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필즈

▲수학자만을 위한 필즈상을 만든 존 필즈
▲수학자만을 위한 필즈상을 만든 존 필즈

 

노재미선생님: 노벨상은 모든 부문이 다 영예롭지만, 그중에서도 자연의 원리를 파헤친 과학상에 더 관심이 집중된단다. 그런데 노벨상에는 없는 과학 부문이 하나 있어. 뭘까?

세이: 물리상, 화학상, 생리의학상이 있으니까…… 천문학이 빠진 거 같은데요?

오디: 질학도 없어요!

노재미선생님: 물론 천문학이나 지질학도 없지만, 이들 분야는 물리학과 관련이 깊으니까 그 부문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지. 정답은 바로, 수학이란다.

오디: 그러고 보니 정말 수학이 없네요?

노재미선생님: 수학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학문이자 과학의 근본이 되는 중요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 역시 기초공학과 화학을 공부한 과학자로서 수학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고.

오디: 아니, 근데 왜 노벨상에 수학상은 없는 거죠?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노재미선생님: 이에 대한 이유로 가장 많이 떠도는 이야기에는 두 가지가 있단다. 그중 첫 번째는 바로 노벨이 사랑했던 여성이 수학자와 사귀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야. 

세이: 노벨이 정말로 그런 이유로 수학상을 안 만들었다면 실망일 거 같아요. 그건 그냥 사람들이 꾸며낸 이야기 아닐까요?

노재미선생님: 그렇지? 그런데 그보다 더 설득력 있는 건 그가 수학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야. 사실 그는 과학을 상품으로 이용하는 응용 과학자이자 사업가였거든. 노벨상 제정과 관련한 그의 유언을 보면 ‘인류에게 가장 큰 유익을 가져다 준 사람들’이라는 기준에 근거해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을 원했지. 이렇게 볼 때 노벨은 이론 위주인 수학이 실용성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어.

세이: 하지만 문학상이나 평화상도 실용성이 없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노재미선생님: 문학상이나 평화상 부문이 제정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단다. 알프레드 노벨은 시와 소설을 습작하는 등 평생 문학을 가까이 했고, 당시 평화운동가들과도 가까이 지내는 등 평화에 관심이 많았어. 한편, 노벨 경제학상은 노벨기금과는 별도로 1969년에 스웨덴 중앙은행이 따로 기금을 마련해 새로 만들었지.

세이: 대신에 노벨 수학상처럼 유명한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이 있다고 들었어요.

노재미선생님: 맞아.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이 바로 그거야. 노벨상에 수학 부문이 없는 것을 염려한 캐나다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가 1924년 개최된 국제수학자총회(ICM)에서 수학자만을 위한 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거든. 그 후 총회의 자금 일부와 필즈가 기부한 재산으로 재단이 설립됐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게 바로 필즈상이야.

오디: 필즈상도 노벨상처럼 어떤 규정 같은 게 있겠죠?

노재미선생님: 그럼, 물론 있지! 1936년에 첫 수상자를 탄생시킨 필즈상은 노벨상과는 다른 점이 몇 가지 있어. 우선 매년 수상자를 배출하는 노벨상과는 달리 4년에 한 번씩만 수여한다는 거야. 또 필즈상은 특이하게도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들에게만 수여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어. 이 조건이 붙은 이유는 천재성을 지닌 젊은 수학자를 발굴하기 위해서야. 따라서 노벨상보다 더 받기 어려운 영예로운 상이지. 하지만 상금은 1만 달러, 약 1200만 원에 불과해 노벨상과는 큰 차이가 난단다.

오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하기엔 상금이 너무 적은 거 같아요.

노재미선생님: 그래서 요즘엔 아벨상이 수학의 노벨상으로 부상하고 있어. 노벨상과 발음이 비슷한 이 상은 상금이 우리 돈으로 약 8억 원에 달하거든. 노벨상 상금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

세이: 그렇네요. 근데 아벨은 어떤 사람인가요?

◀노르웨이의 천재 수학자 닐스아벨.
◀노르웨이의 천재 수학자 닐스아벨.

 

노재미선생님: 닐스 헨리크 아벨은 19세 때 약 3세기 동안 수학의 난제로 알려진 5차 방정식의 불가해성을 증명한 천재 수학자였어. 뿐만 아니라 ‘아벨의 정리’를 비롯해 ‘아벨의 적분’과 ‘아벨 군’ 등 많은 업적을 남겼어. 그러나 그 시대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채 가난하게 살다가 27세의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지.

세이: 아, 역시 천재는 하늘이 시기해서 빨리 데려간다더니, 안타깝네요!
 
오디: 분명 머리를 무리하게 써서 그랬을 거야. 선생님, 저는 결심했어요! 부모님이 주신 제 머리를 아껴 쓰기로! 크크.

세이: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말! 근데 선생님, 아벨이 일찍 죽었다면 이 상은 누가 만들었나요?

 

노재미선생님: 필즈상이 노벨 수학상을 대체할 만큼 권위가 생기자 노르웨이 정부가 2003년 자국의 수학자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서 ‘아벨상’을 만든 거야. 아벨상은 40세 미만의 수학자에게만 수여되는 필즈상과는 달리 수학자의 평생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지. 또한 필즈상은 순수 수학 분야의 수학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에 비해 아벨상은 순수 수학과 응용 수학 가릴 것 없이 수상자를 매년 선정한다는 차이점이 있어. 

세이: 결국 필즈상이나 아벨상을 받은 수학자들도 노벨상 수상자들만큼 대단하다고 보면 되겠네요.
 
노재미선생님: 물론이지. 그러니까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거겠지?

 

아벨상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은 5차 방정식의 불가해성을 증명한 노르웨이 수학자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제정된 상이에요. 2002년 1월 노르웨이 학술원에서 제정했고, 2003년 처음 수상자가 나왔어요. 아벨상이 제정되기 전까지는 필즈상이 수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렸지만 이제 점점 아벨상이 더 권위 있는 상이 되어가고 있어요.


/자료 제공:‘20가지 재미있는 노벨상 이야기’(이성규 지음ㆍ두리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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