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리고 글도 잘 썼습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꾸준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어찌나 그림을 사실적으로 잘 그리던지 풀벌레 그림을 마당에 내놓자, 닭이 와서 쪼아 먹으려 한 적도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신사임당은 다른 부인들과 함께 잔칫집에 초대받았습니다. 그때 주방에 있던 한 부인이 소리쳤습니다.
“옷에 국물이 튀어서 더럽혀졌어요. 이걸 어쩌지요? 다른 사람한테 빌려 온 옷인데…….”
알고 보니 그녀는 가난해서 다른 사람에게 비단옷을 빌려 입고 온 것이었어요. 그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해졌습니다.
“이를 어쩌지?”
다른 부인들도 모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기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신사임당이 가난한 부인을 도와주려고 다가왔습니다.
“부인, 그 치마를 잠시 벗어서 제게 맡겨 주실 수 있나요? 제가 이 일을 수습해 보겠습니다.”
신사임당은 초대받은 집에서 붓과 먹을 빌렸습니다. 그리고 그 치마 위에 그림을 그렸지요. 몇 분이 지나자 얼룩덜룩했던 부분은 탐스러운 포도송이와, 싱그러운 잎사귀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먹고 싶은 싱싱한 포도 그림이 완성된 것이지요. 이 장면을 본 사람들은 전부 놀랐습니다.

 

“우아! 진짜 포도 같아요.”
몇몇 부인들은 치마를 만져 보기까지 했습니다. 신사임당은 가난한 부인에게 그림을 그린 치마를 건넸어요.
“이제 이 치마를 들고 시장에 가서 파세요. 그러면 새 치마를 살 돈을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부인은 그 치마를 들고 시장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장사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물었어요.
“저, 이 비단 치마를 팔려고 하는데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요?”
“앗! 비단 치마에 이런 아름다운 그림이 있는 것은 처음 봅니다. 금방 비싼 값에 팔릴 것 같으니, 값은 넉넉히 계산해서 드리겠소.”
가난한 부인은 치마를 팔고 돈을 많이 받았습니다. 본인이 빌린 비단 치마와 똑같은 것을 사고도 돈이 남았지요. 그녀는 빌렸던 옷과 똑같은 옷을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러고 난 뒤, 남은 돈을 들고 신사임당을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덕분에 곤란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포도 그림이 담긴 옷을 판 돈으로, 새 옷을 사서 무사히 주인에게 줄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도 돈이 더 남아 돌려 드리러 왔습니다.”
“괜찮습니다. 저는 돈을 얻고자 그림을 그린 것이 아니라, 난처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부인을 배려하고자 한 것뿐입니다.”
그녀는 몇 번이고 돈을 건넸지만, 신사임당은 거절했습니다. 가난한 부인은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당시 신사임당이 그림을 잘 그린다고 방방곡곡에 소문이 난 상태라서, 그녀의 작품을 돈 주고 사려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신사임당은 단지 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작품을 판 적이 없었어요. 그랬던 그녀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자신의 그림을 팔도록 허락한 것이었답니다.
 


/자료 제공: ‘위인들에게 배우는 어린이 인성 교육’(김건구ㆍ황현아 글, 젤리이모 그림, 소담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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