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스러운 금속, 철
철은 우리 생활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금속이야. 생필품에도 많이 쓰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철 기둥을 세워서 튼튼하게 짓고 있어. 그래서 철을 ‘산업의 쌀’이라고 표현하기도 해.
그런데 우리는 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사노(Isarno)’는 고대 유럽에 살던 켈트족의 언어로, ‘성스러운 금속’이라는 뜻이야. 철을 뜻하는 ‘아이론(Iron)’과 비슷하지. 고대 사람들은 철을 왜 성스럽게 생각했을까? 그 이전 시대 금속인 청동과 비교할 필요가 있어. 청동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철보다 단단하지 못했어. 철은 이전의 어떤 금속보다도 강했지. 옛 사람들은 더 강하거나 새로운 것이 나타나면 성스럽다는 표현을 했어.
철은 권력을 상징하기도 해. 우리나라 설화 중 <바리공주>에서는 바리공주가 철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는 부분이 나와. 신비한 힘을 지닌 영적인 존재였음을 나타내지. 사람들은 ‘철’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하늘이 인류에게 내려 준 금속이라고 여겼지. 사실 철은 알루미늄보다도 무른 금속이야. 광석을 용광로에 넣고 철을 분리해 정제하는 야금 과정을 거쳐 탄소가 들어가면서 단단한 강철이 만들어지지. ‘철옹성’이라는 말 들어 봤니? 방비가 견고해서 뚫고 넘을 수 없다는 말이야. 비록 철로 만든 성은 아니지만 그만큼 시설이 튼튼하다는 것을 의미하지.
고대 금속 야금술의 비밀
1911년, 이집트에서 돌과 금속으로 된 작은 구슬을 줄로 꿰어 만든 목걸이 아홉 개가 발굴되었어. 이후 2013년, 런던 대학 카타르 분교 연구팀이 목걸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어. 목걸이의 재료는 ‘철’이며, 제작 연대는 기원전 3200년경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공개됐지. 이집트의 철기 시대라고 알려진 것보다 2천 년이나 앞선 시간이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철 유물로 볼 수 있어. 그런데 목걸이를 X선으로 촬영한 결과, 철뿐만 아니라 니켈, 코발트, 인의 함량이 높게 나왔어. 이 목걸이는 다름 아닌 하늘에서 떨어진 운철로 만들어졌던 거야.
1994년에서 2007년까지 터키에서 유적지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수도 앙카라에서 100킬로미터 떨어진 ‘카만-카레휘위크’유적지에서 다양한 유물이 발견되었어. 그 가운데 발견된 다섯 점의 철 유물을 연결했더니 철제 단검 모양이 나왔어. 2008년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철제 단검은 기원전 2000년경 중기 청동기 단층에서 나왔어. 또한 연철이 아닌 탄소가 함유된 강철인 것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오래 전부터 철을 야금하는 기술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고 단검은 인류 최초의 철 유물로 기록되었어.
기원전 1274년, 이집트의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의 왕 무와탈리 2세가 시리아 왕국을 손에 넣기 위해 카데시에서 맞붙었어. 전차 5천여 대가 동원될 정도로 큰 전투였지. 그런데 두 부대의 무기 재료가 달랐어. 이집트는 청동기였고 히타이트는 철기였던 거야. 당연히 히타이트가 승리했고 주변 왕국들이 히타이트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었어.
많은 왕국들이 히타이트 야금술의 비밀을 캐내려고 했지만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 훗날에야 그 비밀이 밝혀졌는데, 핵심은 ‘목탄’이었어. 히타이트 야금술의 비밀은 그다음 과정에 있었어. 목탄, 즉 숯불 위에서 연철을 계속 가열하면서 탄소를 흡수시키는 거야. 이 연철을 물에 담금질하면 아주 단단한 강철이 되지.
용광로의 등장과 철의 대량 생산
철을 만들 때에는 불을 뜨겁게 지핀 가마가 필요한데, 그것을 ‘용광로’라고 하지. 가장 오래된 용광로는 기원전 4세기경 중국 한나라 시대 때 청동을 녹이기 위해 사용된 화덕이야. 서양
에서는 1100년 스웨덴에 있는 노라스코그에서 용광로의 흔적이 발견되었지. 지금은 포스코(POSCO)로 이름을 바꾼 포항 제철소는 우리나라가 제철 강국이 되도록 한 중요한 제철소야. 포항 1고로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쇳물을 생산했던 용광로로 연간 125만 톤을 생산하고 있어. 1973년 6월 9일 첫 쇳물 생산을 기념해 우리나라는 이날을 ‘철의 날’로 지정했어. 포항 제철소는 우리나라 제철 역사의 산증인이자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지.
우리는 아직도 철기 시대에 살고 있을 지도 몰라. 철이 우리 삶에서 여전히 많이 사용된다는 말이야. 철은 지구에 있는 금속 원소 중 매장량이 두 번째로 많아. 2012년 기준으로 세계 철광석 생산량은 약 30억 톤에 달해. 그런데 환경 조사 단체인 월드워치 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2퍼센트의 생산량 증가 추세로 계산해 봤을 때 앞으로 64년 안에 지구에 있는 철광석이 사라질 수도 있대. 그렇다면 철광석이 다 사라지기 전에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사진 설명>
1974년부터 가동한 포항 제철소 제1연주 공장.
/‘상품 속 세계사’(심중수 글ㆍ이현정 그림ㆍ봄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