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지붕’알프스 산맥의 인기 탐방로가 속속 통제되고 있다. 해발 4807m로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프랑스ㆍ이탈리아)을 비롯해 마터호른(스위스ㆍ이탈리아)과 융프라우(스위스) 등이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는 빙하로 인해 등반 코스를 폐쇄한 것. 만년설 지역의 빙하가 60년 만에 최대폭으로 녹으면서 낙석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기후위기를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바로 빙하가 녹고 있다는 것이다. 빙하가 녹아내리면 왜 위험할까? ‘얼음 덩어리’빙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자.

△알프스 빙하, 60년 만에 최대폭 소실
알프스 지역 빙하들이 올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지난 겨울 적설량이 부족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여름엔 최악의 폭염까지 찾아왔기 때문이다. 스위스 빙하감시센터 등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알프스 최대 규모인 ‘모테라치 빙하’는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고 있다. 6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만년설ㆍ얼음층 두께는 200m 정도 얇아졌고, 빙하에서 시작돼 하부 계곡 쪽으로 쭉 내미는 형태의 ‘빙하설(舌)’은 3㎞가량 짧아졌다.

다른 빙하들도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그랑에르트 빙하’는 올해 누적 적설량이 1.3m에 그치고 있다. 과거 20년간 연평균 적설량은 3.3m 수준이었다.
히말라야의 빙하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인도 카슈미르 지역 빙하는 만년설이 봉우리 상단에만 간신히 남아 있다. 빙하는 겨울철 적설량이 많아야 여름철을 버텨낼 수 있다. 흰 눈은 태양 빛을 상당 부분 반사하는 방식으로 빙하에 ‘보냉 효과’를 제공한다. 녹아버린 빙하에 얼음을 공급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온난화 탓에 만년설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알프스 산맥의 평균기온은 최근 10년 만에 0.3℃ 상승했다. 이는 전 세계 평균기온 상승속도의 2배.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100년 알프스의 빙하 80%가 사라진다는 전망도 나온다.

△빙하가 녹으면 위험한 이유?
빙하는 오랜 기간 쌓인 눈이 얼음덩어리로 변한 것이다. 즉, 육지를 덮고 있는 두꺼운 얼음층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 남극 빙하와 히말라야 산맥과 같은 산악 빙하가 대표적이다. 그린란드는 육지의 85%가 빙하로 이뤄져 있다. 특히 이곳 빙하는 기후변화의 지표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 빙상이 모두 녹을 경우 지구 해수면이 6m 오르고, 남극까지 녹으면 60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린란드 빙하


해수면 높아지며 보금자리 줄어들어
남ㆍ북극 생물들도 생존 위협 내몰려

해양 및 기후 전문가들은 해수면이 1㎝만 높아져도 600만 명이 삶의 보금자리를 잃는다고 본다. 빙하가 녹으면 북극곰과 펭귄 등 남북극의 생물들도 사냥터와 서식지를 잃고 생존 위협에 내몰리게 된다. 빙하 속 잠들어있던 바이러스가 밖으로 나오게 되면서 각종 병도 전염시킬 수 있다. 북극에는 얼음 밑에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메탄가스가 많다. 그런데 얼음이 녹으면 이 가스가 밖으로 나오게 되고 지구는 더 뜨겁게 된다. 

△빙하, 빙상, 해빙, 빙산은?
극지방의 얼음덩어리는 크게 ‘빙하’와 ‘해빙’으로 구분된다. 그중 빙하는 민물로 이뤄진 얼음덩어리, 해빙은 바닷물이 얼어서 만들어진다. 지구는 민물의 80%를 빙하 형태로 담고 있다. 빙하는 완전히 육지에 있느냐, 일부가 바다에 떠있느냐에 따라 각각 ‘빙상’과 ‘빙붕’으로 나뉜다. 즉, 빙상은 육지 위에 펼쳐진 얼음덩어리다. 면적이 5만 ㎢ 이상인 얼음 평원으로 남극과 그린란드, 아이슬란드의 빙상이 손꼽힌다. 이 빙상이 녹으면 해수면은 빠르게 높아지게 된다. 반면, 빙붕은 육지로부터 이어져 일부가 바다에 떠있는 두께 300~900m의 얼음덩어리를 말한다. ‘빙상의 보호막’역할을 한다. ‘빙산’은 빙하에서 떨어져 나와 떠다니는 얼음 조각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빙산은 일부에 불과하며 90% 정도는 물에 잠겨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표현이 여기서 유래됐다. 참고로‘B-15’빙산에서 B는 남극의 어느 부분에서 얼음이 떨어져 나왔는지, ‘15’는 하늘에서 관측한 몇 번째 얼음덩어리인지를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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