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은행나무와 비슷하고, 돈을 투자하는 것은 은행나무 키우기와 비슷해. 은행 열매를 심어 키우는 것처럼 돈을 써 버리지 않고 어딘가에 투자하면, 나중에 크게 불어날 수 있거든. 이렇게 투자한 돈은 마치 수백 년을 사는 은행나무처럼 점점 규모가 커져 큰 자본이 되기도 해. 그런데 번 돈을 차곡차곡 모으기만 해서는 재산을 불리기가 어려워.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하고, 우리 사회가 잘 움직이려면 적절한 투자가 필요해. 이 코너를 통해 투자와 주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자본가의 등장
기원전 3천 년경 지금의 이라크 땅에는 수메르 사람들이 살았어. 수메르는 기록이 남아 있는 인류 최초의 문명이야. 수메르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쐐기 문자로 점토판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새겨놓았어. 왕들이 전쟁을 치르며 나라를 다스린 이야기도 자세히 기록했지. 
이 기록에 따르면, 초기에는 주로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왕이 되었어. 그리고 넒은 땅을 지키기 위해 전쟁도 했지. 땅 주인은 땅에서 나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군사들에게 나눠 주며 충성하도록 만들었어. 군사들의 가족은 그 땅에서 농사를 지었어. 거두어들인 농작물을 땅 주인에게 바치고, 그중 일부를 가져와 먹고살았지. 몇몇 땅 주인은 영토를 넓혀 가며 하나의 국가로 성장시켰어. 그리고 나라를 지키는 데 공을 세운 군인들에게 땅을 나눠 주기도 했지. 이들은 점점 더 많은 것을 가진 귀족이 되었어. 
이렇게 해서 왕과 귀족만이 땅을 가지는 제도가 생겨났고, 이 제도는 오랫동안 유지되었어. 

18세기가 되자 유럽에서는 증기기관이 발명되었어. 사람보다 몇 십 배나 힘이 센 증기기관은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지.

이때까지는 농사지을 땅이 많은 왕과 귀족이 권력을 가지고 있었어. 하지만 증기기관과 함께 나타난 자본가들은 차츰 왕과 귀족의 힘을 빼앗아가기 시작했어. 자본이란 장사나 사업을 할 때 밑천이 되는 돈을 뜻해. 그리고 자본가란 이런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야. 
자본가는 가지고 있는 돈으로 공장을 세워 많은 물건을 만들어냈어. 공장은 증기기관으로 움직였지. 증기기관 덕분에 많은 물건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어. 공장뿐 아니라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배나 자동차도 생겨났어. 덕분에 만든 물건을 먼 곳까지 실어다 팔 수 있었고 자본가들은 더 큰돈을 벌기 시작했지. 

농사지은 쌀이나 과일, 직접 기른 가축을 시장에 가져가 맞바꾸는 물물교환은 어느새 사라졌어. 자신이 직접 생산한 것을 팔아 돈을 벌고, 이 돈으로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사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시장에서 파는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어. 귀족의 지배를 받으며 힘들게 농사를 짓기보다는 도시의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지. 그곳에서 돈을 벌면 귀족에게 바칠 필요 없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마음대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야. 땅보다는 땅을 살 수 있는 돈이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어. 아무리 왕이라 해도 돈이 없으면 무기도 구할 수 없고, 군인들에게 월급도 줄 수 없었지. 오히려 공장을 돌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자본가들이 더 부자였지. 어떤 자본가들은 힘을 합해 커다란 배를 만들어 외국에서 금과 은, 향신료를 실어왔어. 그리고 이런 물건들을 비싼 값을 받고 팔면서 점점 더 부자가 되었어.

많은 사람들은 왕과 귀족보다 자본가의 힘이 더 세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어. 

그리고 돈을 잘 투자하면 돈이 스스로 일을 해 불어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 자본은 밑천이 되어 또 다른 돈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기 때문이야. 18세기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작가인 볼테르도 자본의 힘을 일찍 알아차린 사람들 중 하나였어. 볼테르는 평민으로 태어났어. 하지만 부유한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린 시절 좋은 학교에 다니며 귀족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지. 또 총명하고 글재주가 뛰어나 20대에 이미 유명한 작가가 되었어. 
이렇게 성공의 길을 걷던 볼테르가 서른 살이 된 어느 날, 어떤 귀족으로부터 참기 어려운 말을 들었어. 그 내용을 한 마디로 줄이면, ‘이 천한 평민 놈아!’라는 것이었지. 프랑스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자부했던 볼테르가 단지 평민이라는 이유로 험한 말을 듣자,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어. 그래서 지지 않고 맞받아쳤지. 
“두고 봐. 이제부터 난 더 성공할 거야. 하지만 너처럼 신분만 믿고 잘난 척하는 귀족 녀석은 곧 망하고 말 거다.”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귀족은 하인들을 보내 볼테르를 마구 때려 주었어. 볼테르는 억울하게 맞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어. 당장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했지. 당시 결투는 목숨을 건 싸움이었어. 누군가 한 사람이 죽어야 끝났기 때문이야. 
그런데 귀족은 싸움엔 자신이 없었나 봐. 결투를 받아들이는 대신 볼테르를 프랑스에서 쫓아내기로 마음먹었어. 비겁하게 다른 귀족들을 부추겨 볼테르를 죄인으로 몰아갔지. 그들이 주장한 볼테르의 죄는 평민인 주제에 감히 귀족에게 결투를 신청한 것이었어. 당시에는 신분 차별이 심했기 때문에, 귀족의 미움을 받은 볼테르는 프랑스를 떠나야 했어. 
영국으로 간 볼테르는 억울했지만, 힘을 냈어. 앞으로는 자본을 많이 가진 사람이 신분이 높은 사람보다 더 권력을 가지게 될 거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야. 그래서 자신이 가진 돈을 잘 투자해 많은 돈을 벌기로 마음먹었어. 우선 은행가들과 친하게 지내며 좋은 정보를 얻은 뒤, 이곳저곳에 투자하며 자본을 불려나갔지. 주로 주식과 무역에 투자해 큰돈을 벌었고, 복권에도 여러 번 당첨되었어. 드디어 부유한 자본가가 된 볼테르는 프랑스로 돌아와 페흐네라는 작은 마을의 땅을 사들였어. 당시 이 마을의 인구는 50명 정도였다고 해. 그런데 볼테르가 이곳에 여러 개의 공장을 지으며 투자를 계속하자, 인구가 차츰 늘어 큰 도시가 되었지.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볼테르의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었어. 물론 그 사이에 볼테르의 자본은 다시 한 번 크게 불어났어. 볼테르는 평민으로 태어났어도 자본을 잘 굴리면 귀족보다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었어. 그리고 인간은 누구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상가로서도 존경을 받았지. 프랑스 사람들은 볼테르가 죽은 뒤에도 그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신분제도를  없애는 혁명을 일으켰어. 당시 프랑스 시민들이 꿈꾼 사회는 누구나 부지런히 일을 해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하면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었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자본주의 사회는 모두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자료 제공=‘교양 꿀꺽 주식과 투자로 어떻게 돈을 불릴까’(유윤한 지음ㆍ이창우 그림ㆍ봄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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