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 컬리스 스즈키
지금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닥쳐올 어두운 미래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공장을 세우려고 숲을 파괴하거나 야생 동물들이 죽어 가는 현실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지요. 환경 보호에 무책임한 어른들을 향해 십 대 때부터 목소리를 높인 에코 히어로가 있답니다. 세번 컬리스 스즈키를 한번 만나 볼까요? 

안녕! 나는 캐나다에 사는 세번 컬리스 스즈키라고 해.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환경 운동가로 지내고 있지. 환경 운동은 열 살 때부터 했으니 30년이 넘었네. 30년 전인 1992년 6월, 리우 회의에서 연설을 한 뒤로 나는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어. ‘세상의 모든 어버이들께’라는 제목의 연설이었지. 리우 회의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환경을 주제로 열린 국제회의야. 나는 국가를 대표하는 수많은 어른들 앞에서 내 생각을 당당하게 외쳤단다. 그때 내 나이는 고작 열두 살이었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한번 들어 볼래?

아마존 밀림에 일어난 산불에 충격, 또 충격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태어났어. 환경 운동가인 아빠 덕분에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지. 우리 가족은 아빠를 따라서 브라질에 있는 아마존 밀림에 가곤 했는데, 울창한 숲과 드넓은 바다를 보는 건 정말 꿈만 같았단다. 게다가 아마존에서는 밴쿠버에 살지 않는 동물들도 흔하게 볼 수 있었어. 아빠 말씀으로는 아마존 밀림은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이 살고 있는 귀중한 보물 창고와 같대.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밀림을 이루는 나무들이 지구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지. 이는 결국 지구의 기온에 영향을 미치니 우리는 지구를 위해 아마존을 보호해야 한단다.
그런데 어느 날, 저 멀리 산불이 나는 게 보였어. 나는 깜짝 놀라 아빠에게 물었지. 그러자 아빠는 사람들이 밭을 만들거나 공장을 세우기 위해 숲에 일부러 불을 지르는 거라고 했어. 맙소사! 그럼 지구의 기후는 어떻게 되는 걸까? 밀림에 사는 동식물들은? 사람의 욕심 때문에 환경을 망가트리는 현장을 직접 보니 충격적이었어.

① 브라질 아마존 열대 우림 극동부 지역에 서식하는 검은수염사키. 현재 절멸 위급종에 속한다.
② 지난 3월 <네이처>는 아마존 열대 우림의 75% 이상이 화재와 벌목 등에서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 열대 우림이 초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어린이의 힘으로 숲을 지킬 수 있어!
이미 아마존 밀림의 1/3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절망에 빠졌지. ‘이러다가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더 나아가 나의 아이들이 사는 미래에 밀림이 남아 있을까?’ 기후 변화가 일어나고 지구의 생명들이 파괴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했어. 집에 돌아와서도 어떻게 하면 아마존의 숲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들더라. 친구들을 만나서도 아마존 산불 이야기를 했지. 그러자 단짝이었던 토브가 스웨덴의 어느 초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줬어. 코스타리카에 있는 숲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에 학교 아이들이 그 땅 일부를 사서 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막았다는 거야. 덕분에 그 땅은 ‘영원한 어린이의 숲’으로 보존되고 있대. 바로 이거다 싶더라고. 토브에게 우리도 아마존의 열대 우림을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어.

▲ 영원한 어린이의 숲.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 나무 심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 영원한 어린이의 숲.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환경 교육, 나무 심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해
나와 토브는 주변 친구들에게 환경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했어. 그중 하나가 바로 환경 단체를 만드는 것이었단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마존 밀림 파괴의 심각성과 기후 위기를 알리고 싶었거든. 또한 열대 우림을 살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도 했지. 그동안 토브와 나는 고무찰흙으로 도마뱀을 만들어 팔겠다는 계획도 세웠단다. 

 

미셸과 모건, 바네사가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 바네사가 환경 단체 이름이 뭐냐고 물었는데, 아차! 그동안 이름도 안 지었지 뭐야. 그러자 모건이 ‘에코(ECO)’가 어떻겠느냐고 말했어. 환경을 지키는 어린이 모임(Environmental Children’s Organization)의 줄임말로 말이지. 이렇게 에코는 여자 어린이 다섯 명으로 꾸려졌단다. 

우리는 리우 회의에 가야 해!
에코 회원들은 도마뱀 배지를 가슴에 달고 활동하기 시작했어. 함께 모여 환경에 대해 공부도 하고, 어떻게 기금을 모으면 좋을지 의논했지. 우리의 활동을 널리 알리고, 지구의 환경 소식을 전하기 위해 에코 소식지를 만들기도 했어. 그러자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우리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단다. 학교에서 열대 우림에 관해 발표를 해 달라는 제안이 오기도 하고, 우리에게 기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생겼지.
그러던 중 브라질에서 리우 회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어. 전 세계 185개국의 대표들이 지구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였지. 이 회의에는 여러 NGO(정부 간의 협정이 아닌 민간의 국제 협력으로 이뤄진 비정부 기구)도 참가한다고 하니, 에코도 참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우리는 리우 회의에 가기 위해 모금 운동을 더 활발히 펼쳤단다. 또 간절한 마음을 담아 신청서를 작성하고 편지도 썼어.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는지, 결국 리우 회의의 초대장을 손에 쥘 수 있었단다.

▲ 리우 회의 이후 20년 만인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Rio+20’가 개최되었다.
▲ 리우 회의 이후 20년 만인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Rio+20’가 개최되었다.


리우 회의에서 어른들에게 외치다
사람들은 리우 회의 같은 중요한 자리에 왜 어린이들이 참석하는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어. 그럴수록 나는 우리의 선택이 옳았다는 걸 느꼈지. 어른들의 선택에 따라 어린이의 미래가 달라지니 우리 에코가 어린이의 입장을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
드디어 리우 회의 연설 자리에 섰어. 많이 떨렸지만 그동안 생각해 오던 이야기를 풀어냈지. 그리고 전 세계의 대표, 기업가, 기자들 앞에서 외쳤단다. 멸종된 동물을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 사막으로 변해 버린 곳을 어떻게 푸른 숲으로 되돌릴 것인지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면, 제발 환경을 그만 망가트렸으면 좋겠다고 말이야. 어린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라고도 덧붙였지.

 

내가 이 자리에서 가장 알리고 싶었던 건, 어린이도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거였어. 환경을 비롯한 전 세계에 일어나는 일들은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이의 문제이기도 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자 살아가야 할 미래잖아. 친구들도 지금부터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게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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