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 ‘불새’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스트라빈스키는 불새를 주제로 한 발레 음악을 작곡했어요.

어느 날 밤, 사냥을 나왔다 길을 잃어버린 왕자가 마법에 걸린 정원에 들어갔어요. 왕자는 그 곳에서 황금빛 찬란한 불새를 사로잡았어요. 불새는 마법의 깃털 하나를 주면서 자기를 놓아 달라고 애원했어요. 왕자는 불새를 놓아 주었어요.
불새가 날아간 후, 왕자는 어느 공주가 시녀들과 러시아 민요에 맞춰 춤을 추며 뛰어노는 장면을 보게 되었어요. 왕자는 아름다운 공주에게 첫눈에 반해 버렸어요. 공주는 이 곳은 무서운 마법사 카체이의 정원인데 그는 사람을 보는 즉시 돌로 만들어 버리니 빨리 나가라고 말했어요.
이때, 정말로 카체이가 나타나 마법을 사용해 왕자를 돌로 만들려고 했어요. 다급해진 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불새가 준 털을 흔들었는데, 어디선가 불새가 달려와 괴물을 잠재웠어요. 
불새는 마법사의 영혼과 힘이 알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날아갔어요. 왕자가 그 알을 깨뜨리자 카체이도 죽고, 마법의 성도 사라져 버렸고, 석상들도 모두 사람으로 돌아왔어요. 

 

마법에서 깨어난 공주는 왕자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렸어요.
「불새」는 스트라빈스키의 최초의 발레 음악이자 출세작이에요. 1910년 러시아 발레단에 의해 파리에서 처음으로 공연되었어요. 당시 파리 사람들은 넋을 잃고 무대 위를 바라보았다고 해요. 화려한 무대 장치, 과감한 무용, 박력 넘치는 음악. 이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발레의 상식을 깨는 전혀 다른 세계였던 거예요. 
그런데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뉘어졌어요. 한쪽은 스트라빈스키를 독창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천재라고 하는가 하면, 한쪽에서는 사기꾼이라고 깎아 내렸지요. 
하지만 그는 이 작품으로 음악의 세계에 혁명을 일으켰어요. 현대 음악이 스트라빈스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스트라빈스키가 이 작품을 작곡했을 때 28세였어요. 젊은 나
이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셈이지요. 
「불새」는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에요. 그리고 스트라빈스키 자신도 이 작품을 매우 좋아했어요. 그래서 세 번이나 다시 편곡 작업을 했고, 평생 동안 천여 번이 넘게 이 곡을 지휘했다고 해요. 일주일에 세 번씩 매주 지휘를 한 셈이에요. 그는 「불새」를 바탕으로 3개의 모음곡을 더 작곡했어요.

 

현대 음악의 문을 연 스트라빈스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1882-1971, 러시아)

스트라빈스키는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황실 악단 소속의 베이스 가수였지요. 러시아는 음악적으로 풍부한 나라였지만 1917년의 러시아 10월 혁명 이후 많은 음악가들은 조국을 떠나야 했어요. 스트라빈스키도 그중 한 사람이었지요. 혁명이나 전쟁 따위에 관심이 없었던 스트라빈스키는 미국으로 망명했어요.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은 정말 변화무쌍해.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안하단 말야.”
사람들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다른 음악가들이 형식 하나를 붙잡고 일생을 바쳐 연구하고 곡을 쓸 동안, 그는 매일 아침 옷을 갈아 입듯이 음악 스타일을 변화시켰어요. 인상주의 음악에 몰두하는가 하면, 민족주의, 원시주의, 신고전주의 등을 고루 거쳤고, 재즈에도 손을 댔어요.
그런가 하면, 발레 음악 한 곡 속에도 몇 소절마다 박자를 바꾸어 연주자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어요. 스트라빈스키는 새로운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음악가였어요. 좀 더 새로운 화음, 새로운 리듬을 찾기 위한 여행이 그의 음악 세계였어요. 그리고 그가 새로운 작품을 쓸 때마다 음악계는 발칵 뒤집혔고, 비평가들의 주목이 모아졌어요. 
“나는 오늘을 위해서 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곡을 만들고 있소. 아무리 발이 빠른 비평가라도 나를 따라오진 못할 것이오. 나는 이 시간에도 성장하고 있는 어린애라오.”
변신의 천재인 스트라빈스키에게 사람들은 ‘카멜레온’이란 별명을 붙여 주었어요. 그의 곡은 대부분 마치 카멜레온이 몸의 색깔을 바꾸듯 박자가 자주 바뀌고 리듬의 변화가 아주 심해요. 그리고 큰 코에 부리부리한 눈을 가진 그의 생김새도 카멜레온과 비슷했어요. 또한 그는 러시아 사람이면서 프랑스 국적을 얻었고 또다시 미국 국적을 얻었어요. 결국 ‘카멜레온’이라는 별명은 그에게 아주 잘 어울리는 별명이었던 거지요. 그는 음악의 거의 모든 조류를 보여 주었어요. 이런 시도들은 현대의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어요.

 


/자료 제공=‘세상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 이야기’(유미선 글ㆍ최상훈 그림ㆍ소담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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