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는 대웅전이 없다. 바로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상원사 적멸보궁이 있기 때문이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진신사리를 가져와 모셨고, 643년(선덕여왕 12)에 적멸보궁을 지었다. 상원사 적멸보궁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 하나로, 상원사에서도 산길로 40여 분을 올라가야 볼 수 있다. 월정사는 평창군 오대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의 본사다. 신라 선덕여왕대의 승려 자장이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지로 지은 절로 <<조선왕조실록>> 등 귀중한 사서를 보관하던 오대산 사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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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사는 어떤 이야기들이 전해 오나요?
상원사는 조선 세조와 얽힌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종기로 고생하던 세조는 이곳 상원사로 행차하여 계곡물에 목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침 한 동자승이 지나가길래 등을 씻어달라고 부탁하죠. 목욕을 마칠 때쯤 세조가 말합니다.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마라.” 
그러자 동자승이 말합니다. 
“임금도 문수보살을 뵈었다고 말하지 마라.” 
세조는 깜짝 놀라고 동자승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세조의 종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문수보살님의 손길이 닿았는데, 종기쯤이야 깨끗이 낳았다고 하네요. 
병이 나은 세조는 이듬해 상원사를 다시 찾습니다. 법당에 들어가 예불을 드리려 하는데, 웬 고양이가 나타나 바지를 잡아끌면서 법당에 못 들어가게 하죠. 이상하게 여긴 세조는 법당 안을 살펴보게 하는데, 법당 안 탁자 밑에 숨어 있던 자객을 찾아냅니다. 고양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세조는 고양이에게 전답을 내리고 고양이 석상까지 만들게 합니다. 문수동자상이 모셔져 있는 문수전 정면 계단 왼쪽에 고양이 석상이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국보 221호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국보 221호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
국보 221호 평창 상원사 목조문수동자좌상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예불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동자상입니다. 복장유물을 통해 1466년(세조 12)에 조성되었다는 것이 확실하게 밝혀진 불상이죠. 고려 후기에서 조선 전기로 넘어가는 불상 양식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며, 보물 1811호인 목조문수보살좌상과 함께 문수전에 봉안되어 있습니다.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한국의 범종은 ‘한국종’이라는 학명으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문화재입니다. 1927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독일 국립박물관 겐멜 박사는 성덕대왕신종을 보고는 “이것은 세계 제일이다. 독일에 이런 종이 있다면 이것 하나만으로 능히 박물관이 될 수 있다”라며 감탄했다고 하네요.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 

 

한국종의 전형이며,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종 중 가장 오래된 종이 국보 36호 상원사 동종입니다. 725년(성덕왕 24)에 제작되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보다 45년 앞서죠. 예종은 세조의 명복을 비는 뜻으로 안동읍성 문루에 걸려 있던 동종을 상원사로 옮기려 했는데, 처음 옮기려 할 때 꿈쩍도 안 하던 것이 종유 하나를 떼어내자 움직였다는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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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레종 종소리의 비결은 뭘까요?
범종은 불교 사물(四物) 중 하나입니다. 불교 사물은 법고ㆍ목어ㆍ운판ㆍ범종으로 이루어지는데, 부처님의 말씀을 퍼뜨리는 상징적 역할을 합니다. 그중 범종은 땅속의 중생에게 부처님의 말씀을 알립니다. 우리나라 범종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에밀레종’이라고 불리는 국보 29호 성덕대왕신종입니다. 종을 만들 때 아이를 시주받아 넣었다는 일화가 워낙 유명해서죠. 성덕대왕신종은 아버지 성덕왕의 덕을 기리기 위해 경덕왕 때 만들기 시작해서, 다음 왕위를 물려받은 혜공왕 때(771) 완성합니다. 1915년부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성덕대왕신종은 종을 걸기 위한 용뉴, 소리를 잡아주는 음관 등 한국종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종입니다. 크기나 조각된 무늬 때문에도 높이 평가받지만, 은은한 여운이 느껴지는 소리의 아름다움이 백미입니다. 최근에는 음향학 연구자들이 그 소리의 비결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맥놀이가 그 소리의 비밀이라고 밝혔습니다. 맥놀이는 진동수가 거의 비슷한 2개의 음파가 간섭할 때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성덕대왕신종은 타종 직후의 첫 소리에는 다양한 빛깔의 낱소리들이 공존하다가, 얼마 지나면 고주파의 소리들은 사라지고 저주파의 소리들만 남습니다. 시간이 더 흐르면 168.52헤르츠와 168.63헤르츠의 소리만 남으면서 아름다운 맥놀이 음이 발생하게 되죠. 신기하게도 범종이 완벽한 좌우대칭일 때는 맥놀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통일신라 시기의 상원사 동종과 성덕대왕신종 외에도 2점의 동종 국보가 더 있습니다. 모두 고려 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이죠. 그중 국보 120호 용주사 동종은 신라의 양식을 충실히 따른 고려 초기 작품입니다. 국보 280호 성거산 천흥사명 동종은 높이 1.87m로, 성덕대왕신종과 상원사 동종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범종입니다. 고려 시대 범종 중 가장 크고 오래된 것입니다. 

/자료 제공=‘하브루타 국보여행’(최태규 지음ㆍ글로세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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