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보리, 고등어
고등어는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라는 뜻의 고등어 외에 여러 이름이 있어. 생김새가 옛날 칼과 비슷하다고 해서 ‘고도어(古刀漁)’, 어린 고등어는 ‘고도리’, 잡는 순간 배에서 바로 소금으로 절여야 했기 때문에 ‘뱃자반’, 그리고 무늬를 가진 물고기라는 뜻의 ‘벽문어’라고도 해.

 

 『세종실록』에 고등어가 황해도와 함경도 지방의 특산물이었다는 기록으로 보아 우리 민족은 오래전부터 고등어를 먹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어. 고등어는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건강 보조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어. 특히 기억과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DHA가 많아 뇌 발달에 좋은 생선이지. 고등어와 잘 어울리는 식재료는 무야. 그리고 고등어 맛이 가장 좋을 때는 가을이야. 산란을 끝내고 겨울을 나기 위해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한 가을 고등어는 기름이 가득해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지. 맛이 좋아 ‘바다의 보리’라고도 해. 

국민 생선 고등어 대령이요!
엄마가 택배 상자에서 꺼낸 것은 ‘안동 간고등어’였다. 
“조선 시대에는 고등어가 진상품이었지.”
“진상품? 그게 뭐야?”
엄마의 말에 선이가 되물었다. 
“임금에게 바치는 물품을 진상품이라고 해. 그리고 명나라를 섬겼던 조선은 때때로 진상품을 바쳤어. 세종대왕은 1429년에 명나라로 가는 사신에게 고등어를 보내야 했어. 세종대왕은 명나라에서 요청한 고등어의 양이 많으니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명을 내렸다고 해.”
“맛있는 건 알아 가지고.”
할머니 말에 엄마와 선이가 웃었다.
“세종대왕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고등어를 올린 신하에게 호통친 일화가 있어. 세종대왕은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했어. 『세종실록』에 따르면 고등어가 수라상에 오르자 ‘처음 나오는 물건이 아니면 진상하지 말라 했는데 어찌 또 올렸는가?’라고 호통을 쳤다는 거야. 놀란 신하가 ‘고등어가 별미라 올렸습니다.’라고 하자 다시는 고등어를 올리지 말라고 했어.”
“그렇게 맛없진 않은데.”
“야채나 생선보다 고기를 좋아했기 때문일 거야. 세종대왕은 고기가 없으면 식사를 하지 않았거든. 그런데 말이야, 당시 진상품으로 올라온 고등어는 건조시킨 고등어였어. 수산물은 상하지 않도록 소금에 절여 바람에 건조해 궁으로 보냈거든.”
“그렇지. 임금이 있는 한양까지 보내야 했으니 소금을 얼마나 많이 쳤겠냐.”
할머니가 맞장구를 쳤다.
“맞아요, 조선 초기에는 염장법이 발달되지 않은 상태라 고등어를 건조시키기가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다 보니 짠맛이 강했을 테고 수분도 많지 않았을 거예요. 부드러운 고기를 좋아했던 세종대왕에게 뻣뻣한 고등어는 입에 맞지 않았던 거죠.”

“건조시킨 고등어라니. 으으, 비린내가 났을 것 같아.”
“그래서 안동에서 맛있게 절인 간고등어가 나온 거지.”
선이의 말에 엄마가 대답했다.
“근데 간고등어는 왜 안동에서 시작된 거야?”
“호호호, 그건 할미가 말해 줄까? 간고등어는 안동 사람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야.”
“할머니, 안동이 바닷가 근처예요?”
“아니지. 안동은 바닷가와 거리가 멀어 싱싱한 수산물을 접하기 어려운 곳이란다. 동해안에서 잡은 고등어는 영덕의 강구항(지금의 연안항)에서 달구지에 실어 안동의 장터로 보내졌지.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 고등어가 상하지 않도록 염장 처리를 했어.”
“할머니, 염장은 소금에 절이는 걸 말하는 거죠?”
“그렇긴 한데 배추를 절이듯 푹 절이는 건 아니고, 고등어의 내장을 발라내고 굵은 소금을 대충 뿌려. 이것을 얼간잽이라고도 하는데 얼추 간을 한다는 뜻이야. 소금을 친 고등어는 안동에 도착할 즈음에는 육질이 단단해지고 간이 잘 배었단다.”
“고등어에 담긴 과학 이야기 같아요, 할머니.”
선이는 주방 가득 고소한 고등어구이 냄새에 절로 침이 고였다.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운 고등어가 눈을 자극했고, 김치와 함께 조린 조림의 매콤한 냄새에 코가 벌름거렸다. 
“고갈비처럼 하려고 했는데 연탄불이 없다 보니 그 맛이 나려나 모르겠어요, 어머니.”
엄마가 석쇠에 얹힌 고등어를 들고 오면서 말했다.
“고등어를 갈비처럼 굽는다는 그 고갈비로구나.”
할머니가 손가락과 젓가락으로 고갈비를 뜯으며 말했다. 선이는 할머니가 밥 위에 얹어 준 고등어를 먹었다. 적당히 간이 밴 고등어의 고소함이 입안에 퍼졌다.

 

/자료 제공= ‘역사로 보는 음식의 세계’(이은정 글ㆍ강영지 그림ㆍ크레용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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