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위조 화폐 이야기

“세계 최초로 주화를 만들어 사용한 것이 리디아 사람들이라고 했지? 이때가 기원전 7세기경이니 인류가 화폐를 만들어 사용한 지가 어느덧 2천 7백 년쯤 되었네. 화폐 위조의 역사도 화폐의 역사만큼 오래되었단다. 역사 기록을 보면 기원전 540년쯤부터 화폐 위조범이 나타나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화폐의 역사는 화폐 위조범과의 투쟁의 역사’라는 말도 있어. 화폐 위조범 때문에 화폐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에 위조 화폐를 만드는 사람을 사형에 처했어.
12세기에 영국의 헨리 1세는 위조 화폐가 많이 나돌자 조폐 기관 직원들을 의심했어. 그래서 직원 100여 명의 손목을 잘라 버렸다는구나. 어떤 나라에서는 화폐 위조범을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기도 했어.”
세라가 이맛살을 찌푸렸습니다.
“지폐가 나오기 전에는 주화를 사용했죠? 화폐 위조범들이 주화를 어떻게 위조했나요?”
“옛날에 서양에서는 화폐를 대부분 금이나 은으로 만들었지. 따라서 위조 화폐는 금이나 은의 함유량을 줄이는 형태로 나타났어. 이런 경우에는 무게를 달아 보면 가짜를 알아낼 수 있었지. 17ㆍ18세기에는 처벌이 두려워 주화 가장자리를 조금씩 깎아내는 사람들이 생겨났어. 이들은 깎아낸 조각을 녹여 진짜 금화를 만들었지. 그러자 이것을 막으려고 주화를 만들 때 가장자리에 톱니바퀴 모양을 새겨 넣게 되었단다.”
“아, 그랬군요. 우리나라 주화 가운데도 오백 원짜리, 백 원짜리, 오십 원짜리 주화는 가장자리에 톱니바퀴 모양을 새겨 넣었죠?”
“그렇단다. 너희들은 이 톱니바퀴의 수가 몇 개인지 아니? 오백 원짜리 주화는 120개, 백 원짜리 주화는 110개, 오십 원짜리 주화는 109개의 톱니바퀴가 새겨져 있어.”
“정말요? 지금 세어 볼까요?”
창희는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백 원짜리 주화를 꺼냈습니다. 그러자 돈귀신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15세기와 16세기에는 유럽에서 고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왕족이나 귀족들이 그리스ㆍ로마 화폐를 많이 수집했어. 하지만 당시에 위조된 고대 화폐가 많이 나돌았는데, 위조 화폐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아니? 테라코타나 회반죽으로 진짜 주화의 주형을 만들고, 여기에 높은 온도에서 녹인 금속을 부어 위조 주화를 만들었지. 그런데 남들을 완벽하게 속이려고 마차의 차축과 연결시킨 통에 쇠붙이와 함께 위조 주화를 넣은 뒤 마차를 몰고 다니는 거야. 그러면 주화가 긁히고 닳아서 아주 오래 전에 만든 것처럼 보였지.”
“양심도 없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옛날에 가짜 돈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죠?”
“물론이지. 조선 시대에 상평통보가 만들어져 쓰이기 시작할 때는 이 엽전을 위조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타났어. 이렇게 만들어진 돈을 ‘사주전’이라 하는데, 설악산 근처에 있는 점봉산에는 바위굴 속에 숨어 사주전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단다. 사주전을 만든다는 소문이 돌아 ‘점봉산 돈 닷돈, 점봉산 돈 닷 돈’이라는 노랫말까지 생겨났고, 결국 관가에 알려져 일당이 모두 붙잡혔어. 결국 이들은 위조 화폐를 만든 죄로 사형을 당하고 말았지.”

 

“조선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군요. 지폐가 나왔을 때도 지폐를 위조한 사람들이 있었나요? ”
“주화보다 지폐를 위조한 사람들이 훨씬 많았어. 특히 19세기에 와서 작은 은행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은행권 지폐를 위조한 가짜 돈들도 급격하게 늘어났지.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니? 독일 나치스의 히틀러가 위조지폐를 만들어 뿌렸단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었죠? ”
“히틀러는 영국과 미국 등의 연합국과 전쟁을 하면서 무서운 음모를 꾸미기 시작했어. 그것은 위조지폐를 잔뜩 만들어 뿌려 영국 및 미국의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것이었어. 위조지폐국에 불려온 사람들은 화가, 인쇄공, 은행 직원 출신인 여러 나라의 포로들이었어. 이들은 비밀리에 먼저 영국 화폐인 파운드화를 위조하는 작업을 시작했어. 이 지폐들은 영국의 식민지를 비롯하여 중립국 도시들에 유통되었어. 이로 인해 영국은 꽤나 골치를 앓았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에는 영국의 화폐 가운데 위조지폐가 절반이나 차지했거든. 그래서 영국 은행에서는 모든 돈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해 10파운드 및 5파운드 지폐를 무효 처리했단다.”

 

세라가 물었습니다.
“달러화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돈이죠? 그럼 위조지폐도 그만큼 많이 유통되고 있겠네요? ”
“그렇지. 지금 세계에서 유통되는 달러의 10퍼센트쯤 되는 돈이 위조되고 있고, 그 가운데 10퍼센트쯤 되는 달러가 실제로 유통되고 있다는구나.”
창희와 세라는 놀라서 입이 벌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위조지폐가 만들어져 유통된 적이 있나요?”
“물론이야. 평균적으로는 해마다 1만 장이 넘는 위조지폐가 발견되었지.”
창희가 물었습니다.
“위조지폐가 그렇게 많이 만들어진다면 위조하기 어렵게 지폐에 위조방지 장치를 넣어야 하지 않나요? ”
돈귀신이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창희를 한국조폐공사 직원으로 채용해야겠는걸. 모든 지폐에는 위조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장치가 들어 있어. 우리나라 만 원권 지폐만 보더라도 앞면 왼쪽이나 뒷면 오른쪽 빈 공간에 숨은 그림이 있어. 불빛에 비춰 보면 그 그림이 나타나지. 그리고 만지면 오톨도톨한 감촉이 느껴지는 요판 인쇄, 비스듬히 보면 숨겨진 문자 ‘won’이 보이는 요판잠상, 보는 각도에 따라 무늬와 색깔이 바뀌는 홀로그램, 너무 작아서 돋보기로 보아야 확인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글자 등등 여러 가지 위조방치 장치가 들어 있지.”
“지폐에 그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장치를 해 놓았군요. 이제부터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고 또 어떻게 돈을 썼죠? 옛날 사람들도 회사에 다니는 우리 아빠처럼 월급을 받았나요? ”
“세라가 궁금한 것이 참 많구나. 좋아, 내가 네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 주지. 먼저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알아볼까? ”
돈귀신은 세라와 창희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자료 제공=‘경제를 배우는 14가지 돈의 비밀’(신현배 지음ㆍ이소영 그림ㆍ가문비어린이)

저작권자 © 소년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돈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