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음 만들어 입었던 옷
초기 인류는 어떤 옷을 입었을까? 처음에는 거의 맨몸으로 생활하며 나뭇잎이나 나무껍질을 말려 옷처럼 입었을 거야. 그러다가 사냥으로 잡은 동물 가죽이 훨씬 따뜻하고 몸을 잘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겠지. 기원전 3500년경 수메르인들도 모피를 즐겨 입었다고 해. 고대 이집트 왕 파라오는 자신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모피를 이용했어.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모피가 권력과 부의 상징이 되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모피를 가지고 싶어 했어. 그래서 왕은 모피에 세금을 매겼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모피에 세금을 붙인 최초의 인물이야.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 등장하는 나라인 고조선이 부강했던 이유 중 하나도 모피 무역 때문이었어. 고조선은 모피, 소금, 비단, 흑요석 등 비싼 물품을 많이 수출했기 때문에 중국이나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이 자주 드나들었거든. 중세 유럽에서도 모피는 인기가 있었어. 특히 길을 잘 안다는 뜻의 ‘라다니트’라 불리는 유대인 상인들은 중국과 모피 무역을 하며 비단과 향료 등을 유럽에 전했지. 9세기에서 13세기 무렵 이슬람 세력은 두 개의 무역 길을 만들어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했어. 남북을 잇는 모피 길과, 동서를 연결하는 실크로드였지. 

무분별한 모피 사냥
16세기 후반, 러시아는 모피를 얻기 위해 시베리아로 향했어. 당시 시베리아는 혹독한 기후 때문에 여러 부족들이 오랫동안 외부와 큰 교류 없이 살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외지인들이 들어오자 질병이 퍼지면서 원주민들의 삶은 점점 무너져 갔어. 상인들은 군대보다 더 빨리 움직였지. 값비싼 모피를 얻기 위해 사냥꾼들이 검은담비를 비롯해 많은 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였어.

해달
아메리카 밍크
북아메리카 수달
바다표범
은여우
비버

 

모피 무역이 성행하자 1622년에 2만 3000여 명에 불과했던 시베리아 인구가 17세기 후반에는 그 열 배나 증가했어. 러시아는 원주민들에게 비버 가죽을 세금으로 내게 했는데, 그 이익이 러시아 재정의 11퍼센트를 차지할 정도였지. 18세기 초, 모피를 얻기 위한 무분별한 사냥 때문에 시베리아에 살던 많은 동물들이 자취를 감추었어. 시베리아에서 생산되는 모피가 어들자 러시아는 또 다른 지역을 찾아 나섰어. 북아메리카 대륙의 알래스카로 간 거야. 알래스카는 인디언 말로 ‘위대한 땅’이라는 뜻이야. 1580년대 파리 귀족들을 중심으로 비버 가죽 모자가 유행하자 비버는 명품 모피의 대명사가 되었어. 비버는 가죽이 질기고 솜털이 따뜻했지. 특히 비버가 짝짓기를 할 때 나오는 해리향은 유럽에서 고급 향수의 재료와 약재로 쓰였어. 

서인도 회사를 세운 네덜란드 상인
1621년, 네덜란드 상인들은 모피 무역을 위해 맨해튼 섬에 서인도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어. 이들은 주로 삼각 무역을 통해 자신들의 경제력을 넓혀 나갔어. 삼각 무역이란 두 나라 사이 무역 거래에서 얻게 되는 이윤과 손해가 어느 한쪽으로 쏠려 불균형하게 될 때, 제삼국을 개입시켜 균형을 맞추려는 무역을 말해. 네덜란드 상인들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기 위해 맨해튼을 뉴암스테르담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네덜란드 풍의 마을로 가꿨어. 1653년에는 영국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뾰족한 나무 목책을 세우기도 했는데,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된 ‘월가(Wall Street)’는 여기에서 유래한 이름이야. 

동물 사냥은 현재 진행형 
캐나다에서는 매년 30만 마리 정도의 바다표범이 사냥되고 있어. 사육되는 동물들도 단지 가죽을 얻기 위해 죽을 때까지 좁은 우리에 갇혀 지내. 여우는 모피를 얻게 될 때까지 칠 년 정도를 한 평도 안 되는 곳에서 생활해. 여우 코트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스무 마리 정도의 여우가 필요한데, 연간 천 만 마리의 여우가 모피로 만들어진다니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아. 
족제비와 비슷한 외모에 ‘밍크코트’로 유명한 밍크도 모피 때문에 큰 희생을 치른 동물이야. 밍크는 4000만 마리 정도가 사육되는데, 밍크코트 한 벌을 만드는 데 쉰다섯 마리의 밍크가 필요하다고 해. 매년 8000만 마리에서 1억 마리 가량의 동물들이 모피 산업 때문에 죽임을 당하고 있어. 

 

똑똑 상식!

로드 킬(Road Lill) 당한 동물을 모피로 만들어도 될까?
동물들이 도로에 나왔다가 자동차에 치여 죽는 일을 로드 킬이라고 해. 미국의 한 의류 회사에서 로드 킬을 당한 동물들의 가죽으로 상품을 만든다고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어. 미국에서만 한 해 약 1억 3,500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데, 그렇게 죽은 동물의 가죽을 이용해 상품을 만들면 동물들에게 덜 미안하다는 거야. 그 회사는 상품을 팔아 남긴 수익의 1퍼센트를 야생 동물들의 안전 이동 통로를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어. 반면 동물 보호 단체는 죽은 동물을 상품으로 만드는 것마저도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해. 모피로 옷을 만든 것 자체가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거야. 인공 모피로도 충분히 옷을 만들 수 있는데 굳이 동물의 모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논리야. 너희들 생각은 어떠니? 

 


/‘상품 속 세계사’(심중수 글ㆍ이현정 그림ㆍ봄볕)<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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