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인들이 만든 토기야. 높이가 거의 40센티미터나 되고 바닥이 총알 머리처럼 뾰족한 걸 보니 밥그릇은 아닌 것 같아. 아마도 음식을 저장하는 데 사용한 것 아닐까? 
그럼, 이 그릇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반죽한 점토를 길쭉하게 가래떡처럼 뽑아서 원을 그리듯 둥글게 감아올려 모양을 잡았는데, 방식이 두 가지였을 것 같아. 하나는 지름이 다른 고리들을 만들어 차곡차곡 쌓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긴 줄의 형태로 나선형 계단 오르듯 감아올리는 방식이야. 높이 올라갈수록 원의 지름을 줄여 나가면 마침내 원이 완전히 사라지겠지? 이렇게 고깔모자 모양을 완성한 뒤에 물구나무 서 있는 걸 바로 세우면 끝! 
이제 그릇의 안과 밖을 다듬을 차례야. 한 손은 바깥쪽에, 한 손은 안쪽에 마주 대고 살짝살짝, 고루고루 눌러 주어야 해. 흙의 입자들 사이에 빈틈이 사라지면서 그릇 모양이 되는 거지.
다음은 불에 구울 차례야. 땅바닥에 그릇 모양의 형체를 놓고 그 위에 장작을 얹어 모닥불을 피우듯이 굽는 거지. 온도를 600~800도 정도까지 끌어올리면, 적갈색의 토기 완성!
이제 완성된 토기를 좀 더 관찰해 볼까? 몸통에 길고 짧은 선으로 여러 가지 무늬들이 잔뜩 새겨져 있어. 아주 촘촘하게 말이야. 선도 보이고 점도 보이고 점선도 보이는구나. 머리를 빗을 때 쓰는 빗 있지? 그것의 살 자국 같아서 ‘빗살무늬토기’라고 불러.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 이 토기는 감상하려고 만든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음식 보관용으로 만든 것 같은데, 왜 이런 무늬를 고생스럽게 새긴 걸까? 
우리, 앞 글에서 말한 점토의 성질 세 가지를 떠올려 보자. 그중 세 번째 성질이 뭐였지? 불에 구우면 점토가 액화되어 입자와 입자가 더욱 강하게 결합한다고 했지? 
빗살무늬토기를 제작할 때만 해도 기술적으로 온도를 800도 이상 끌어올릴 수 없었어. 액화의 정도가 약할 수밖에 없었지. 토기를 단단하게 하려면 다른 조치가 필요했을 거야. ‘빗살무늬’를 새긴 이유가 여기에 숨어 있어. 굽기 전 겉면에 홈을 파 놓으면, 굽는 과정에서 입자와 입자의 결합력을 좀 더 높일 수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홈을 팠는데, 기왕 팔 거면 보기 좋게 파자는 생각으로 이런 무늬를 새긴 것 같아.

빗살무늬토기는 만드는 데 특별한 기술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아. 그러나 신석기인들에게는 만들기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는 물건이었지. 그런 사실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있어. 토기 아랫부분에 난 구멍이야.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구멍 같지는 않아. 크기가 비슷하고 깔끔한 것이 일부러 뚫은 게 분명해. 학자들은 토기가 깨져 끈으로 묶어서 사용한 흔적이라고 해. 깨진 토기를 버리지 않고 고쳐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통해서, 당시 토기는 만들기 어려운 귀한 물건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지. 


신석기 시대의 대표 선수, 토기

서울 용산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에 가 본 적 있어? 상설전시장 건물 1층 기다란 복도로 들어서면 오른쪽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선사ㆍ고대관이야. 구석기 시대 유물들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바로 옆방으로 건너가는 순간, 우리는 수십만 년 구석기 시대를 훌쩍 뛰어넘어 어느새 신석기 시대에 도착해 있어. 이 시대 전시실의 대표 선수는 누가 뭐래도 토기야. 다양한 모양의 토기들이 한쪽 벽면에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가운데, 전시실의 정중앙에 떡 하니 서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토기가 있어. 바로 빗살무늬토기야. 토기는 지금 우리 눈으로 보면 ‘먼 옛날 사람들이 사용하던 그렇고 그런 도구’에 지나지 않아. 그러나 우리가 이런 생각을 하면 신석기인들이 서운하게 생각할 거야. 
앞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석기는 물리적 변화로 만든 도구라면 토기는 화학적 변화로 만든 도구야. 석기와 비교할 때 토기는 수준이 전혀 다른 도구지. 
다만, 한 가지 알아 둘 것이 있어. 역사의 무대를 우리나라에서 세계로 넓혀 보면, 도자기가 처음 출현한 것은 구석기 시대 후기야. 돌니 베스토니체의 여인상이 그 무렵에 만들어진 도자기지.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구석기 시대의 도자기가 지금까지는 발견된 적이 없어. 우리나라 최초의 도자기는 신석기 시대의 것이야. 
그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석기 시대 토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 발견되었어. 1959년 가나가와 현 요코스카 시의 한 조개무지에서 발견되었는데, 무려 1만 2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오래된 것이었지. 일본인들은 이 토기를 ‘조몬 토기’라고 불렀어. 토기 표면에 새끼줄 무늬가 새겨져 있어서 한자로 ‘승문(繩文)’ 토기라 하는데, 일본어로는 ‘조몬’이지. 무늬를 새겼다는 점에서 빗살무늬토기와 비슷하지?

토기 밑바닥이 뾰족한 까닭
이 빗살무늬토기를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일어. 밑바닥이 왜 이렇게 뾰족할까? 대부분의 책에서는 신석기인들은 주로 강가나 바닷가에서 살았는데 땅바닥이 주로 모래로 되어 있으니, 묻어 세워 두기 좋게 밑바닥을 뾰족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설명하고 있어. 하지만 여전히 납득이 잘 안 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잔뜩 진열되어 있는 토기들을 보면 바닥이 뾰족한 것도 있지만 편평한 것도 있거든. 바닥이 편평한 토기는 왜 있는 걸까? 궁금한 점이 또 하나 있어. 바닥을 편평하게 하면 모래 위에 놓아 둘 때 토기가 더 잘 쓰러질까?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아. 가늘게 뽑은 점토를 둥글게 감아 만드는 토기 제작의 특성상, 바닥이 뾰족한 토기가 만들기도 쉽고 내구성도 더 좋았을 것 같아. 반면, 바닥이 편평한 것은 바닥면을 따로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고, 바닥과 몸통이 수직으로 붙어야 해서 접착력이 약했을 것 같아. 그래서 바닥이 편평한 것을 만들고 싶어도 기술이 모자라서 바닥이 뾰족한 토기를 먼저 만들기 시작한 것 같아. 그리고 기술이 나아지면서 점차 바닥이 편평한 토기의 제작을 늘려 나간 거라고 짐작돼. 빗살무늬토기를 보면서 나만의 학설을 주장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구나.

/자료 제공=‘세계사를 담은 도자기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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