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 속의 돈 이야기 ①

“세라가 ‘세계 역사 속의 돈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했지?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알아 두어야 할 것이 있다. 돈은 어떤 역할을 할까? 크게 세 가지 역할이 있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 옛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줄까? 프랑스의 작가 라퐁텐의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란다.”

옛날에 구두쇠 한 사람이 배를 타고 무인도로 향했어. 배 안에는 평생 모은 금화가 실려 있었지. 구두쇠가 무인도로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었어. 무인도에서는 돈을 도둑맞을 염려가 없기 때문이었어. 무인도에 도착한 구두쇠는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지었어. 그리고 방 안에 금화를 쌓아 놓았지. 구두쇠가 가진 금화는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것이었단다.
구두쇠는 아침에 눈을 뜨면 금화부터 일일이 세었는데, 그것이 구두쇠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지. 그런데 누군가가 구두쇠의 방을 엿보기 시작했어. 나무 위에서 살고 있는 원숭이였지. 원숭이는 금화를 세는 구두쇠를 신기한 듯이 늘 바라보았어.
어느 날 원숭이는 구두쇠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방 안으로 숨어들었어. 그리곤 구두쇠가 쌓아 놓은 금화 가운데서 한 개를 훔쳤어.
그날 저녁, 구두쇠는 금화를 다 세어 보고 나서 고개를 갸우뚱했어.
‘금화 한 개가 비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
그 뒤에도 원숭이는 계속해서 금화를 훔쳤어. 그리고는 그 금화를 바다 속에 던져 버렸지. 결국 구두쇠는 금화를 아끼려다가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단다.

 


“구두쇠는 참 불쌍한 사람이에요. 돈이 그렇게 많아도 과자 하나 사먹지 못했으니 말이에요.”
“돈을 쓰지 않고 모아 두기만 하면 뭐 해요? 돈으로 내가 원하는 물건을 사야지요.”
창희와 세라의 말에 돈귀신이 빙그레 웃었습니다.
“너희들의 말 속에 돈의 세 가지 역할이 다 들어 있단다. 첫째, 돈은 물건의 가치를 나타내지. 둘째, 돈은 물건을 교환하는 데 쓰이지. 돈을 내면 내가 원하는 물건을 얻을 수 있잖아. 셋째, 돈은 쓰지 않고 모아 둘 수 있어. 이렇게 저축을 하면 나중에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지. 이처럼 돈은 가치의 척도, 교환 수단, 저장 수단 등 세 가지 역할을 한단다.”
“그렇군요. 돈귀신님, 들려주신 이야기에 금화가 나오는데, 세계 최초로 금화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 기원전 7세기경 리디아 왕국이었나요?”
“옳지, 내가 한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었구나. 동전은 일정한 무게의 금속 조각에 발행한 곳의 마크나 스탬프를 찍은 거야. 이것을 ‘주화’라고도 하지. 리디아 사람들이 만든 주화는 금과 은을 3대 1의 비율로 섞은 천연 합금이었어. 황백색을 띠기 때문에 ‘호박금’이라고 불리었지. 크기는 콩 만했지만 사자ㆍ수사슴ㆍ숫양 등 동물의 모습이 찍혀있고, 주화의 무게와 순도를 보증하는 각인이 찍혀있었어. 따라서 거래를 할 때는 일일이 무게를 재지 않고 주화의 개수를 헤아리기만 하면 되었어. 리디아에서 주화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수도 사르디스 근처를 흐르는 파크톨루스 강에서 많은 양의 사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지.”
“리디아 왕국의 주화가 그리스로 전해졌다면서요? ”
“리디아에서 수백 킬로 미터 떨어진 소아시아 서해안에는 그리스 사람들이 세운 도시 국가들이 있었어. 이오니아 지방이라 했는데, 그들이 리디아 주화를 사용했어. 그들은 또 리디아 사람들에게 주화 만드는 방법을 배워 그리스 본토로 전했지. 그리하여 아테네 등 그리스 본토에서도 기원전 570년쯤 주화를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어. 기원전 5-6세기에 그리스에서 가장 유명한 주화는 4드라크마짜리 은화야. 이 은화는 앞면에 아테나 여신의 머리를, 뒷면에 올빼미와 올리브 나뭇가지를 새겨 넣었지. 이 은화를 ‘그리스 예술품의 정수’로 꼽고 있단다.”

 

세라가 물었습니다.
“그리스에서도 주화를 널리 사용했나요? ”
“물론이지. 당시 그리스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 때 주화를 사용했어. 도시 국가들이 병사들에게 급료를 줄 때도 주화를 사용했단다. 기원전 4세기 때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드라크마 주화를 많이 만들었어. 그는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넣었어. 그리고 군대에게 그 주화를 급료로 지급했어.”
이번에는 창희가 물었습니다.
“로마 시대에는 어떤 주화가 사용되었어요?”
“로마에서는 처음에 구리로 동전을 만들어 사용하다가 기원전 269년 최초로 데나리우스 은화를 만들었어. 기원전 1세기부터는 새로운 주화인 아우레우스 금화가 사용되었는데, 데나리우스화보다 25배나 가치가 높았지. 서기 30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때는 솔리두스 금화가 만들어졌는데, 이 금화는 매우 질이 좋았단다. 그래서 5세기경 서로마 제국이 멸망당한 뒤에도 동로마 제국인 비잔틴 제국에서 계속 사용했어. 이 금화는 ‘비잔틴 금화’로 불리면서 수백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

 

/자료 제공=‘경제를 배우는 14가지 돈의 비밀’(신현배 지음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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