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 장벽

마라탕 돌풍의 흑과 백
여러분, 혹시 마라탕 좋아하나요? 마라탕은 입이 마비될 만큼 저리고 매운맛을 지닌 중국의 국물 요리예요. 한자로 마(麻)는 ‘저리다’ 혹은 ‘마비되다’라는 뜻이고, 라(辣)는 ‘맵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중국요리가 한 5~6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매운맛을 좋아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마라 라면, 마라 치킨, 마라 떡볶이, 마라 닭발, 마라 부대찌개 등 수많은 ‘마라’ 음식이 생겼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마라탕이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 수많은 식당 사장님들이 ‘마라탕 식당을 하면 큰돈을 벌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렇게 마라탕 식당을 연 사장님들은 실제로 큰돈을 벌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답니다. 왜냐하면 마라탕 식당이 생겨도 너무 많이 생겼거든요. 배달 앱을 켜도 마찬가지고요.
마라탕 식당을 해도 큰돈을 벌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답니다. 마라탕이라는 게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 아니거든요. 레시피와 재료만 있으면 전문적인 기술은 딱히 필요 없죠. 그러니 아무리 음식이 인기를 끌어도 식당이 우후죽순처럼 생겨 경쟁이 치열해지니 큰돈을 벌기 어려운 거예요. 

 

진입 장벽이 성패를 가른다
경영학에는 진입 장벽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영어로는 ‘barriers to entry’, 즉 어떤 분야에 진입(entry)하려고 할 때, 그것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barrier)을 뜻하지요.
진입 장벽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입 장벽이 높은 경우보다 낮은 경우를 먼저 생각해 보면 쉬워요. 예를 들어 사업에 성공해 큰돈을 벌겠다는 꿈을 품고 동네에 편의점을 차렸다고 해 보죠. 과연 큰돈을 벌 수 있을까요? 절대 쉽지 않죠. 왜냐고요? 마라탕 식당과 비슷한 이유예요. 내가 차린 편의점의 장사가 잘될 수는 있죠. 하지만 이럴 경우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은 내 편의점 옆에 다른 편의점이 생기는 거거든요. 이렇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사업을 ‘진입 장벽이 낮은 산업’이라고 부른답니다. 
반대로 진입 장벽이 높은 산업으로는 콜라 산업을 꼽을 수 있어요. 콜라는 콜라나무 열매에 물과 탄산, 설탕을 섞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죠. 그런데도 코카콜라는 이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절대 강자의 위치에 올라 있어요. 왜일까요? 세계 수많은 음료 기업들이 코카콜라의 맛을 흉내 내려고 했지만 한 곳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코카콜라만의 맛을 내는 비결은 ‘7X’라고 불리는 신비한 원료라고 해요. 코카콜라에 고작 1% 정도 들어간다고 하지요. 문제는 이 7X를 만드는 방법을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코카콜라는 100년이 넘는 역사 동안 7X의 비법을 공개한 적이 없답니다. 이 비법을 잘 관리해 다른 회사들이 자기 제품의 맛을 흉내 낼 수 없도록 한 것이에요. 이 비밀 하나로 콜라 시장의 진입 장벽을 엄청나게 높여 놓은 거죠. 만약 여러분이 사업을 한다면 마라탕이 쉬울까요, 콜라가 쉬울까요?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 그리고 그린 오션
이와 관련한 경제학 용어를 두 개 더 살펴보죠. 바로 레드 오션(red ocean)과 블루 오션(blue ocean)이에요. 레드 오션이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을 뜻해요. 경쟁이 얼마나 심한지 참여자들이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질 정도라 ‘붉은 바다(red ocean)’라는 용어가 만들어졌죠. 경제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레드 오션은 바로 치킨 시장이에요. 사실 치킨이란 게 튀김 기계와 기름, 닭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잖아요. 그러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따라서 사업에 성공하기가 어렵죠.
반면에 블루 오션은 경쟁자가 많지 않아 사업에 성공하기 아주 쉬운 시장을 뜻해요. 푸른 망망대해라는 뜻으로 이런 이름이 붙었죠. 코코카콜라도 블루 오션의 대표적 사례지만 다른 예를 들자면 첨단 기술 분야에 이런 블루 오션이 많아요. 요즘은 기술 하나만 잘 개발하면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잖아요? 그만한 기술력을 가진 경쟁자들이 많지 않으니까요. 만년 2위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스마트폰 기술 하나로 세계적인 기업이 된 애플이 블루 오션을 개척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어요. 물론 이후 삼성이라는 라이벌 기업이 등장하긴 했지만,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인 기기를 개발한 뒤, 그 분야에서 독보적인 디자인과 기술로 세계 정상을 다투는 애플은 블루 오션의 개척자라 할 만하죠. 게다가 요즘은 삼성까지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청난 기술력을 발휘하는 바람에 제3, 제4의 업체가 이 둘을 뚫고 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렇다면 당연히 많은 기업들이 블루 오션을 개척하려고 애를 쓰겠죠?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진입 장벽을 높일 수 있을까요?
해답은 남들이 절대 흉내 낼 수 없는 강력한 독창성을 갖는 데 있어요. 코카콜라나 애플처럼 독창적인 제품은 진입 장벽이 높아 어지간해서는 레드 오션에 빠지지 않거든요. 남들이 따라 하지 못하는 나만의 독창성을 통해 진입 장벽을 높이는 경쟁이야말로 바로 기업들의 성패를 정하는 결정적 요소인 셈이죠.
그린 오션(Green Ocean)이라는 전략도 있어요. 그린 오션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파는 시장을 뜻해요. 요즘 환경 문제에 관심이 큰 소비자들이 꽤 많이 있거든요.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물건 하나 살 때에도 친환경 제품을 고르는 세심한 소비자를 겨냥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죠. 이런 회사들을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에 빗대 ‘그린 오션’에 뛰어든 기업이라고 부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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