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계의 반도체 ‘김’··· 어린이에겐 ‘밥도둑’이죠
비타민·단백질·무기질 등 풍부··· 올해 수출액, 사상 첫 10억 달러 넘어설 듯
올해 국산 김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1조 4000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국 김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광양과 완도, 진도 등 전라남도가 ‘K-김’수출 신화를 주도하고 있다. 바삭한 식감과 짭쪼름한 맛의 김은 어린이들의‘밥도둑’으로 통한다. 제철을 맞은 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맘때 많이 채취하는 해조류 이야기도 담았다.
△김 역사와 효능
해조류인 김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한다. 특히 1~2월에 가장 많이 생산된다. 김은 무엇보다 비타민과 단백질,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김 한장에는 달걀 2개와 맞먹는 비타민A가 들어있다. 비타민B1가 채소보다 많고, 비타민B2도 우유보다 많다. 비타민C는 감귤의 3배나 된다. 마른 김의 단백질 함량은 콩보다 많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는 1640년경 김여익(1606~1660)이 광양 태인도에서 김 양식을 했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에 실려 있다. 그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나무에 해초가 걸리는 모습에서 착안해 1643년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의 특징을 활용한 ‘섶꽂이 양식법’을 인류 최초로 창안했다. 이를 기념해 광양에는 세계 유일의 ‘광양김시식지’가 있다. 김의 유래와 발전사, 생산과정을 살펴보는 김 역사관과 유물전시관으로 꾸며져 있다. 김맛에 감탄한 인조 임금은 “광양의 김여익이 진상했다”는 말을 듣고 그의 성을 따 ‘김’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유래가 전해진다.
△김의 종류
김은 조리 방식에 따라 굽지 않은 마른 김과 구운 김, 김에 소금이나 참기름을 발라 구워낸 조미김으로 나뉜다. 마른 김은 재래김부터 특유의 파래향이 살아있는 파래김, 담백한 맛이 일품인 돌김이 있다. 진도에서 생산되는 물김은 조생종 잇바디돌김으로, 이파리(엽체)가 곱창처럼 길고 구불구불해 ‘곱창김(곱창돌김)’으로 불린다. 전북 고창과 부안, 군산 등 서해안을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서 11월을 전후로 한 달 정도만 생산된다. 1986년 출시 이후 40여년 간 사랑받고 있는 동원F&B의 ‘양반김’과 ‘광천김’, ‘대천김’도 대표 조미김 브랜드이다. 특히 양반김은 깨끗한 바다에서 자라는 고급 원초를 엄선하고 두 번을 굽는 공정을 통해 좋은 맛을 담아 낸다. 겉 포장에 대한민국 지도가 그려진 ‘지도표 성경김’도 있다.
△좋은 김 고르는 방법
김은 수확 시기에 따라 맛 차이가 있다. 12~3월에 채취한 김은 얇으면서도 빛깔이 검고 광택이 많이 난다. 다시 말해 가을이나 봄에 거둬들이는 김보다 향과 맛이 훨씬 진하다. 구울 때 청록색이면 좋은 김이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해 불그스름한 빛깔의 김은 수확한 지 오래되었거나 습기를 머금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한다. 잡티도 없는지 확인한다.
김은 습기가 없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 눅눅해졌다고 생각되면 프라이팬에 스치듯 구우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온다.
△김의 사촌··· 미역ㆍ다시마ㆍ매생이ㆍ감태
미역은 당 함량과 칼로리가 낮은 대신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돌미역은 일명 미역바위라 불리는 곳에 붙어 자라는데, 해녀들이 직접 채취한다. 지역 이름을 따 ‘강동 돌미역’, ‘정자 돌미역’으로 부른다. 식감이 쫄깃쫄깃해 ‘쫄쫄이 미역’이라고도 한다. 부산 기장군에서 생산되는 기장 미역은 조선 시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질이 좋기로 유명했다. 색깔이 검은색에 가까울수록 좋은 미역으로 취급하는데, 기장 미역이 어두운 암갈색을 띈다. 김의 사촌으로 칼슘과 철, 요오드 등 미네랄이 풍부한 다시마도 빼놓을 수 없다.
검푸른 빛깔에 부드러운 식감, 바다 향을 머금은 매생이도 겨울철 별미다. 순우리말로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뜻의 매생이는 물이 잘 빠지고 깨끗한 곳에서 잘 자란다. 전남 완도군이 전국 생산량의 71%를 차지한다. 철분 함유량이 우유보다 40배 많고 칼륨도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에 좋은 식품으로 꼽힌다. 감태는 충남 태안군 가로림만 일대가 좋은 생장 조건을 갖췄다. 갯벌과 알맞은 햇볕, 낮은 염도 등 3박자를 갖춘 이 일대에서는 12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특히 갓 지은 밥을 구운 감태에 싸서 먹으면 상큼한 바다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