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는 영어 이름이 ‘흥얼거리는 새’라는 뜻이지만, 전체 338종 가운데 진짜로 흥얼흥얼 노래하는 새는 없어요. 날개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이면서 윙윙 소리를 내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지요. 한국어로는 벌처럼 윙윙거린다고 해서 벌새라고 하고요. 벌새는 ‘날아다니는 보석’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깃털이 부분부분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곤 해요. 하지만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몸집 크기에 비해 뇌의 크기가 새 중에서는 가장 크고, 모든 동물 가운데서도 두 번째로 크지요.

 

새야, 벌이야?
벌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예요. 학명인 ‘트로킬리디’도 그리스어로 ‘작은 새’라는 뜻이지요. 벌새 가운데서도 가장 작은 새는 콩벌새인데, 무게는 겨우 1.8g으로 카드놀이용 카드 한 장 무게밖에 나가지 않아요. 크기는 5cm가 채 되지 않고요! 콩벌새는 쿠바에 사는데, 이곳에서는 날아다닐 때 ‘준준’ 소리가 난다며 ‘준준시토’라는 이름으로 불려요. 벌새 가운데 가장 커다란 것도 작기는 마찬가지예요. 자이언트벌새는 콩벌새에 비하면 거인 같을지 몰라도, 겨우 20cm 정도로 커다란 바나나 길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벌새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벌새는 위로는 알래스카부터 아래로는 남아메리카 끝까지,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걸쳐 살아요. 특히 남아메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지요. 벌새 하면 보통 열대 우림에서 자라난 커다랗고 신기하게 생긴 꽃에서 꿀을 먹는 모습을 떠올릴 거예요. 벌새는 산소도 부족하고 날씨도 추운 높디높은 산악 지역에도 살고, 심지어 사막 지역에도 살고 있지요!

 

언제나 배가 고파
벌새의 몸은 물질대사가 아주 활발해요. 사람을 비롯해 어떤 동물보다도 활발한 편이지요. 그런 만큼 에너지도 금세 바닥나므로, 힘을 유지하려면 더 자주 먹어 줘야만 해요. 날마다 자기 몸무게의 세 배 가까운 양을 먹는답니다. 
▶벌새는 잡식 동물이에요. 주로 꿀을 먹고 살지만, 곤충이나 거미 등도 잡아먹어요.
▶어떤 벌새는 하루에만 1천 개 넘는 꽃을 돌아다니며 꿀을 먹어요. 기억력도 매우 뛰어나요. 어디에 가면 가장 좋은 꿀을 얻을 수 있는지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도 반복해서 같은 꽃으로 되돌아가지요. 
▶벌새는 벌이나 나비처럼 꽃가루받이를 해요. 꿀을 먹을 때 입에 묻은 꽃가루를 다른 꽃에 옮겨서 식물의 번식을 돕는 거예요. 어떤 식물은 오로지 벌새들만 꽃가루를 옮겨 주어요.

새 가족 꾸리기
벌새는 여러 가지 식물에서 얻은 재료로 아늑한 둥지를 지어요. 벌새 종류에 따라 둥지 모양이 조금씩 다른데, 바닥이 둥그런 것도 있고 뾰족한 것도 있어요. 둥지 안으로 비가 들이치지 않도록 나뭇잎 아래에 둥지를 짓기도 해요. 새알 크기는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모두 다 작다는 것만큼은 매한가지예요.

계절 여행
어떤 벌새는 추운 겨울에 그냥 버티기도 하지만, 추위를 피해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벌새가 더 많아요. 따뜻한 햇볕과 꿀이 듬뿍 담긴 꽃을 찾아 떠나는 거예요. 갈색벌새는 가장 먼 길을 날아가요. 알래스카에 있는 여름 집에서 멕시코에 있는 겨울 집까지 무려 5,000km 가까이 이동하지요.

멋쟁이 깃털과 무모한 다이빙
수컷 벌새는 눈에 확 띄는 특이한 겉모습을 자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밝은색 깃털이 온몸 군데군데 나 있거나, 꽁지깃이 섬세한 무늬로 되어 있기도 하지요. 이렇게 화려한 겉모습으로 몸을 요란스럽게 움직이면서 암컷에게 매력을 뽐낸답니다.

 

꿀 먹는 새
벌새는 꿀을 모으기 편리하도록 신체 기관이 발달해 있어요.
▶벌새는 종마다 각자 좋아하는 꽃에 딱 맞게 조금씩 다른 부리 모양을 하고 있어요. 어떤 벌새는 부리가 엄청나게 길어서, 기다란 트럼펫 모양 꽃 속의 저 밑바닥에 있는 꿀에 닿을 수 있어요. 꿀에 똑바로 찔러 넣는 것뿐만 아니라, 꽃 모양에 따라 구불구불 휘어져 들어갈 수도 있답니다.
▶벌새 혀는 부리보다 두 배쯤 길어요. 투명해 속이 거의 비치고, 끝은 뱀 혀처럼 양 갈래로 나뉘어 있어요. 양쪽에 각각 두 개의 관이 있어 꽃에 넣으면 꿀로 가득 차요. 그런데 벌새 혀는 빨대로 음료수를 마실 때처럼 꿀을 빨아들일 수 없어요. 혀를 입으로 끌어당겨 속에 든 꿀을 쏟아 내는 식이지요. 그래서 꿀을 먹는 동안 끊임없이 혀를 내밀었다 입에 넣었다 해요.

 

신기한 날개
벌새는 보통 새와 나는 방법이 사뭇 다르답니다.
▶벌새는 여느 새처럼 날개를 위아래로 펄럭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회전 운동을 해서 더 큰 힘을 만들어 내요. 날개를 움직이는 가슴 근육이 발달해서, 전체 몸무게의 30%를 차지하기도 해요.
▶벌새는 뒤로 날거나 심지어 거꾸로 날아갈 수도 있어요!
▶벌새는 똑같은 장소에서 30초 넘게 떠 있는 유일한 새예요. 한 번에 몇 분씩이나 제자리에 떠 있기도 하지요!
▶어떤 벌새는 1초에 100번이나 날개를 움직일 수도 있어요. 날개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사람 눈에는 흐릿한 형체로만 보이지요.

물을 털어라
벌새가 비를 맞아서 몸을 말리고 싶을 때는 강아지처럼 온몸을 부르르 떨어요. 머리와 몸을 힘껏 흔들어서 물방울을 날려 보내는 거예요. 어찌나 심하게 흔드는지, 목이 90도 가까이 돌아가기도 해요.

/자료 제공=‘동물 세계 대탐험’(팀 플래너리 글ㆍ최현경 옮김ㆍ별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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