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와 도구’ AI는 어떻게 변화시킬까?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역서울284 RTO서 5번째 ‘한글 실험 프로젝트’ 전
“사각이 된 연필이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나를 써주세요. 당신의 모국어로요.”과학소설(SF) 작가 김초엽은 최근 상상했다. 한글이 먼 미래에 등장한 ‘특수한’ 쓰기 도구에 유리하다면 어떨까? 그는 사고 언어를 한글로 드러나게 설계된 인공의식 ‘네모’를 떠올렸다. 그리고 잊고 있던 쓰기 감각을 되찾는 여정을 짧은 소설 ‘사각의 탈출’로 담아냈다.
김초엽 작가의 얘기가 책이 아닌 전시장에서 펼쳐졌다. 국립한글박물관이 한글과 디자인을 주제로 선보여 온 한글 실험 프로젝트의 5번째 도전 ‘글(자)감(각): 쓰기와 도구’를 통해서다.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내년 3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는 쓰기와 도구에 주목한다. 문자를 매개로 한 쓰기의 힘은 어떠한지, 인공지능(AI)과 같은 새로운 도구가 쓰기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고민한 작품을 내놨다. 작가들의 글을 포함해 시각ㆍ공예ㆍ미디어아트ㆍ설치 작품 등 139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장 들머리인 ‘기대고, 붙잡히고, 매달리고, 휘둘리고’는 김초엽 등 작가 4명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 쓴 글을 소개한다. 연필과 만년필, 노트를 만들거나 모으는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마음 쓰이는 쓰는 마음’도 주목할 만하다. 전시는 요즘 화두인 AI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로봇이 붓으로 키보드와 패드를 눌러 생성형 AI에 움직임을 입력하고,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생산해내는 ‘기획향’은 한글과 첨단 기술의 만남이 돋보인다. 감정과 생각을 한글 단어들로 나열하면 이를 조합해 이미지로 만들어내는 미디어아트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