논란 덕분에 사르트르의 인기는 한층 더 높아졌지. 노벨상 수상작으로 지목된 그의 소설도 큰 인기를 얻었고.

오디: 하긴, 노벨상 수상도 대단하지만, 그 상을 거부한 것도 뭔가 좀 멋있어 보이는 거 같아요. 크크.

노재미 선생님: 이에 대해서는 후에 밝혀진 일화가 하나 있어. 수상을 거부한 지 10여 년이 흐른 후 사르트르는 변호사를 통해 상금의 일부라도 받을 수 있는지 노벨 재단에 물어봤다고 해. 하지만 노벨 재단의 규정 때문에 결국 상금을 받지는 못했지. 이 같은 사실은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 출간한 회고록에 의해 밝혀졌단다.

오디: 그처럼 자존심 센 분이 왜 뒤늦게 상금을 받으려고 했을까요? 

노재미 선생님: 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은 당시 사르트르가 경제적으로 갑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 그러나 책의 인세와 희곡 작품 등으로 그가 그동안 번 수입이 엄청났기 때문에 그런 설명은 이치가 맞지 않지. 그가 왜 상금을 받으려고 시도했는지는 현재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 역시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기행을 일삼던 그의 일화 중 하나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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