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라매클린톡
(1902~1992)

▲옥수수 알갱이를 통해 튀는 유전자 이론을 발견한 바버라 매클린톡.

 

노재미선생님: 오늘은 선생님이 너희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했어! 자, 선생님이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야.

오디:  근데 오늘 수업이 혹시 옥수수와 관계가 있는 건가요?

노재미선생님: 하하. 너희들 혹시, 옥수수 먹을 때 이상한 색깔의 알갱이를 본 적 있니? 

세이: 네. 보통 알갱이들은 노란색인데 이렇게 사이사이 갈색이나 빨간색 알갱이도 섞여 있어요.

오디: 저는 약간 푸른빛이 도는 알갱이도 본 거 같은데요?

노재미선생님: 맞아. 그런데 그 옥수수의 색깔을 연구해 노벨상을 받은 과학자가 있단다. 198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여성 유전학자 바버라 매클린톡이 그 주인공이지.

세이: 그런데 왜 하필 옥수수 알갱이를 연구한 건가요?

노재미선생님: 1902년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의사의 셋째 딸로 태어난 매클린톡은 코넬 대학교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옥수수 염색체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 허지만 이 학교 저 학교 옮겨다녀야 해서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없었어. 그러다가 40세가 되던 해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의 정식 연구원이 된 후에야 옥수수를 더욱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지. 그런데 옥수수 사이사이에 다른 색의 알갱이가 섞이는 문제는 멘델의 유전 법칙으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던 거야. 그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에 매달리게 된 거지.

오디: 옥수수 알갱이의 색깔 문제가 노벨상을 받을 만큼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노재미선생님: 매클린톡은 그 문제를 연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어. 옥수수 잡색 현상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본래 있던 위치에서 다른 염색체 위치로 이동한다는 점이야. 매클린톡은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1950년대 초에 발표했지.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매클린톡의 튀는 유전자 이론이 옥수수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주었다는 거야.  그의 이론을 통해서 병원성 감염이나 아프리카의 수면병, 암세포의 염색체 변화 등과 같은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얻을 수 있었거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이론은 당시 사람들에게 관심을 끌지 못했어. 그래서 노벨상도 연구 결과를 발표한 1950년대가 아니라 30년 이상 지난 1983년에 수상하게 된 거지. 당시 과학자들은 유전자가 한 곳에 새겨진 표식처럼 늘 제자리를 지키며 정보를 바꾸는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믿었어. 유전자가 마치 염주의 구슬처럼 염색체 속에서 순서대로 꿰어져 있다고 생각한 거야. 

옥수수 알갱이에는 왜 종종 다른 색의 알갱이가 섞여 있을까?

 

세이: 그처럼 중요한 연구 결과를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다니 매클린톡도 무척 답답했겠어요.

노재미선생님: 더구나 19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어. 유전 정보는 DNA에서 일방적으로 전달된다는 생각이 확고히 자리 잡았기 때문이야. DNA의 구성 성분 중 하나만 달라져도 심각한 결과가 생기는 게 분명한데, 유전자가 무책임하게 튀어 다닌다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려는 유전학자가 있을 리 없었던 거지.

세이: 그런데 어떻게 매클린톡이 옳다는 게 증명됐나요?

노재미선생님: 분자유전학의 발전으로 그녀의 튀는 유전자 이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1960년대 후반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그 때문에 각 연구기관으로부터 다양한 상을 받았어. 심지어 일주일 동안 무려 세 개의 상을 받은 적도 있을 정도였어.

세이: 하지만 매클린톡이 자신의 이론을 인정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거 같아요. 

노재미선생님: 사실 그것보다 매클린톡을 더 힘들게 한 건 여성 과학자를 잘 받아들이지 않는 당시의 대학 분위기였어.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대학원을 졸업한 후 매클린톡은 여러 대학교를 옮겨 다녔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정착하지 못했지. 에머슨 교수 밑에서 함께 옥수수를 연구한 이들 중 정식 교수가 되지 못한 사람은 그녀가 유일했다고 해.

세이: 정말 과거에는 남녀차별이 너무 심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여성 노벨상 수상자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 바버라 매클린 톡의 연구에 사용된 옥수수 알갱이.
▲ 바버라 매클린 톡의 연구에 사용된 옥수수 알갱이.
▲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왓슨(왼쪽)과프랜시스 크릭(오른쪽).
▲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제임스왓슨(왼쪽)과프랜시스 크릭(오른쪽).

 

노재미선생님: 맞아.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세상과 과학계에 원망을 가질 만했지만, 매클린톡은 뒤늦게 주어진 노벨상마저 과분하다고 표현할 만큼 겸손했어. 그건 노벨상에 선정됐다고 발표됐을 때 남긴 수상 소감에서도 잘 드러나.  “나 같은 사람이 노벨상을 받는 것은 참 불공평한 일입니다. 옥수수를 연구하는 동안 나는 모든 기쁨을 누렸습니다. 아주 어려운 문제였지만 옥수수가 해답을 알려준 덕분에 이미 충분한 보상을 받았거든요.”

 오디: 나 같으면 진작 알아주지 않은 게 억울했을 거 같은데, 이렇게 멋진 수상 소감을 남기다니……. 앞으로 옥수수에서 튀는 색깔의 알갱이를 보면 어쩐지 매클린톡을 떠올리게 될 거 같아요. 

오디: 쌤, 근데 옥수수 하나 더 없나요? 매클린톡을 공부하면서 먹으니 이거 정말 맛있는데요? 

 


/자료 제공: ‘20가지 재미있는 노벨상 이야기’ (이성규 지음ㆍ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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