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식량안보 ①

우리나라 중부 지방에 115년 기상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린 가운데 유럽ㆍ아시아ㆍ아프리카를 포함한 지구촌은 전례 없는 가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타들어가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에너지와 밀과 옥수수 등 식량을 비롯한 경제 전반에도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와 전쟁으로 생기는 식량안보를 2회로 나눠 안내한다. 첫 순서로 탄소중립을 위한 세계의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높아지고 있는 기후위기와 대응책을 다룬다.

△ 타들어 가는 지구촌
지구촌은 지금 유럽과 미국,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륙을 가리지 않고 사상 최악 수준의 메마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부족한 강수량과 무더위로 강과 저수지가 마르고 동식물도생기를 잃었다. 

 

미 국가통합가뭄정보시스템(NIDIS)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약 42%(9일 기준)가 가뭄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지난 달 강우량이 1959년 이후 63년 만의 최소치에 그쳤다. 영국도 1976년 이후 46년 만에 가장 건조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영국 템스강과 독일 라인강, 이탈리아 포강, 프랑스 루아르강, 스페인 과디아나강 등 유럽 대표 하천들은 바닥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도 61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상하이의 지난 달 13일 낮 최고기온은 40.9℃를 찍어 1873년 기상 관측 이후 최고에 달했다. 아시아에서 가장 긴 ‘대륙의 젓줄’창장(양쯔강) 유역도 강우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최저 수위를 기록 중이다. 이 강은 중국 본토 면적의 1/5, 인구의 1/3에 용수를 공급한다.   

△ 산불 커지고 경제도 타격
낮아진 하천 수위는 경제에 직격탄을 몰고 왔다. 독일 라인강은 바지선 운송이 제한되면서 물류와 공장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이탈리아도 70년의 최악으로 평가되는 가뭄을 겪으며 농업 생산량의 1/3을 책임지는 포강 유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올리브유 최대 수출국인 스페인도 폭염과 가뭄이 계속된다면 올해 올리브 수확이 예년보다 크게 줄게 된다. 케냐와 멕시코에서는 죽거나 야윈 동물을 볼 수 있다. 전력 생산도 타격을 받고 있다. 전력 생산 9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던 노르웨이도 발전소 수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졌다. 가뭄으로 대형 산불도 잦아지고 있다. 남반구 아르헨티나와 북반구 네덜란드에서는 최근 큰불이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식량이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흑해를 봉쇄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유럽을 덮친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와 해바라기, 콩 등의 생산량은 지난 5년 평균보다 8~9% 줄어들 전망이다.

△ 각국 물 사용 줄이거나 만들거나
중국 수리부는 식수난을 겪고 농경지 118만 ㏊의 피해를 본 창장 유역에 관개시설 확충과 수원 개발을 통해 농업용수 확보에 나서라고 긴급 지시했다. 영국 수도업체 템스 워터는 저수지 수위가 평상시와 비교해 낮아지자 24일부터 야외에서 호스로 잔디 등에 물을 주지 못하게 하는 등 규제 방안을 내놨다. 

 

미국 정부는 콜로라도강 수위가 낮아지자 네바다주와 애리조나주에 단수 조처를 내린다고 발표했다. 중국 일부 지역은 한 발 더 나아가 인위적으로 비를 만드는 작업에 나섰다.

△ 온실가스 줄이기 등 기후위기 해결 노력 필요
최근의 가뭄 피해 악화는 결국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후대응 노력이 없다면 전망도 어둡다. 유엔은 기후변화 해결 노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 75%가 가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1년 중 최소 한 달 이상 물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은 36억 명에서 2050년엔 48억~57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 오를 때마다 밀 생산량은 평균 6%, 쌀은 3.2% 줄어든다. 앞서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는 195개국이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지구의 평균기온이 2℃ 이상 오르지 않도록 온실기체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자는 내용을 담은 협정을 맺었다. 지금은 각 나라와 개인이 이 계획을 실천에 옮기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큰 재앙과 맞딱뜨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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