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꽃이 되는 날
김경련

엄마 병문안 갈 때
꽃 대신 날 데려가시는 아빠

꽃 사다 드릴 때보다
날 데려갔을 때
엄마는 
더 활짝 웃으신다고,

아빠는
꽃 대신 나를 데리고
엄마 병문안 갑니다.

나는 오늘
친구랑 놀기로 한 약속 미루고
병문안을 갑니다.

오늘은 
내가 꽃이 되는 날입니다.


내가 얼마든지 꽃이 되어도 좋은 날이어요. 친구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놀기로 한 약속은 다음으로 미루어야겠어요. 병실에 누워계신 우리 엄마 나 보고 웃으면서 일어나야지요. 엄마 병문안 갈 때 꽃 대신 나를 데려가기로 한 아빠, 탁월한 선택을 하신 거예요. 나는 병실에 누워계신 엄마가 웃으면서 일어나게 하는 반갑고 예쁜 꽃이 될 거예요.
 내가 누군가를 위해 꽃이 된다는 것, 그래서 그 사람을 병상에서 일어나게 한다는 것, 어찌 보람있는 일이 아니겠어요? 그럼요. 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내가 달려가서 기꺼이 꽃이 될 거예요. 더구나 그 사람이 엄마인데요. 어찌 1분이라도 빨리 달려가지 않을 수 있겠어요? (전병호/시인ㆍ아동문학가)

<김경련 시인은 201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어요. 2022년에 동시집 ‘내가 꽃이 되는 날’을 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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