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합주

“아무도 안 타면 좋겠다. 주호야.”
엄마가 말했어요. 나는 마스크 끈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8층에서 승강기 문이 열리자 나도 모르게 엄마 옷을 움켜잡았어요.
“아.”
아줌마가 흠칫 놀랬어요. 8층 아이는 아줌마 뒤로 숨었어요. 1층에 도착하니 아줌마와 아이는 얼른 승강기에서 내렸어요.
“잠깐 나들인데 이렇게 사람이 불편해서 어쩌니.”
엄마가 한숨을 쉬었어요.
봄방학이 끝날 쯤 텔레비전에서 코로나 뉴스가 나왔어요. 뉴스를 볼 때마다 엄마아빠 표정이 어두웠어요.
“아빠 코로나가 그렇게 무서워요?”
“그러게. 전염성이 강하니 주호 마스크 잘 쓰고 손도 깨끗이 씻어야 해. 사람들 가까이 가면 안 돼.”
아빠가 쓴웃음을 지었어요. 며칠 후 개학식에서 나는 컴퓨터로 친구들을 만났어요.

/삽화=박태현 선생
/삽화=박태현 선생

 

“3학년 1반. 안녕하세요.”
선생님이 손을 흔들었어요. 친구들 중 낯선 얼굴이 있었어요.
“세은이는 며칠 전 전학 왔어요.”
화면 속 아이는 승강기에 같이 탔던 아이였어요. 아이는 살포시 미소 지었어요.
“얼굴 보면 반갑게 인사해.”
세은이가 말했어요.
‘또 만나면 어쩌지.’
나는 세은이 말에 대답하지 못했어요. 전부 온라인 수업으로 바뀌어 나는 거의 집에서 지냈어요. 세은이는 모니터 화면에서만 보았어요.
“가족들과 팬케이크 만들었어요.”
“도미노 쌓기요.”
친구들이 집에서 한 일을 알려주었어요.
“베란다에서 리코더 연주를 했어요.”
세은이가 리코더를 흔들며 말했어요. 어제 낮에 들리던 리코더 소리가 세은이었나 봐요.
“리코더 소리 들었어.” 나는 작게 말했어요.
“정말? 다음에 같이 연주하자.”
세은이는 활짝 웃었어요. 나는 오카리나를 들고 고개를 끄덕였어요.
“내일 음악시간에 악기 연주 어때요? 악기가 없으면 목소리랑 박수도 좋아요. 선생님이 옹달샘 악보 올려놓을게요.”
선생님이 기타를 꺼내며 말했어요. 수업 후 나는 혹시, 리코더 소리가 들리나 베란다를 기웃댔어요. 천천히 오카리나를 부는데 리코더 소리가 들려왔어요.
“세은이다.”
나는 반가워 소리치다 얼굴이 빨개졌어요. 리코더 소리를 들으며 오카리나를 불었어요. 몇 번이고 연주했어요. 신이 났어요.
- 주호야 오카리나 소리 좋다. 너랑 같이 연주하니까 재밌어.
세은이 메시지를 보며 키득키득 웃는데 투둑 빗소리가 들렸어요.
- 오늘은 이만해야겠다. 주호야 오후 잘 보내.
- 응. 창문 합주 또 해.
나는 메시지에 아쉬운 마음을 담았어요. 내일이 기다려졌어요.
다음날, 나는 일찍 온라인 수업 화면을 열었어요. 시간이 되니 친구들 얼굴이 하나둘 화면에 떴어요. 한참이 지나도 세은이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요.
“세은이가 확진이 돼서 병원에 입원했어요. 얼른 나으라고 모두 응원해요.”
선생님 말에 내 마음이 허전했어요. 음악시간도 흥나지 않았어요. 
‘세은이 아플까. 합주 하고 싶었을 텐데.’
나는 선생님을 불렀어요.
“선생님, 우리 합주 녹화해서 세은이 힘내라고 보내줘요.”
선생님은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려줬어요. 나는 어깨에 힘을 주고 오카리나를 불렀어요. 딩동, 세은이 메시지가 왔어요.
- 선생님이 합주 동영상 보내줬어. 기분 좋다.
나는 다음 메시지에 수줍어 귀까지 붉어졌어요.
- 코로나 때문에 친구 못 사귈 줄 알았어. 같이 합주해줘서 고마워. 주호야.
창문 가득 햇살이 들어왔어요. 내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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