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영의 친구들’
(정은주 글ㆍ해랑 그림ㆍ사계절 펴냄)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어울려 신나게 놀기도 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다투기도 했던 친구가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그렇다면 남겨진 친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제2회 사계절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기소영의 친구들’은 교통사고로 친구를 떠나보낸 6학년 어린이들이 친구의 빈자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대로 이별하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 애도와 기억의 끝에서 떠나간 친구를 이제는 반갑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기는 어린이들의 성장과 따뜻한 우정은 독자의 마음에 비통한 눈물보다도 깊고 커다란 울림을 안긴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가을, 같은 반 친구 기소영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학급의 어린이들은 최근에 벌어진 이태원 참사처럼 이해할 수 없고 또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몸과 마음의 혼돈을 겪는다. 특히 채린이는 슬퍼하기보다는 이러한 사실이 당황스럽다. 학교가 소영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배려(?)’를 하지만 어린이들의 뻥 뚫린 마음은 메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책상 위에 놓였던 국화가 시들고, 교실에서 소영이의 흔적이 사라질 때쯤에야 ‘기소영 그룹’이라 불리던 박채린을 비롯해 남나리ㆍ김영진ㆍ서연화 등 친구들은 비로소 소영이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실감한다. 그리고 ‘친구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친구와의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하려고 ‘분신사바’로 소영이를 부르기도 하고, 용돈을 모아 마련한 봉헌금으로 기소영 미카엘라를 위해 성당에서 추모 미사도 봉헌해본다. 그러나 허전하고 먹먹한 가슴은 그대로다. 그렇게 소영이와의 기억을 찬찬히 곱씹으며 마침내 그들은 죽음을 받아들인다. 죽음과 우정을 버무린 이 동화는 소영의 친구들이 납골당을 찾아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마무리한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2014년 세월호와 지난 달 29일 이태원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를 할퀴고 간 여러 사건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선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꼭 죽음이 아니더라도 상실과 이별은 곳곳에 존재한다. 어린이라고 이 통과의례에 예외일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러야 할까? 이 동화는 분명하게 답한다. ‘곁에 있는 사람과 맞잡은 손의 온기를 믿고, 상처를 회복하는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즉, 슬픔이나 상처는 때로는 어린이들을 성장시키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한다. 물론 이것이 단 하나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건넬 수 있는 가장 솔직하고 따뜻한 대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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