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로마의 양식을 접목하다
1770년대에는 ‘재스퍼웨어’라는 새로운 도기를 만들었어. 표면에 넣는 무늬가 그리스 도기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의 내용을 담은 것이 많았지. 앞에서 봤던 암포라처럼 말이야. 

‘재스퍼웨어’가 유행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어.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이탈리아의 폼페이가 흙과 돌에 파묻힌 적이 있었어. 이 유적이 1592년에 처음 발견되고, 150년 뒤인 1748년 대대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는데, 이때 고대 그리스 로마의 유물이 엄청나게 많이 발견되었어. 이때의 발굴로 유럽에서는 ‘신고전주의’ 양식이 등장했지. 신고전주의란 쉽게 말하면 고대 그리스 로마의 예술 양식을 따르자는 거야. 그런 움직임을 도자기 생산에 접목하려고 시도한 사람이 바로 웨지우드였지. 
웨지우드가 한번은 리버풀에 볼일을 보러 간 적이 있는데, 이때 무리를 했는지 어렸을 때 천연두로 약해진 다리의 상태가 더 나빠졌어. 어쩔 수 없이 다리가 나을 때까지 쉬어야 했는데, 그 시간이 전화위복이 되었어. 이때 토머스 벤틀리라는 사업가와 만났는데, 그는 이탈리아 고대 유적 투어를 다녔고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에 대해서도 해박한 사람이었어. 웨지우드는 그를 통해 신고전주의를 받아들였고, 그와 함께 새로운 도자기 개발을 시도했지. 웨지우드는 이탈리아의 나폴리에 영국 대사로 가 있는 해밀턴 경의 도움도 받았어. 그는 고대 그리스 로마 유물 수집가로 영국인들 사이에 유명한 사람이었지. 웨지우드는 해밀턴 경의 집에 가서 고대 유물들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곤 했어.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시킨 것이 재스퍼웨어야. ‘재스퍼’란? 푸른 도기의 바탕 위에 하얀 돌로 무늬를 수놓아 돋을새김 같은 효과를 내는 거야. 무척 세련되고 우아하지.
재스퍼웨어 중에서 특히 유명한 것이 포틀랜드 꽃병이야. 여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어. 해밀턴 경은 유리로 만든 꽃병을 하나 구입했어. 서기 1세기경에 만들어진 거야. 이탈리아 교황 가문에서 150년 동안 소장하고 있던 아주 고귀한 유물이었지. 해밀턴 경은 이 꽃병을 영국 포틀랜드 공작 부인에게 팔았어. 그래서 ‘포틀랜드 꽃병’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 

웨지우드는 포틀랜드 공작 부인에게 이 꽃병을 빌렸어. 이걸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4년을 매달렸고 1790년 재현에 성공했지.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재스퍼 포틀랜드 꽃병’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웨지우드는 더욱 큰 명성을 쌓았어. 앞서 이야기했던, 매카트니가 건륭제에게 선물로 가져간 도자기 일곱 점이 바로 웨지우드의 재스퍼웨어였고, 그중에는 ‘재스퍼 포틀랜드 꽃병’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해. 유럽 최고의 전통문화와 선진 기술을 결합해 새롭게 탄생시킨 도자기였으니, 청나라 황제에게 당당하게 자랑하고 싶지 않았을까? 

세상을 바꾼 도자기 목걸이 메달

웨지우드가 새로운 도자기를 끊임없이 창조해 내고, 경영과 마케팅을 혁신할 수 있었던 건 언제나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 대표적인 것이 ‘만월회(Lunar Society)’야. 늦은 밤에도 다닐 수 있는 보름달 뜨는 저녁에 하는 모임이라는 뜻인데, 여기에서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어. 증기기관을 산업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제임스 와트(1736~1819), 천왕성을 발견한 윌리엄 허셜(1738~1822),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래즈머스 다윈(1731~1802) 등이 웨지우드가 함께 교류한 회원들이야. 
웨지우드는 자신의 딸을 이래즈머스 다윈의 아들과 결혼시켜 사돈지간이 되었어. 두 자녀가 낳은 아들이 바로 찰스 다윈이지. 찰스 다윈은 세계 일주를 하고 <<종의 기원>>을 출판하고 진화론을 세우는 과정에서 외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유산의 도움을 받았다는구나. 
웨지우드는 노예해방을 주장한 사업가이기도 했어. 1787년 자신의 주장을 담은 목걸이 메달을 도자기로 만들어 널리 배포하기도 했지. 이 사진을 봐. 흑인 노예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하늘을 보며 절규하고 있어. 그런데 손과 발이 모두 쇠사슬로 묶여 있구나. 웨지우드는 노예의 모습을 새기고, 이 노예가 하늘을 쳐다보며 하고 있을 것 같은 말을 다음과 같이 새겨 넣었어. 
“나는 사람도 형제도 아닙니까?”
웨지우드는 이 목걸이 메달을 영국의 사회 지도층에게 무료로 제공했을 뿐 아니라 벤저민 프랭클린에게도 보내서 미국의 노예제 폐지에 커다란 자극제 역할을 했어. 영국 도자기 사업가였던 웨지우드. 그가 만든 도자기에는 대항해시대 유럽과 아시아의 교역, 산업혁명과 기술혁신, 노예제 폐지 등 세계사를 바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이렇게나 많이 담겨 있구나. 

/자료 제공=‘세계사를 담은 도자기 이야기’(강창훈 지음ㆍ웃는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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