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들려주는 이야기도 좀 엉뚱한 이야기란다. 한번 들어 볼래?”

옛날에 한 아버지가 살았어. 아버지에겐 아들 삼형제가 있었는데 모두 바보들이었어. 큰아들, 둘째 아들, 막내아들 모두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랐어. 그래서 아버지는 걱정이 많았어.
아버지는 아들들을 앉혀 놓고 열심히 말을 가르쳤어. 하지만 아들들이 할 줄 아는 말은 딱 한 마디씩뿐이었어.
큰아들은 누군가가 물으면 늘 ‘네’라고만 대답했어. ‘너 바보니?’라고 물어도 어김없이 나오는 대답이 ‘네’였어. 둘째 아들은 누군가가 물으면 언제나 ‘돈’이라고 대답했어.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물어도 ‘돈’이고, ‘나한테서 뭐 빌려갔니?’라고 일부러 물어도 ‘돈’이었어.
막내아들은 누군가가 물으면 어김없이 ‘고맙습니다.’라고 대답했어. 
단풍잎이 붉게 물든 어느 가을날이었어. 삼형제가 모처럼 나들이에 나섰다가, 어느 마을의 골목길을 지나가게 되었어. 그런데 삼형제는 어느 집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를 보게 되었어.
말할 줄은 몰라도, 삼형제는 눈짓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어.
삼형제는 감나무에 올라가려고 담 위로 올라갔어. 바로 그때, 순찰 중이던 포졸이 삼형제를 발견했지.
“이놈들, 꼼짝 마라! 남의 집에 왜 들어가느냐? ”
포졸이 고함을 질렀어.삼형제는 담에서 뛰어내려 포졸 앞에 엎드렸어. 포졸은 육모 방망이를 치켜들고 말했어.
“너희들,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야 한다.”
포졸은 겁을 잔뜩 주고 큰아들에게 물었어.
“너희들, 도둑이지? ”
그러자 큰아들이 대답했어.
“네”
큰아들이 ‘네’라는 대답밖에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을 포졸이 알 턱이 없었지. 포졸은 도둑 일당을 잡았다고 속으로 좋아했어. 그리고는 둘째 아들을 보며 물었어.
“저 집에 들어가서 무얼 털려고 했느냐? ”
“돈”
둘째 아들이 어김없이 대답했지. 그러자 포졸은 육모 방망이로 막내아들의 허벅지를 쿡 찌르며 물었어.
“죄를 지었으니 벌을 받아야겠지?”
막내아들이 대답했어.
“고맙습니다.”
이리하여 말 한 마디씩을 잘못해 도둑으로 몰린 삼형제는 감옥으로 끌려갔단다.

 

돈귀신의 이야기가 끝나자 세라가 말했습니다.
“삼형제가 도둑으로 몰렸군요. 할 줄 아는 말이 딱 한 마디뿐이어서…….”
“그러게 말이다. 너무너무 억울하게 되었지? 둘째 아들이 ‘돈’이라는 말을 배운 걸 보면 옛날에 돈이 있었음을 알 수 있겠지? 그런데 아주 오랜 옛날에는 돈이 없었단다. 돈으로 물건을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들어 썼단다. 그러니까 자급자족의 경제 활동을 한 거야. 하지만 생활에 필요한 물건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그 물건을 얻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아니? 물물교환을 한 거야. 하지만 불편한 점이 많았지. 그래서 등장한 것이 ‘물품 화폐’야. 물품 화폐는 지역에 따라 다양했어.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쌀ㆍ밀ㆍ옥수수 등의 곡물이이, 가축을 기르는 유목 지역에서는 소나 말 등의 가축이나 짐승 가죽이 물품 화폐로 쓰였어. 그런데 돈으로 쓰이려면 오래 두어도 썩지 않고, 들고 다니기 편해야 하지 않겠
니. 그래서 등장한 것이 조개껍데기였어. 지금도 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의 고대 무덤에서는 수많은 조개껍데기들이 발견되고 있단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자가 발명될 당시에 이미 돈으로 사용했고, 3천 년 이상 돈으로 쓰였지. ‘화(貨)’ㆍ‘재(財)’ㆍ‘판(販)’등 돈과 관련 있는 한자에 ‘조개 패(貝)’자가 들어가는 것도 조개껍데기가 돈으로 쓰였기 때문이야.”
“그랬군요. 물품 화폐 다음에는 어떤 화폐가 나왔죠?”
“물품 화폐 다음에 나온 것이 금ㆍ은 등의 금속으로 만든 금속 화폐야. 하지만 이 화폐를 사용할 때는 저울로 일일이 무게를 달아야 했거든.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없애려고 금속 화폐를 녹여 동전 모양으로 주화를 만들어 사용했지. 이 화폐를 ‘주조 화폐’라고 해. 세계 최초로 동전을 만들어 사용한 것은 기원전 7세기경 리디아(지금의 터키) 왕국이었어. 리디아 사람들은 금과 은을 3대 1의 비율로 섞은 콩 모양의 호박금 덩어리를 만들어 화폐로 사용했지.”
“종이돈인 지폐는 언제 생겨났어요? ”
창희가 묻자 돈귀신이 대답했습니다.
“지폐는 중국에서 처음 만들었단다. 중국 한무제 때 사슴 가죽으로 화폐를 만들었다가 7세기경 지폐가 발행되기 시작했어. 중국 사람들은 지폐가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고 ‘비전(飛錢)’이라고 불렀다는구나. 13세기에 중국을 여행한 마르코 폴로는 중국에서 쓰이는 지폐를 보고 크게 놀랐다고 해.”
돈귀신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던 세라가 입을 열었습니다.
“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잘 알겠어요. 요즘은 동전과 지폐 말고도 수표, 신용 카드 등이 사용되고 있죠? ”
“그렇단다. 그런데 편리한 신용 카드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니? 1949년 미국의 사업가 프랭크 맥나마라가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 들렀다가 큰 낭패를 겪었단다. 식사를 끝낸 뒤 계산을 하려는데 지갑이 없는 거야. 그는 레스토랑 주인에게 사정을 이야기한 뒤 자기 명함을 건네고 그곳을 나왔지. 그는 이때 이런 생각을 했어. ‘돈이 없어도 식당에서 마음껏 식사를 할 수 없을까?’ 그 순간 카드 소지자가 돈을 먼저 쓰고 나중에 그 돈을 갚는 카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고, 200명의 회원으로 ‘다이너스 카드’를 만들었단다. ‘다이너스’는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이야. 이리하여 세계 최초의 신용카드가 탄생했지.”

 

/자료 제공=‘경제를 배우는 14가지 돈의 비밀’(신현배 지음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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