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란트슈타이너
(1868~1943)

▲사람에게 세 종류의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사람에게 세 종류의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노재미 선생님: 오디와 세이는 혈액형이 무슨 형이니? 

세이: 전 O형이에요. 다들 O형답게 성격도 좋고 편하다고 말해요. 

오디: 전 B형 남자예요. 조금 시크한 면이 있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생각을 가진 천재형이라고 할 수 있죠. 크크.

노재미 선생님: 그렇구나. 하지만 혈액형별 성격이나 성향을 너무 믿으면 안돼.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니까. 예전에 모든 사람들의 혈액형이 100퍼센트 O형인 마을이 있었어. 바로 잉카 제국 시절 남미에 살았던 원주민들이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들은 1532년 스페인의 피사로 원정대에 의해 정복당했어. 그리고 천연두나 홍역 등의 전염병에 의해서 멸망하게 되었단다.

오디: 헉, 이럴 수가!

노재미 선생님: 잉카 제국이 천연두 등 전염병으로 멸망한 것도 혈액형이 한 가지밖에 없었기 때문이야. 인간이 서로 다른 혈액형을 지니는 까닭은 어떤 질병이 유행해도 생존할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지금까지의 가장 유력한 설명이란다.

세이: 혈액형마다 잘 걸릴 수 있는 질병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요?

노재미 선생님: 맞아. O형인 사람들은 콜레라에 취약하다고 해. B형은 췌장암과 심장병에 취약하고, AB형의 경우 고혈압 및 혈액암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최근 연구에 의하면 A형은 다른 혈액형에 비해 대장균 감염이 쉬워 여름철에 유난히 설사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졌어. 

오디: 근데 선생님, 이처럼 중요한 혈액형은 누가 처음 발견했나요?

 

노재미 선생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치료 목적의 수혈은 금기 사항이었어. 혈액형을 몰랐기 때문이지. 때문에 처음에는 동물의 피를 인간에게 수혈하기도 했어. 1667년 프랑스의 존 데니스라는 과학자가 바로 그 장본인이지. 

오디: 동물의 피로 수혈을 한다고요? 으~ 끔찍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노재미 선생님: 사람 간의 수혈을 처음 시도한 의사는 제임스 브란델이야. 하지만 그 결과 역시 썩 좋지만은 않았어. 사망하는 환자가 많았거든.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술에 성공한다 해도 목숨을 건지는 건 순전히 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지. 

세이: 그 운이라는 게 바로 혈액형인거죠?

노재미 선생님: 맞아, 세이야. 그 운을 좌우하는 게 혈액형이란 사실을 최초로 밝혀낸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란다. 1900년의 어느 날, 란트슈타이너는 혈청학을 연구하다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지. 한 사람의 혈청이 다른 사람의 혈청에 더해지면 적혈구가 뭉쳐서 크거나 작은 덩어리를 이루는 현상을 발견한 거야. 그리고 그런 현상이 혈액의 종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이듬해인 1901년 사람의 혈액형을 A형과 B형, 그리고 C형(후에 O형으로 변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 그리고 1년 뒤인 1902년에는 그의 제자인 폰 드카스텔로와 스털리에 의해 AB형이라는 또 하나의 혈액형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오디: 그런데 혈액형은 도대체 어떻게 나뉘는 건가요?

노재미 선생님: 혈액형의 원리는 아주 간단해. 적혈구가 A항원을 가지고 있으면 A형, B항원을 가지고 있으면 B형, A항원과 B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 AB형, 이 두 항원이 모두 없으면 O형이야. 

세이: 아, 어떤 항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구분되는 거네요?

▲ 사람의 혈액은 혈액형에 따라 특정 질병에 취약할 수 있다.
▲ 사람의 혈액은 혈액형에 따라 특정 질병에 취약할 수 있다.

 

노재미 선생님: 그렇지. 즉, A항원을 지닌 A형의 몸속으로 B형 혈액이 들어갈 경우 몸이 B항원을 이물질로 인식해 피가 엉겨버려. 마찬가지로 B형에게 A형 혈액을 주입해도 A항원으로 인해 피가 엉기지. AB형의 경우 A항원과 B항원 둘 다 가졌으니까 A형과 B형, O형의 피를 모두 수혈해도 항원 반응이 없으므로 괜찮은 거야. 

오디: 그럼 O형은요?

노재미 선생님: O형은 A항원과 B항원을 모두 가지지 않아 A형과 B형, AB형 중 어느 것도 수혈할 수 없어. 대신 O형은 항원이 없으므로 자신의 피를 A형과 B형, AB형 모두에게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지.

세이: 혈액형 중엔 Rh도 있지 않나요?

노재미 선생님: 그래. Rh 항원이 있으면 Rh+형 혈액, Rh 항원이 없으면 Rh-형 혈액으로 분류하지. 이를 발견한 사람도 역시 란트슈타이너란다. 그가 이처럼 혈액형 분류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치열한 관찰과 연구 덕분이었어. 깨어 있는 시간의 90퍼센트를 연구를 위해 사용했고, 346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고 하니까. 그가 부검한 사체만 해도 3639구에 달한다고 해. 

오디: 이처럼 위대한 분을 지금까지 몰랐다니…….

노재미 선생님: 괜찮아. 이제부터 차차 알아가면 되는 거야. 사실 란트슈타이너 덕분에 인류는 수술의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어. 그가 ‘외과 의학의 구세주’라는 칭호를 얻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지. 지금까지 약 10억 명 이상의 사람이 그의 혈액형 발견 덕분에 목숨을 구한 것으로 추정돼. 하지만 이 같은 업적에도 그 명성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과학자 중 한 명으로 꼽혀. 

오디: 그래도 노벨상은 받은 거죠? 

노재미 선생님: 그럼. 그가 혈액형을 발견한 지 약 30년 후인 1930년에서야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는데, 다른 과학자들이 혈액형의 중요성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 탓이지. 국제적십자사연맹과 세계보건기구 등은 란트슈타이너 박사가 출생한 날인 6월 14일을 ‘세계 헌혈자의 날’로 제정해 헌혈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헌혈자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단다.

 

/자료 제공:‘20가지 재미있는 노벨상 이야기’(이성규 지음ㆍ두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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