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세가지 기능

원시 시대 사람들의 교환
상상을 한번 해 볼까요? 원시 시대 사람들은 필요한 물건을 어떻게 장만했을까요? 아마 그때는 각 부족마다 사냥을 하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과일을 따 먹고 살았겠죠? 그런데 사냥을 하는 부족의 경우, 가끔 물고기도 먹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러면 사냥을 하는 부족이 물고기를 잡는 부족을 찾아갔을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했겠죠. “돼지 뒷다리 하나 줄 테니 물고기 15마리만 주세요.” 이런 식으로요. 이 과정에서 흥정도 있었겠죠? “돼지 뒷다리 하나에 물고기 15마리? 장난해요? 5마리만 가져가세요.” 이런 흥정이 오간 끝에 돼지 뒷다리 하나에 물고기 10마리를 바꾸는 거래가 이뤄졌을 겁니다. 이렇게 필요한 물건을 서로 바꾸는 것을 물물 교환이라고 부르지요. 그러다가 사람들이 생각을 한 겁니다. ‘이거 너무 불편한데? 좀 편한 방법이 없을까?’라고요. 교환을 할 때마다 무거운 돼지 뒷다리를 들고 다니는 것도 힘들고, 물고기의 경우 운반하다 상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화폐(貨幣)입니다. 화폐가 뭐냐고요? 쉽게 ‘돈’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특히 ‘화(貨)’라는 글자는 경제를 공부할 때 꼭 알아 둘 필요가 있답니다. 글자 아래쪽에 ‘貝’라는 한자가 보이나요? 貝는 ‘패’라고 읽고 ‘조개’를 의미하지요. 과거의 중국 사람들은 貝가 조개가 입을 양쪽으로 벌린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조개껍데기에서 금속으로
돈을 뜻하는 화(貨)라는 글자에 조개(貝)라는 글자가 들어간 이유는 초창기 원시 시대 사람들이 조개껍데기를 돈 대신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돼지 뒷다리에 조개껍데기 10개, 물고기 1마리에 조개껍데기 1개, 이런 식으로 교환하기로 약속해 놓으면, 물고기를 얻기 위해 돼지 뒷다리를 낑낑거리며 옮기지 않아도 되니까요. 
최초의 화폐가 조개껍데기일 것이라는 생각은 물론 요즘 사람들의 추측일 뿐이에요.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답니다. 화폐가 돈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조개껍데기처럼 흔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하얀 조약돌을 화폐로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하얀 조약돌이 얼마나 많은데, 그걸 주워 담으면 부자가 된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금이나 은같이 발견하기 어려운 금속으로 만든 금화(金貨), 은화(銀貨) 등을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했답니다. 조개껍데기가 아닌 금속 화폐를 본격적인 화폐의 등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화폐의 세 가지 기능
화폐가 등장하면서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를 겪게 돼요. 우선 거래가 말도 안 되게 쉬워졌죠. 생선 10마리를 얻으려고 돼지 뒷다리를 옮기는 일도 없어졌어요. 보통 경제학에서는 화폐에 세 가지 기능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기능을 화폐의 ‘교환 기능’이라고 해요. 물물 교환을 좀 더 쉽게 만든다는 이야기죠.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죠. 두 번째 기능부터는 조금 어려워집니다. 두 번째 기능은 ‘가치 척도의 기능’이에요. 척도란 쉽게 말하면 ‘크기를 재는 기준’이라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여러분의 발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대충 한 뼘 정도? 그러면 한 뼘은 얼마나 큰데요? 이걸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려니까 어렵죠? 이때 크기를 재는 기준, 즉 mm가 있으면 훨씬 말하기 쉬울 거예요. 이때 mm가 바로 크기를 재는 척도가 된답니다. 

 

여러분이 방탄소년단 멤버 전체가 있는 초희귀본 포토 카드를 한 장 가지고 있다고 치죠. 그 가치는 얼마나 될까요? “이 카드는 우리 집 프라이팬보다 소중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그러면 “프라이팬의 가치는 얼마인데요?”라고 물었을 때 답하기가 어렵죠. 이때 “이 포토 카드의 가치는 대략 3만 원이야.”라고 말하면 훨씬 이해가 쉬워요. 즉 화폐는 크기를 잴 때 사용하는 mm처럼 물건의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기준이 된답니다. 

가치 저장의 기능
마지막으로 화폐의 세 번째 기능을 알아볼까요? 화폐가 가진 이 기능 덕에 인류의 역사가 바뀌었을 정도인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가치 저장의 기능’이랍니다. 
“에이, 그게 뭐 특별한 기능이라고. 뭐든지 모을 수는 있는 거잖아요?”라고 쉽게 말해서는 안 돼요. 여러분이 중요하게 여기는 포토 카드나 포켓몬 빵 스티커 같은 건 비교적 모으기 쉬운 물건들이라 세상 모든 물건을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인류가 수만 년 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뭐였을까요? 바로 먹을 것이죠! 
그런데 이 먹을 것이라는 게 참 모으기가 힘들어요. 사냥이나 채집으로 장만한 돼지 뒷다리나 물고기, 과일 등은 모두 오래 보관하는 게 불가능하잖아요. 아무리 욕심을 부려서 저장하려 해도 다 상할 뿐이죠. 그런데 농업이 발달하면서 쌀이나 보리같이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음식이 등장한 겁니다. 화폐는 더하죠. 금화나 은화는 아무리 오래 놔둬도 상하지 않으니까요. 이 기능이 왜 인류 역사에서 중요할까요? 바로 인류에게 욕심이 생겼기 때문이에요. 곡식과 화폐는 저장이 가능하니까 누군가의 것을 빼앗아 모아 두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는 생각이 든 거죠. 인류가 남의 것을 빼앗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저장 가능한 곡식을 재배하면서부터, 그리고 화폐가 발달하면서부터랍니다. 화폐가 인류의 생활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지만, 욕심을 부추겨 서로를 죽고 죽이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좀 슬프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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