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불빛을 밝히고 있는 가로등과 조명등. 이들 인공조명과 불빛으로 인한 피로감과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빛 공해로 서울 등 전국에서 접수된 민원은 2019년 6605건에서 2022년 7574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경기도의 경우도 2022년 기준 빛 공해 민원이 역대 최대 수치(155건)를 기록했다. 빛 공해와 이로 인한 피해, 빛 공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움직임을 들려준다. 빛 공해 지수가 낮은 곳도 안내한다.

△빛 공해

빛 공해(Light Pollution)는 가로등과 같은 인공 볼빛이 밤하늘을 밝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정도에 지나친 조명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이다. 국제천문연맹에 따르면 자연 상태의 밤하늘에 비해 10% 이상 밝은 상태를 빛 공해로 규정하고 있다. 빛 공해 민원으로는 과도한 불빛으로 인한 수면장애와 생활 불편이 가장 많다. 눈부심과 농작물 피해(식물의 비정상적 생장)도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세계 2위 빛 공해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2016년 조사이긴 하지만 당시 국토의 89.4%가 빛 공해에 드러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1위는 90.3%인 이탈리아였다. 

△빛 공해로 인한 문제
빛 공해는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자연 생태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수면을 방해하거나 생활에 불편을 주고, 눈의 피로를 높인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 큰 해로움을 줄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숙면을 해야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밤에는 잠을 유도하는 멜라토닌이 나온다. 이것이 충분해야 깊은 잠에 들 수 있다. 하지만 멜라토닌은 빛에 민감한다. 작은 스탠드 불빛(10룩스)에만 노출돼도 분비량이 확 줄어든다. 국제암연구기구는 빛 공해를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볼 수 있다고 인정했다. 최근엔 가로등이 벌과 같은 곤충과 식물, 동물의 개체 수 감소를 불러 일으킨다는 연구결과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도심의 빛 공해 탓에 각종 곤충과 새가 낮과 밤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몸에서 빛을 내는 반딧불이도 지나친 빛 공해로 인해 번식에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새들 역시 빛 공해로 딱딱한 건물 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도심이나 관광지의 나무에 설치된 야간 조명의 경우 나무에 빛 공해로 작용할 수 있어 정상적인 생육을 위해 야간에는 6시간 이하로 조명을 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공 불빛 줄이는 방법

우리 주변의 빛 공해 환경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있다. 우선 사용하지 않은 조명을 끄면 에너지 절약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밤에는 블라인드와 커튼을 사용해 빛이 새나가지 않도록 한다. 빛 가리개(차광막)를 사용해 조명이 아래쪽을 향하게 한다.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TV에서 나오는 블루 라이트는 몸에 해롭다. 
최근에는 인공조명을 줄여 생태계를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철새들이 이동하는 자정에서 오전 6시까지 도시의 불을 끄거나 밝기를 낮추는 ‘필라델피아에서 불을 끄자’라는 캠페인이 열리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해 관리하거나 심야 소등(불을 끔)과 밝기 조절 등에 나서고 있다.

빛 공해 없는 청정지역 '여기'

빛 공해로 밤하늘이 밝아지면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라면 2040년에는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 10개 중 6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빛 공해로부터 안전한 곳이 있다. 경북 영양군 국제밤하늘보호공원은 국제밤하늘협회(IDA)가 2015년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빛 공해가 없는 국제밤하늘보호공원으로 지정한 곳이다. 전남 신안군 자은도 1004뮤지엄파크 안 양산해변도 빛 공해 지수가 전국에서 낮은 곳 중 하나다. 그 때문에 최근 별 관측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평균 해발고도 900m의 고원도시인 강원도 태백도 별 보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시는 그 장점을 살려 ‘은하수 여행지’라는 도시 브랜딩을 하고 있다. 
한편, 전국에는 100여 개의 천문대가 운영 중이다. 인천 강화도의 폐교(강후초등) 건물도 천문과학관으로 탈바꿈해 다음 달 개관 예정이다. 강원 영월 별마로천문대, 경기도 양평 중미산천문대, 강원도 화천 조경철천문대, 충남 청양 칠갑산천문대도 별을 좋아하는 사람이 즐겨 찾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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