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운기 소리
추필숙




털,

길섶에서 놀던
풀벌레들
어서 피하라고

바퀴보다
꼭,
앞서간다.


경운기 소리에 이처럼 깊은 뜻이 담겨 있는 줄이야! 그걸 알아낸 시인이 참 놀라워요.
 경운기는 바퀴보다 바퀴 소리를 앞서가게 해요. 왜 그럴까요? 풀벌레들 어서 피하라고 그런 것이지요. 작고 잘 보이지도 않는 풀벌레들이 다치면 안 되니까요. 풀벌레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동심이 아닐까요? 어쩌면 시인은 길에서 노는 어린이를 풀벌레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부터 들길을 지나다가 경운기 소리가 들리면 길옆으로 비켜서서 경운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릴 거예요. 그리고 풀벌레들 어서 피하라고 바퀴보다 바퀴 소리를 앞서가게 하는 그 의미를 깊이 헤아려볼 거예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추필숙 시인은 2002년 ‘아동문예 문학상’으로 등단했어요. 동시집 ‘얘들아, 3초만 웃어 봐’, ‘새들도 번지점프한다’등을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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