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나비에 비하면 별로 매력이 없다고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어떤 나방은 눈부신 외모 덕분에 거미줄에 걸려도 거미가 그냥 놓아줄 정도라니까요. 사실 놓아주는 진짜 이유가 있지만, 그건 뒤에서 설명할게요. 나방은 위장술의 천재예요. 커다란 눈동자나 평범한 나뭇가지, 심지어 똥 덩어리로 보일 때도 있지요. 보통 나방은 꿀이나 즙 같은 달콤한 먹이를 즐겨 먹지만, 드라큘라 백작처럼 피 맛을 즐기는 나방도 있어요. 게다가 입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먹는 나방도 있고요!

나방과 나비
나방은 나비와 매우 가까운 관계예요. 약 2억 5천만 년 전에 같은 조상에게서 나뉘어 진화했거든요. 나방은 나비보다 훨씬 흔해요. 나비보다 10배는 더 많지요.

나방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살아요.

나방과 나비 나방 입에 무슨 일이?
나방은 보통 애벌레 시절에 먹이를 더 많이 먹어요. 나방으로 변하려면 에너지를 많이 쌓아 두어야 하거든요. 나방과 그 애벌레는 먹는 음식도 서로 달라요.

 

▶나방 애벌레는 특히 식물을 즐겨 먹어요. 나방 이름을 들으면 애벌레 시절에 무슨 나뭇잎을 먹고 사는지 알 수 있기도 해요. 참나무산누에나방은 참나무 잎을 먹는 것처럼요.
▶애벌레는 나방이 되면서 씹을 수 있는 입이 사라지고 길고 가느다란 주둥이가 생겨요. 이걸 빨대처럼 써서 꿀 같은 액체 먹이를 빨아 먹지요. 
▶어떤 나방은 주둥이도 입도 없어서 애벌레 단계를 지나면 아무것도 먹지 못해요. 애벌레일 때 많이 먹어 두어야 몸에 쌓인 영양분으로 나방이 된 뒤의 짧은 삶을 배겨낼 수 있지요.
▶꼬리박각시처럼 주둥이가 긴 나방은 공중에서 날면서 꿀을 먹어요. 꽃 위를 붕붕 맴돌며 돌돌 말린 긴 주둥이를 펴서 꽃 한가운데 꿀샘으로 집어넣지요. 다윈박각시는 주둥이가 30cm 자보다 길어서, 열대 지방 꽃의 길쭉한 꿀샘 속으로 쉽게 집어넣을 수 있어요.
▶시베리아에 사는 흡혈나방은 주둥이가 뾰족뾰족한 가시로 뒤덮여 있어서, 동물 피부 속에 집어넣어 혈관에 흐르는 피를 빨아 먹을 수 있지요.
▶어떤 나방은 주둥이를 잠자는 새의 눈꺼풀에 찔러 넣어 눈 속에 있는 소금기 풍부한 눈물샘에 닿기도 해요. 

밀착 취재! 장식나방
장식나방 애벌레는 활나물 비슷한 콩과 식물의 풀잎을 먹고 살아요. 이 식물은 스스로 독소를 만들어 내어 잎이 함부로 뜯어먹히지 않도록 보호하지만, 장식나방 애벌레만큼은 그 독소에 면역이 있어요. 심지어 독을 저장해 두었다가 제 몸을 보호하는 데 쓴답니다! 나방이 되고 나면 날개 아래쪽에 거품이 부글거리는 피가 맺히는데, 이 안에 독이 들어 있지요. 포식자들은 장식나방에게 강한 독성이 있다는 걸 잘 알아서, 장식나방 모습을 기억해 두었다 피하곤 해요.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이 독은 포식자를 물리치는 데만 쓰이는 게 아니에요. 수컷이 짝을 찾을 때도 독으로 매력을 뽐내지요. 독이 없는 수컷은 암컷에게 통 인기가 없답니다.

벌꿀 도둑

탈박각시(해골박각시)는 이름처럼 등 부분에 탈바가지 같은 무늬가 또렷이 나 있어요. 이 나방은 꿀을 좋아해서, 벌집에서 꿀을 훔쳐 먹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지요. 먼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듯한 방법으로 끽끽 거슬리는 소리를 내어 벌들을 정신없게 해요. 벌 냄새 비슷한 물질을 만들어 내어 들키지 않고 몰래 벌집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지요. 무엇보다도 탈박각시는 벌침에 어느 정도 면역이 되어 있어요. 벌집에 들어갔다 두어 번 쏘여도 살아서 도망 나올 수 있지요. 먹이를 구하러 갈 때마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나방은 얼마나 클까?
나방은 마침표만큼이나 작은 것부터 프라이팬처럼 큰 것까지 아주 다양해요. 아틀라스나방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방 가운데 하나인데, 날개 폭이 30cm 자만큼이나 커요. 가장 작은 나방은 피그미나방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몸집이 아주 작고 날개 폭은 3mm밖에 되지 않아요. 이 나방은 전 세계에 살고 있지만, 크기가 너무 작아서 못 보고 지나치기 쉬워요.

 

위장인가, 장식인가?
나방 날개는 복잡한 무늬와 강렬한 색으로 포식자들에게 겁을 주어요. 이렇게 눈에 띄는 날개를 보면 독을 품은 나방일 테니까 피하도록 하는 거지요. 하지만 가끔은 독이 전혀 없는 나방도 복잡한 색과 무늬를 띠곤 해요. 이 교묘한 흉내쟁이 나방은 주변 환경과 비슷해 보이는 보호색 말고 색다른 방식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쓰는 나방 종에서 진화했어요.
▶배얼룩하늘나방은 얼룩덜룩한 갈색 날개를 빨대처럼 둥글게 말고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어요. 그러면 그냥 부러진 잔가지처럼 보이지요.
▶말벌나방은 몸 색깔뿐만 아니라 전체 모습이나 투명한 날개도 말벌하고 정말 닮았어요. 날아다니는 모습마저도 말벌하고 비슷하지요. 
▶박각시를 비롯해 몇몇 나방과 애벌레는 몸에 커다란 눈처럼 보이는 무늬가 있어요.
▶흰숲요정나방은 나뭇잎 등에 웅크린 모습이 꼭 새똥처럼 보여요!

파인애플 향수
은무늬박쥐나방 수컷은 짝을 찾는 시기가 되면 달콤한 파인애플 향을 풍겨요. 암컷이 반할 수밖에 없지요! 

나방의 화장실 이용법!
재주나방을 비롯한 여러 나방은 물웅덩이에 모여들어 물을 꿀꺽꿀꺽 마시곤 해요. 몸집이 작아서 물도 별로 필요 없어 보이는데, 왜 그렇게 많이 마실까요? 바로 물에 조금씩 들어 있는 소금기가 나방에게 이롭기 때문이에요. 마신 물에서 소금기만 남기고 남은 물은 곧바로 엉덩이로 내뿜어 버리지요! 물을 마시는 동안 1분에 20번이나 물을 찍 내뿜는데, 이 강력한 엉덩이 물총은 30cm나 뻗어 나가요. 나비나 나방이 흙탕물이나 진흙 위에 내려앉아 이런 행동을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답니다.

/자료 제공=‘동물 세계 대탐험’(팀 플래너리 글ㆍ최현경 옮김ㆍ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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