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은 대체 언제 내리는 거야?’ 
어른들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기름 값에 대해 불평하는 걸 종종 본 적이 있을 거야. 기름 값은 세계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쳐. 전쟁이나 큰 사건이 한번 터질 때마다 많은 나라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무역 전쟁을 벌이곤 해. 석유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불타는 바다’인 거야. 한자로 ‘돌 석(石), 기름 유(油)’를 합친 말이야. ‘돌에서 얻은 기름’이라는 뜻이지. 
석유는 언제부터 존재했을까? 석유에 대한 기원은 크게 두 가지야. 첫 번째는 약 5억 년 전 물에 있었던 동식물의 유해가 밑바닥에 가라앉은 뒤 썩은 진흙이 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석유로 변했다고 보는 견해야. 두 번째는 마그마 안에 있던 무기 물질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가 있어.
기원전 400년 전에는 페르시아 군대가 아테네와의 전쟁에서 화살촉에 석유를 발라 사용했다는 기록도 전해져. 이 석유가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에 이르러서야. 1848년, 영국의 화학자였던 제임스 영은 원유에서 등유와 윤활유를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내 특허를 획득했어. 또 펜실베이니아 석유 회사에 고용된 에드윈 드레이크는 1859년 11월,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오일 크리크(석유가 흐르는 강) 근처에서 지하 21미터를 파 석유를 뽑아냈지. 최초의 석유 시추(지층의 구조와 상태를 조사하거나 지하자원을 얻기 위해 땅속 깊이 구멍을 파는 일) 성공 사례이자 근대 석유 산업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었어.

▲ 존 데이비슨 록펠러
▲ 존 데이비슨 록펠러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미국 석유 산업의 1인자야. 그는 1870년, ‘스탠더드’라는 석유 회사를 세우고 서른여덟의 나이에 미국 정유 산업의 95펴센트, 세계 석유 산업의 62퍼센트를 차지하며 큰 부와 명성을 떨쳤어. 세계 최고의 부를 소유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의 자산도 록펠러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야. 앞날을 내다본 그는 1863년 클리블랜드에 정유소를 세운 뒤 정유 사업을 시작했어. 이후 수익을 내 1870년 미국 최초의 주식회사인 ‘오하이오 스탠더드 석유 회사’를 설립했지. ‘스탠더드(Standard)’는 규격, 표준이라는 뜻이야. 불순물이 섞이면 폭발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에 자기 회사의 정유는 전혀 불순물이 들어가지 않은 좋은 품질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지은 이름이야. 

검은 황금을 둘러싼 전쟁
‘자동차의 왕’ 헨리 포드는 자동차 산업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이야. 그는 1903년에 포드 자동차 회사를 설립해 자동차를 대량 생산함으로써 자동차의 대중화를 이끌었지.

▲ 헨리 포드
▲ 헨리 포드

 

자동차가 많아지자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의 수요도 급증하게 되었어. 휘발유와 디젤 기관의 발명은 석유를 위한 최고의 발명품이었지.
세계 대전은 석유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전체주의 국가들의 진짜 목적도 석유 때문이었으니까. 그래서 석유를 ‘피를 부르는 연료’라고 부르기도 해. 
석유가 현대 산업의 중심 연료로 떠오르자 많은 나라들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시험 시추에 들어갔어. 1950년대 중동 지역에서 세계 최대의 유전이 발견되면서 석유는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고 값도 떨어졌어. 원유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중동 지역은 심지어 석유 가격이 물값보다 싼 경우도 있었지. 석유는 이른바 ‘검은 황금’으로 불리며 현대 에너지 혁명의 중심에 섰어. 석유가 없으면 세상은 돌아가지 않게 되었지. 강대국들이 검은 황금을 가만 놓아둘 리가 없었어. 석유를 둘러싼 무역 전쟁이 중동 지역에서 시작된 거야. 중동 지역 간의 석유 다툼도 치열했어. 강대국들은 그 기회를 틈타 유전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일으켰지. 대표적인 것이 미국이 개입했던 걸프전과 이라크 전쟁이었어.

▲ 걸프전 당시 타 버린 원유 시추 시설.
▲ 걸프전 당시 타 버린 원유 시추 시설.

 

걸프 전쟁은 1990년에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시작되었어. 이라크 전쟁은 2003년 3월 미국 부시 대통령이 국제 연합UN의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한 사건이야. 미국의 목적은 이라크의 자유가 아니라, 이라크 지역의 원유를 확보하고 중동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속셈이었던 거야.

중동 전쟁으로 인한 석유 파동
석유는 세계 경제를 두 번 크게 흔들어 놓았어. 1차 파동은 1973년에 일어난 제4차 중동 전쟁 때문이었어. 시리아와 이집트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었던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거야. 석유 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세계 경제는 한순간에 무너졌어. 미국의 중재로 전쟁은 일단락되었지만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 이어 다시 한번 자존심을 구겼지. 
2차 석유 파동은 이란의 이슬람 혁명으로 석유 생산과 수출이 중단되면서 발생했어. 이란의 이슬람 지도자 호메이니가 팔레비 왕조의 왕을 쫓아내고 혁명을 일으킨 거야. 이란은 세계 2위의 석유 수출국이었기에 국제 유가는 다시 출렁거렸지. 

석유가 일으키는 환경 문제
지구 온난화는 세계인들이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환경 문제야. 석유나 석탄을 비롯한 화석 연료는 우리에게 편리함을 제공해 주기도 했지만 환경 오염을 일으켜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위협하고 있어. 문제는 석유를 뽑아낼 때도 환경 파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야. 흙 속에 포함된 석유인 오일 샌드의 경우에 석유를 추출할 때 각종 화학 제품을 섞은 증기가 땅속으로 침투해 지하수를 오염시켜. 물은 정화되지 않고 무단 방류되어 다시 우리에게 피해가 돌아오지. 이 모든 문제를 석유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어. 석유 자원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우리들과 안전과 환경 문제는 외면한 채 돈만 벌려는 기업들의 잘못도 크기 때문이지. 

 

똑똑 상식!
우리나라의 석유 탐사와 개발 
우리나라에서는 1979년, 석유의 안전적인 공급을 위해 한국 석유 공사(KNOC)가 설립되었지. 울산과 여수 등에 석유 비축 기지를 마련하고 총 146백만 배럴의 석유를 저장하고 있어. 
한국 석유 공사는 석유 탐사 및 개발 사업에도 참여해 석유 공급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있어. 

휘발유(가솔린)와 경유(디젤)는 어떻게 다를까? 
자동차를 처음 산 사람들이 주유소에 처음 갔을 때 헷갈리는 것이 있어. 휘발유를 넣어야 할까, 경유를 넣어야 할까 하는 문제지. 
그런데 석유는 왜 이렇게 이름이 많은 걸까? 정제되지 않은 석유를 우리는 ‘원유’라고 불러. 원유에는 불순물이 들어가 있어서 순수한 액체를 얻기 위해 정제하는 과정을 거치지. 그것을 증류라고 해. 원유는 휘발성이 있기 때문에 분별 증류를 하는데 끓는점의 범위에 따라 그 명칭이나 쓰임이 달라.
휘발유(Gasoline)는 석유 제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으로 가솔린이라고도 해. 끓는점의 범위가 약 30-200도 정도인 액체 상태의 석유이지. 휘발유는 상온에서 증발하기 쉽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야. 인화성이 좋아 공기와 혼합되면 폭발성을 지니지. 주로 가솔린 기관의 연료로 자동차, 공업, 항공 등에 널리 쓰이고 있어.
경유는 끓는점의 범위가 220-250도인 석유를 말하지. 탄화수소의 혼합물로 주로 디젤 기관의 연료로 쓰여. 그래서 디젤 오일이라고도 하지. 
참고로 등유는 끓는점의 범위가 150-240도인 석유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등을 켤 때 사용된 기름이야. 옛날에는 석유라고 하면 보통 등유를 가리켰어. 중유는 끓는점이 350도 이상인 기름으로 다른 것에 비해 증발하기가 어렵지. 주로 화력 발전용으로 쓰여.

 

/‘상품 속 세계사’(심중수 글ㆍ이현정 그림ㆍ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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