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교환에서 전자 화폐까지

창희와 세라가 돈귀신을 찾아간 것은 뒷간귀신을 만난 날 저녁이었습니다.
“자, 그럼 무슨 이야기부터 해 줄까? 옳지, 돈이란 무엇이고, 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부터 알아보는 게 좋겠지?”
돈귀신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먼저 ‘돈 ’이라는 말을 살펴볼까? ‘돈 ’은 순 우리말인데, 세상을 돌고 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야. 우물처럼 고여 있지 않고 샘물처럼 흘러 세상을 돌고 도는게 돈이라는 거야. 또한 ‘돈 ’이 무게의 단위인 ‘돈 ’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어. 1돈은 1냥의 10분의 1이고 1푼의 10배가 되지. 한자로는 ‘돈’을 ‘전(錢)’이라고 하는데, 이 글자를 ‘돈 전 ’이라고 읽어. 그런데 중국에서는 본래 이 글자를 ‘가래 전’이라고 읽었다는구나. 가래는 농부들이 흙을 파는 데 쓰는 농기구야. 옛날에 중국에서는 가래를 돈으로 사용했어. 이때부터 ‘가래 전 ’을 ‘돈 전 ’이라고 읽게 되었지. 한자로는 또 ‘돈’을 ‘화폐(貨幣)’라고 하지? 이 말은 옛날에 중국에서 돈으로 쓰였던 쌀ㆍ소ㆍ베 등을 뜻하는 말인‘전화(錢貨)’와 곡식ㆍ가축ㆍ옷감 등의 묶음을 나타내는 말인 ‘전폐(錢幣)’가 합하여 만들어진 말이야. 그리고 영어로는 돈을 ‘머니 ’라고 하지? 이 말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주피터 신의 부인인 모네타 여신의 이름에서 비롯된 말이야. 기원전 269년에 로마 사람들은 모네타 여신의 사원에 돈을 만드는 주화 제조 공장을 세웠어. 그리고 모네타라는 이름에서 ‘돈’을 뜻하는 ‘머니’를 따왔지. 기원전 390년에는 갈리아인들이 로마를 공격했는데, 그때 이런 일이 있었단다. 갈리아인들이 쳐들어오기 전에 갑자기 거위 떼가 모네타 여신의 사원으로 몰려들어 시끄럽게 울어댔어.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로마 사람들은 재빠르게 사원을 막아 갈리아 인들의 공격으로부터 주화 제조 공장을 지켰어. 이 공장에는 많은 돈이 보관되어 있었으니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 로마 사람들은 모네타 여신이 거위 떼를 보내 돈을 지키게 했다고 믿었단다.”
“여신이 거위 떼를 보내 미리 알렸군요. 우리나라에는 돈이라는 말에 얽힌 이야기가 없나요? ”
“당연히 있지.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할까? 우리나라에 서양 사람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야. 달걀이 담긴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가던 아주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서양 사람과 길에서 부딪쳤단다. 광주리를 떨어뜨려 아주머니는 달걀을 모두 깨뜨리고 말았어. 아주머니는 너무 기가 막혀 ‘에구머니!’ 하고 외쳤단다. 그때 서양 사람이 ‘에구머니!’ 말을 듣고 뭐라고 했는지 아니? ‘에그 머니? 아! 달걀 값이요? 당연히 물어 드려야지요.’ 하면서 돈을 꺼내 달걀 값을 물어 주었다는구나.”
창희와 세라는 그 말을 듣고 까르르 웃었습니다.
“하하하! 말이 되네요. ‘에그머니’가 ‘에그(egg) 머니(money)’, 즉 ‘달걀값’이로군요.”
“호호호! 재미있어요. 우리말도 영어와 통할 수가 있군요? ”

 


가래
생나무에 말굽 모양의 쇠 날을 끼웠고, 몸 양쪽에 구멍을 뚫고 줄을 꿰었다. 한 사람이 자루를 잡고 흙을 떠서 밀면 양쪽에서 두 사람이 그 줄을 당겨 흙을 던진다. 흙을 떠서 던지는 데에도 쓰고, 논둑을 쌓거나 깎을 때에도 이용했다.

모네타(Moneta)
화폐와 국가 재정을 수호하던 로마의 여신으로, 모네타 신전에는 화폐를 만드는 조폐소가 있었다. 10세기 편찬된 비잔틴 대백과사전 <수이다스>에는 로마인들이 에페이로스 왕 피로스와 전쟁을 할 때 재정이 부족해 지자 모네토 여신에게 신탁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쓰여 있다. 여신은 정의를 무기로 해서 싸우면 재정이 부족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여신이 알려 준 대로 싸워서 로마인들은 재정 문제를 겪지 않고 전쟁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원
1962년 6월 10일부터 시행되었으며, 1원은 1전의 100배이다. 기호는 ₩.

일본의 엔
1897년 화폐법에 의해 순금 75mg을 1엔으로 정하였다. 

중국의 위안
위안화는 위안, 지아오, 펀 등 세 종류가 있다. 1위안은 10지아오, 100펀이다.

미국의 달러
1792년 당시 1달러의 금 평가는 1.584g이었으며, 1834년의 1.4848g에서 100년 후인 1934년에는 1달러=0.877g으로 내려갔다.

유럽의 유로
1995년 12월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15개 회원국들은 1999년 1월 경제통화동맹(EMU)을 출범시키고 단일통화의 명칭을 ‘유로’로 하는 데 뜻을 모았다.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돈, 얍섬의 돌돈

미국의 인류학자인 헨리 퍼니스가 1903년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군도에 있는 얍 섬에 들어가서 몇 달 동안 살았어요. 그때 그는 섬 원주민들의 생활을 관찰하여 『돌돈의 섬』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에는 이런 내용이 실려 있어요.
얍 섬의 원주민들은 몇 천 년 전부터 돌로 만든 돈인 돌돈을 사용해 왔다고 해요. 그들은 이 돈을 ‘페이’라고 불렀는데, 돌을 둥글게 깎은 후 가운데엔 엽전처럼 구멍을 뚫었어요. 작은 것은 맷돌만 하고, 큰 것은 지름이 3미터가 넘으며 무게가 200킬로그램 이상 나갔어요. 얍 섬에는 금속 물질이 없어 돌로 만든 돈을 사용했는데, 크고 무거울수록 돈의 가치가 높았어요. 따라서 페이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돈이라 할 수 있어요.

 

돈이 이처럼 크고 무거우니 물건을 사고팔 때 매우 불편했어요. 그래서 원주민들은 돈을 일일이 들고 다니지 않고 한 자리에 둔 채 사용했어요. 이를테면 돌돈의 주인이 어떤 물건을 샀다면 마을 사람들에게 “이 돌돈은 이제 아무개 씨 것입니다.” 하고 알린 뒤 돌돈에 새로운 주인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이에요. 그러면 문서를 주고받지 않아도 상거래가 이루어져 값을 치른 셈이 되었죠.
얍 섬에서 가장 큰 부자는 돌돈이 한 개도 없다고 해요. 그런데도 그를 부자로 부르는 것은, 그의 조상이 엄청 크고 무거운 돌돈을 배에 싣고 섬을 향해 오다가 바다 속에 빠뜨렸기 때문이에요. 배에 함께 타고 있던 마을 사람들이 그 사실을 증언해 주었기에 바다 속에 있는 돌돈이 후손에게 상속되어 여전히 부자로 인정받은 거예요.

나라마다 사용하는 돈이 다르다?

나라마다 말이 다르듯이 쓰고 있는 돈도 달라요. 우리나라는 원, 일본은 엔, 중국은 위안, 미국은 달러 등 저마다 고유의 돈을 갖고 있지요. 전 세계에는 180여 가지에 이르는 돈이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 돈은 원인데, 동전 모양이 둥글다고 해서 붙여진 단위예요. 그런데 원화는 우리나라에서만 쓸 수 있고 다른 나라에서는 쓸 수 없어요. 따라서 해외여행을 갈 때에는 환전소나 은행 등에서 다른 나라의 돈으로 바꿔야 해요. 이때 두 나라 돈의 가치가 서로 다른데, 그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미국 돈 1달러는 2022년 11월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약 1,385원의 가치를 갖고 있지요. 환율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항상 변해요.
세계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돈이 다르지만 많은 나라들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세계적인 돈이 있어요. 이것을 ‘국제 통화’라고 해요.
세계 최초의 국제 통화는 그리스 화폐인 드라크마예요. 드라크마는 ‘움켜쥔다’는 뜻인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이 세계를 정복할 때 유럽은 물론 아시아의 인도에까지 쓰이는 국제 통화로 만들었어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국제 통화는 미국의 달러예요. 달러는 옛날 보헤미아에서 쓰이던 ‘탈러’라는 돈의 이름에서 따왔는데, 1792년 미국 돈의 단위로 정해졌어요. 달러의 3분의 2 이상이 다른 나라에서 쓰일 만큼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유로는 이런 달러에 맞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2002년부터 만들어 쓰고 있는 국제 통화예요. 유로화는 유럽에서 공통으로 사용되는 돈인데, 현재는 달러보다 많이 쓰일 만큼 세계적인 국제 통화로 인기를 끌고 있어요.

 

 

/자료 제공=‘경제를 배우는 14가지 돈의 비밀’(신현배 지음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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