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모르는 소년 명사수
1894년에 동학군이 난리를 일으키자, 그 불길이 전국으로 퍼졌어. 황해도에도 동학군이 일어나 관가를 점령하고 양식을 빼 갔어. 그런데 이곳의 동학군은 전봉준의 지도를 받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동학군과 달리 군기가 엄격하지 않고 체계도 어수선했나 봐. 심지어 친일 정부 편을 들거나 백성들의 집을 약탈하는 도적과 같은 무리도 있었대. 
황해도의 진사 안태훈은 그런 동학군에 대항하고자 의병을 일으켰어. 총을 가진 포수를 모으고 가족과 친지를 동원하여 의병 부대를 만들었어. 그리고 자기 마을이라도 지키려고 마을 어귀의 산을 점령하고 기다렸지. 하지만 동학군은 그 수가 1만 명이 넘고 사기도 드높았어. 
그날 밤 안태훈은 의병들을 모아 놓고 말했어.
“기회는 오늘 밤이다. 저들이 방심한 밤에 갑자기 쳐들어가 진을 흐트러뜨리면 승산이 있다. 누가 먼저 적진을 살피고 오겠는가?”
모두 고개를 가로젓는데 한 소년이 쓱 나섰어.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인 응칠이었어. 
“좋다. 포수 여섯 명을 데리고 은밀히 적진을 엿보고 오너라. 조심해야 한다.”
“예, 아버지.”
응칠은 바로 안태훈의 아들이었던 거야. 응칠은 자신을 포함한 일곱 명의 선봉대를 이끌고 동학군의 진지로 접근했어. 
“공격!”
응칠의 명에 일곱 명이 한꺼번에 총을 쏘고 폭약을 터뜨리니 잠자던 동학군이 화들짝 놀라 서로 밀치며 도망치기 바빴어. 응칠이 이끄는 선봉대는 그들의 꽁무니를 쫓으며 계속 몰아쳤지.
그런데 얼마간 도망치던 동학군이 돌아서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대가 그다지 많은 것 같지 않거든. 게다가 먼동이 트니 선봉대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겠지.
“저런 조무래기 몇 명한테 당하다니! 반격하라!”
화가 난 동학군이 사방에서 다시 몰려왔어. 선봉대는 꼼짝없이 포위되어 죽게 생겼지. 바로 그때 산 너머에서 더 많은 부대가 요란하게 총을 쏘며 달려왔어. 안태훈이 이끄는 본대가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거야. 이에 놀란 동학군은 무기와 식량까지 버리고 줄행랑을 놓고 말았지. 안태훈이 이끄는 의병대는 한 명도 다치지 않고 마을을 지켜 냈어. 
이날 선봉에 선 응칠이 바로 안중근이야. 태어날 때 몸에 북두칠성 같은 점이 있어서 응칠이라고 불렀지.
안중근은 자상한 할아버지와 과거에 급제한 아버지한테 유학을 배우며 자랐어. 그런데 안중근은 학문보다는 말타기나 무술에 관심이 많았대. 집이 산골이라 포수들이 집에 많이 드나들었는데, 사격술을 배워 소년 명사수로 소문이 자자했지. 안중근은 16세에 결혼을 하고, 19세에 천주교를 받아들였어. 그건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영향이 컸는데, 도마(토마스)를 세례명으로 받았지. 아버지 안태훈도 성당을 세우고 온 가족이 선교에 애를 썼어. 안중근도 뛰어난 말솜씨로 선교를 하고 다녔어.


의병 참모중장으로 전투에 참여하다
1905년 일제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을사조약을 맺었어. 대한 제국은 외교권을 완전히 빼앗기고 정치는 일본 통감이 쥐락펴락하게 되었지. 이 강제 조약을 진행한 이토 히로부미는 초대 통감이 되었어. 1907년, 고종 황제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 평화 회의에 특사를 보냈어. 을사조약의 무효를 주장하고 여러 강대국의 도움으로 국권을 회복하려는 마지막 시도였지. 하지만 일본의 방해로 일은 실패했고, 그걸 꼬투리 삼아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을 밀어내고 순종을 허수아비 황제로 세웠어. 그리고 대한 제국의 군대까지 해체해 버렸지. 분노한 군인들이 의병으로 변해서 곳곳에서 일본과 전투를 벌였어. 
“나도 의병이 되어야겠다.”
안중근은 동포들이 많이 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갔어. 거기서 청년단에 가입하여 독립운동을 시작한 거야. 동지들을 모으고 성금을 모아 무기를 샀어. 이리하여 300명 정도 군사를 모집하여 의병 부대가 꾸려졌고, 안중근은 참모중장이 되었지.
1908년 7월, 안중근은 의병을 이끌고 두만강을 건너 함경도로 갔어. 홍범도 부대와 연합으로 일본군과 싸우려는 작전을 세운 거야. 가는 길에 일본 수비대와 전투를 치렀는데, 일본 군인 몇 명을 포로로 붙잡았지. 
“너희 일본은 동양의 평화를 보장한다더니 어찌 대한을 침략한 강도가 되었느냐?”
일본군 포로들은 눈물로 호소했어.
“그것은 천황의 뜻을 어기고 자신의 권력을 누리려는 이토 히로부미의 죄입니다.”
안중근이 대답했어.
“그대들 말이 진실하다. 내 그대들을 풀어 줄 테니 돌아가라. 가서 까닭 없이 이웃 나라와 전쟁을 하려 하면 그 우두머리를 쓸어 버려라. 할 수 있겠는가?”
일본군 포로들은 넙죽 절을 하며 따르겠다고 했지. 안중근은 포로들의 총까지 돌려주며 풀어 주었어. 이를 본 의병들은 크게 반발했지.
안중근은 동료들을 설득하려 했어.
“만국 공법엔 포로는 가두어 두었다가 배상을 받고 풀어 주게 되어 있소. 그리고 우리도 저들처럼 야만스럽게 한다면 일본의 4천만 백성을 다 죽여야 전쟁이 끝날 것이오. 우리는 약자이나 의롭게 대해야 강한 적을 이길 수 있소.”
안중근의 말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한 의병장은 부하들을 이끌고 떠나 버렸어. 안중근의 부대는 사기가 크게 떨어졌지. 그때 일본군의 기습을 받은 안중근의 부대는 크게 패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어. 패잔병이 된 안중근은 동료 셋만 남자, 너무 화가 나서 죽을 각오를 했어.
“그대들은 뜻대로 가라. 나는 홀로 일본군과 전투를 벌여 대한 장부의 기개를 보여 주고 죽겠다.”
그러자 한 동료가 울면서 말렸어. 
“이 상황에서 죽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소. 기회를 기다려 큰일을 도모해야지요.”
이 말을 듣고 안중근은 자신의 목표와 의지를 분명히 깨달았어.
“오늘 안응칠이 죽으면 하늘 아래 다시 안응칠은 없을 것이 분명하오. 영웅이란 때로는 굽히기도 하고 버티기도 하며 마침내 목적을 이루어야 하니, 마땅히 공의 말을 따르겠소.” 
결심을 굳힌 안중근은 동료들과 일본군의 추격에 쫓기며 두만강으로 향했어. 밥을 굶고 비에 젖고 잠도 못 자며 숲속으로만 다녔지. 그리고 간신히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로 돌아갔어.

/자료 제공= ‘빛난다! 한국사 인물 100-⑩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를 되찾아라!’(박윤규 글ㆍ최미란 그림ㆍ시공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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