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과학(SF) 소설 속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AI(인공지능)가 이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실현되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 AI 활용이 점점 많아지는 가운데 최근 미술계에서 AI를 이용한 작업을 선보이는 전시가 잇달아 열려 눈길을 끈다. 이안 쳉, 노상호, 필립 파레노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몰입형 전시도 어느덧 예술의 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로봇배우가 나오는 연극 ‘천 개의 파랑’도 다음 달 개막한다. 

 

△AI 및 몰입형 전시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에서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 필립 파레노의 개인전 ‘보이스((VOICES)’가 7월 7일까지 이어진다. 야외에 들어선 13m 높이의 설치 작품 ‘막’이 전체 전시를 조율하는 게 특징이다. AI가 수집한 데이터가 언어와 목소리가 되어 야외 데크부터 로비까지 총 6개 공간을 지휘(?)한다. 
이안 쳉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작업으로 인간 존재와 의식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져 온 작가다.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 갤러리에서 4월 13일까지 열리는 ‘사우전드 라이브즈’는 AI로 구동되는 게임을 만들어 관람객이 개인화된 감상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챌리스의 애완 거북이 ‘사우전드’(Thousand)의 일상을 가상 현실로 소개한다.
서울 원서동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노상호 작가의 개인전 ‘홀리’(Holy)가 4월 20일까지 이어진다. 가장 자주 보이는 이미지는 ‘불타는 눈사람’이다. 현실 세계에서는 실현될 수 없지만 사실적으로 묘사돼 신비하면서도 기이한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AI가 만든 오류가 작가에겐 예술적 영감인 셈이다. 
서울 여의도 63빌딩 로비에는 아나돌의 작품 ‘머신 시뮬레이션: 라이프 앤 드림스-희로애락’이 설치됐다. 행복을 느낄 때 나타나는 뇌파를 비롯해 불꽃놀이, 한국 전통음악, K팝 뮤직비디오 등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은 4월 AI를 소재로 한 ‘예측(불)가능한 세계’전을 시작한다. 이안 쳉과 김아영 등 작가 8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몰입형 전시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제주 성산에 자리한 빛의 벙커에서는 몰입형 예술전‘샤갈, 파리에서 뉴욕까지’가 22일 개막한다. 독창적인 색채와 화풍을 선보인 샤갈의 작품이 빛과 음악, 첨단 디지털 기술을 통해 독특한 전시로 재탄생했다. 음악 소리에 맞춰 전시장 안의 벽과 바닥에 작품이 사방으로 투사돼 관람객에게 강렬한 느낌을 안겨준다. 서울 강동구 라이트룸 서울에서 5월 31일까지 열리는 개관전 ‘데이비드 호크니: 비거 앤드 클로저’도 또 다른 차원의 몰입형 예술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바닥까지 5개 면을 한꺼번에 스크린으로 사용해 관객이 호크니의 그림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호크니가 직접 전시 기획에 참여한 것도 눈에 띈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클리블랜드미술관이 소장한 ‘칠보산도(七寶山圖) 병풍’을 디지털 영상으로 표현한 전시를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선보인다. 함경북도 명천에 있는 칠보산은 ‘작은 금강’으로 불린다. 전시는 과거 조선 땅에 살았던 선비가 칠보산으로 떠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국립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5월 26일까지 마련되는 한국 전시는 폭 22m, 높이 4.7m의 대형 디지털 화면을 통해 낮과 밤, 날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칠보산의 모습을 생생히 표현했다.

△로봇이 등장하는 공연과 실감 극장
국립극단이 로봇 배우가 나오는 연극 ‘천 개의 파랑’을 처음 무대에 올린다. 4월 4~2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SF 소설이 원작이다. 특별제작된 145㎝ 크기의 로봇이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를 연기한다. 이 로봇은 조명 장치를 제어할 때 쓰는 신호를 받아 상반신과 팔ㆍ손목ㆍ관절을 움직일 수 있다.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안 ‘별별실감극장’은 공연예술과 미디어아트를 융합한 체험관. 전시관 바닥과 벽면을 채우는 몰입형 실감 영상으로 극장의 공연 콘텐츠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예컨대 ‘호두까기 인형’에서는 ‘눈의 나라’등의 장면을 선보인다. 로비의‘별별체험존’은 증강현실 등의 기술을 활용해 무대 위 주인공이 되어보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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