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덕은 제주도의 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가 12세 때 부모님은 전염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습니다. 원래 가난했는데, 부모님까지 계시지 않으니 살길이 막막했어요. 그녀는 기생의 수양딸이 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만덕의 양어머니는 그녀가 노래와 춤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덕아, 너도 나처럼 기생이 되거라.”
만덕은 이 제안이 내키지 않았습니다. 원래 양인 신분인데, 기생이 되면 천민으로 계급이 내려가기 때문이었어요. 그녀가 망설이자 양어머니가 한 번 더 말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여자가 홀로 먹고살기 힘들 것이다. 내 말을 듣거라.”
“네, 어머니.”
결국 만덕은 양어머니 말을 따랐습니다. 그녀는 뛰어난 재능으로 제주도에서 잘 나가는 기생 중 한 명이 되었어요. 돈을 어느 정도 벌어 삶에 여유가 생기자 관아에 찾아갔습니다. 그곳에 있던 제주 목사는 그녀를 보며 물었습니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
“저를 기녀 명단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뭐라고? 여태까지 사람의 신분을 바꿔 달라는 요청을 듣고, 바꿔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이냐?”
“저는 원래 중인 신분인 김응렬의 딸입니다. 그런데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어서 어쩔 수 없이 기생이 된 것입니다.”
“중인이 되면 네가 할 일이 없어서 먹고살기 힘들 것이다. 그냥 기생으로 사는 것이 편하지 않겠느냐?”
“저는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지금 신분으로는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리는 것입니다.”
“돌아가거라.”
제주 목사는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만덕은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 뒤에도 관아를 계속 찾아갔습니다. 제주 목사는 결국 판관과 의논하여 김만덕을 양인 신분으로 돌려주었습니다.
신분을 되찾은 김만덕은 제주도에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상인들을 시켜서 제주도에서는 귀하지만 육지에서는 구하기 쉬운 옷감, 장신구, 화장품을 사 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반대로 제주도에서는 흔하지만 육지에서는 보기 어려운 물품인 귤, 미역, 말총 등을 육지에서 팔도록 시켰지요. 덕분에 그녀는 장사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김만덕은 제주도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조선에 가뭄이 들고 사람들이 병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태가 몇 년이나 지속되자 식량의 거의 사라졌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땅이 척박해서 농사짓기 힘들었기 때문에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제주도에서 점차 굶어 죽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그러자 몇몇 신하들이 임금인 정조에게 제주도 사람들을 돕자고 의견을 냈습니다.
정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습니다.
“알겠다, 쌀을 실은 배를 제주도로 여러 채 보내거라.”
곡식을 실은 배가 제주도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거센 풍랑을 만나 침몰하게 되었습니다. 그 소식을 들은 제주도 사람들은 절망에 빠졌어요. 그 모습을 본 김만덕은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상인들을 불러 모았어요.
“이 돈은 내가 모은 전 재산이오. 지금 이 돈을 갖고 육지로 나가 곡식을 사 오시오.”
상인들은 의문을 품었습니다.
“왜 갑자기 곡식을 사 오라고 하십니까?”
“제주도 사람들이 굶어 죽어 나가고 있소. 이들을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소?”
“하지만 여태까지 모은 돈이 아깝지 않습니까? 어떻게 돈 한 푼 안 받고 곡식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까?”
“제주도 사람들 덕분에 내가 이렇게 부자가 될 수 있었소. 그들이 모두 죽으면, 나도 장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 것이오. 그리고 돈보다 사람의 목숨이 먼저이지 않겠소?”
상인들은 그녀의 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김만덕의 말에 따라 곡식을 사 와서 굶주리고 있는 제주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어요. 

 

 

 

/자료 제공: ‘위인들에게 배우는 어린이 인성 교육’(김건구ㆍ황현아 글, 젤리이모 그림, 소담주니어)
 

저작권자 © 소년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인성 #김만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