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보야,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결정될까? 너도 ‘사주팔자(四柱八字)’라는 말을 들어 본 적 있지? 사주팔자란 옛 동양 사람들이 생각해 낸, 인간의 운명을 지탱한다는 네 기둥과 그것을 표현하는 여덟 글자를 말해. 그러니까 태어난 연(年)ㆍ월(月)ㆍ일(日)ㆍ시(時)를 사주라고 하고, 이 사주에 붙는 간지(干支) 그러니까 정해(丁亥)니 신묘(辛卯)니 하는 글자를 팔자라고 하는데 이것이 모여서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믿었지. 

옛날 어느 산골에 가난한 농부 부부가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었어. 부부는 아들 없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안타까웠어.
그런데 기쁜 일이 생겼어. 오십이 넘은 나이에 아들을 낳은 거야. 농부 부부는 아들을 정성껏 길러서 어느새 열 살이 되었어. 서당에 보냈더니 양반집 아이가 아닌 데다 돈을 낼 형편이 안 된다며 글을 가르쳐 주지 않았어. 아이는 어쩔 수 없이 담 너머에서 글 읽는 소리를 들으며 땅바닥에 글씨를 쓰곤 하였어.
그때 마을에 유명한 점쟁이가 왔다며 사람들이 몰려갔어. 아이의 부모도 아이를 데리고 점쟁이를 찾아갔어. 
“이 아이는 집을 떠나 십 년을 빌어먹어야 비로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소.”
농부 부부는 귀한 아들을 떠나보내기 싫었어. 하지만 붙잡아 두었다가는 자기들처럼 가난하게 살 것 같아서 집을 떠나게 했어.
“아버지, 소는 아무리 커도 장군이 될 수 없지요. 기왕 떠난다면 제 팔자를 바꾸어 보고 싶습니다. 글씨를 잘 쓰는 뒷집 할아버지에게 가서 제가 부르는 대로 써 달라고 하십시오.”
아이는 아버지에게 귓속말로 자기 팔자를 불러 주었어. 아이는 자기 팔자를 적은 종이를 옷섶에 넣고는 어머니에게 단단히 꿰매어 달라고 했어. 그러고는 길을 떠났어.
어느 곳에 이르니 글 읽는 소리가 났어. 그곳은 서당이었어.
“저는 갈 데 없는 고아입니다. 이 서당에서 나무도 패고 심부름도 할 테니 그저 재워만 주십시오.”
서당에서 일하게 된 아이는 열심히 일하며 공부했어. 그런데 늘 자기 옷섶을 한 손으로 누르곤 했어. 이상하게 생각한 서당 아이들이 어느 날 아이가 깊이 잠들었을 때 옷섶을 몰래 열어 보았어.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어.
“이 아이의 아버지는 천석꾼이고, 아들은 정승이다.”
서당 아이들은 놀란 나머지 얼른 훈장에게 알렸고, 훈장은 고을 원에게 알렸어.
그때부터 아이는 힘든 일 대신 글공부만 하게 되었어. 그리고 마침내 과거에 급제한 아이는 아버지를 천석꾼이 되게 하였고, 자신은 물론 자신의 아들까지 정승이 되게 하였다는 이야기야.

사주팔자와 관계없이 지혜롭고 부지런한 사람이 되면 누구나 잘 살아갈 수 있구나.

/자료 제공: ‘이야기 편의점’(심후섭 글ㆍ임윤미 그림ㆍ좋은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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