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희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태권도를 배웠습니다. 만일 귀신과 맞선다면 이단옆차기로 한 방에 귀신을 때려눕힐 자신이 있었습니다.
‘귀신아, 기다려라. 내가 뜨거운 맛을 보여 주마.’
밤이 되자 창희는 안방에서 할머니, 세라와 텔레비전을 보다가 슬그머니 일어섰습니다. 낮에 봐 왔던 열린 대문으로 들어서자 넓은 마당에 기와집 한 채가 달빛 아래 서 있었습니다.
창희는 신발을 신은 채 대청마루로 올라섰습니다. 이어 자박자박 걸어 큰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으스스하지? ’
담력이 센 창희였지만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 혼자 있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때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창희는 머리털이 쭈뼛 섰습니다.
‘귀, 귀신이다!’
다음 순간, 방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창희가 고개를 들어 보니 몸집이 큰 사내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밧줄에 묶인 채 한 줄로 늘어서 있었습니다.

‘헉! 귀신이 한둘이 아니네. 떼로 몰려왔어! ’
겁에 질린 창희는 방에서 뛰쳐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쳐 나왔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달려 겨우 할머니 댁 마당에 들어섰습니다. 
‘으으, 무서운 집이야. 그렇게 많은 귀신이 살고 있다니…….’
그런데 창희는 귀신의 정체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뒷간에 가 뒷간귀신을 만났습니다. 그날은 마침 26일이어서 뒷간귀신이 뒷간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뒷간귀신님, 안녕하세요? 이 마을에 있는 큰 기와집에 귀신들이 살고 있죠? 그들은 어떤 귀신인가요? ”
“오, 창희야, 방학이 되어 할머니 집에 놀러왔구나. 내 대답을 듣고 싶다면 세라를 데려오렴.”
“알겠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창희는 얼른 세라를 부르러 갔습니다. 창희가 어제 일을 털어놓자 세라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창희가 세라를 데리고 나타나자 뒷간귀신이 말했습니다.
“네가 어젯밤 보았던 귀신은 돈귀신이다.”
창희와 세라는 깜짝 놀랐습니다.
“예? 돈귀신이요? 그런 귀신이 있어요? ”
“그래. 돈을 오랫동안 쓰지 않고 두면 귀신이 되거든. 네가 처음 보았던 덩치 큰 사내는 종이돈인 지전이 변하여 된 귀신이고, 밧줄에 묶인 수십 명의 사람들은 엽전꾸러미가 변하여 된 귀신이란다.”
“아, 그렇군요. 그래서 엽전꾸러미처럼 밧줄에 묶인 채 한 줄로 늘어서 있었군요.”
창희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뒷간귀신이 말했습니다.
“너희들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이를 어쩌지? 화장실 귀신들과 똥 귀신들의 국제 행사가 있어 내가 지금 유럽으로 떠나야 하거든. 두 달쯤 걸릴 거야.”

“그럼 뒷간귀신님께 똥과 화장실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겠군요. 두 달 뒤에는 저희들도 개학을 하여 서울에 올라가거든요.”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 마라. 내가 돈귀신에게 부탁해 놓을 테니 언제든지 돈귀신을 찾아가렴.”
창희와 세라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돈에 대한 이야기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엽전귀신과 엽전고개

옛날 충청도 진천 땅 백곡면 고갯마루에 주막이 하나 있었어요. 주막 주인은 박 서방이라는 사람인데, 그 고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지독한 구두쇠였어요. 박 서방은 결혼을 하면 처자식이 생겨 양식을 축내기 때문에 결혼도 하지 않고 평생 혼자 살았어요. 그는 돈을 엄청나게 벌었으면서도 제대로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그 뒤 주막은 먼 길을 가는 나그네들의 쉼터가 되었어요.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주막은 점점 폐허가 되어 갔어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주막에는 무서운 일이 벌어졌어요. 고개를 넘던 나그네가 하룻밤 쉬어가려고 주막에 들면 다음 날 아침 어김없이 시체로 발견되는 것이었어요. 그리하여 주막은 ‘귀신 나오는 집’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총각이 이 주막에 대한 소문을 듣고 한밤중에 주막을 찾아갔어요. 밤이 이슥해졌을 때 방문이 흔들리더니 웃음소리가 크게 들려왔어요. 그리고 갑자기 천장에서 발소리도 들려왔어요. 가만히 귀기울여 보니 그것은 발소리라기보다 ‘쩔렁쩔렁, 쩔렁쩔렁’ 엽전 소리였어요. 이때 총각은 천장을 향해 고함을 질렀어요.
“네 이놈! 귀신이냐, 사람이냐? 어서 썩 나오지 못할까! ”
그러자 엽전 소리는 뚝 그치고 천장에서 다리 하나가 쑥 나오는 것이었어요. 총각은 깜짝 놀랐지만 귀신을 잡아 보겠다며 발목을 힘껏 잡아 당겼어요. 그런데 다리가 쑥 빠지면서 천장에서 와르르 엽전꾸러미가 쏟아졌어요. 이 엽전꾸러미는 주막 주인인 박 서방이 감춰 놓은 것이었지요.
‘엽전을 오랫동안 쓰지 않고 두면 귀신이 된다더니 그것이 사실이었구나.’
총각은 엽전꾸러미를 담았어요. 뜻하지 않게 행운을 잡은 그는 그 고을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되었어요. 엽전귀신이 나온 주막이 있는 고개는 이때부터 ‘엽전고개’로 불리게 되었어요.

도깨비 이야기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에서 출토된 벽돌이나 신라의 황룡사에서 나온 기와, 고구려 옛 무덤의 벽화를 보면 도깨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도깨비는 종류가 꽤 많아요. 사는 곳에 따라 산에 사는 산도깨비, 물에 사는 물도깨비, 바다에 사는 바다도깨비, 수풀에 사는 수풀도깨비가 있어요. 그리고 생김새에 따라 달걀도깨비, 거인도깨비, 불도깨비, 멍석도깨비, 홑이불도깨비, 돈도깨비도 있어요. 돈도깨비는 돈이 변해서 된 도깨비예요.

 

 


/자료 제공=‘경제를 배우는 14가지 돈의 비밀’(신현배 지음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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