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해서 친한 나무

 

독일 민요에 노랫말을 붙인 노래야. 눈보라 치는 겨울에도 늘 푸른 빛을 띠는 소나무를 노래하고 있어. 애국가 2절에도 소나무가 나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하고 말이야. 이처럼 소나무는 우리하고 매우 친한 나무 중 하나야.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고, 우리나라 산과 들 어디서나 만날 수 있지.

나무 중 으뜸 나무
소나무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억 년 전쯤이라고 해. 화석을 보고 추측한 거야. 정말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한 나무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소나무 화석도 1억 년 전쯤의 것이라고 해. 그래서 나무 중의 으뜸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소나무’라는 이름도 그런 뜻을 담고 있어. 소나무는 ‘솔’이라고도 부르는데, 솔은 옛 우리말에서 우두머리나 높고 으뜸을 이르는 ‘수리’라는 말이 변한 거야. 그래서 으뜸 나무라는 뜻으로 ‘솔나무’라고 부르다가 ‘소나무’가 된 거지.

 

‘솔’이라는 옛말이 뾰족한 것을 뜻하는 말이라고 풀이하는 학자들도 있어. 소나무의 잎을 보면 바늘처럼 길고 뾰족하게 생겼잖아? 그래서 솔나무라고 했다는 거야. 
어찌 됐든 소나무 이름에 대한 두 의견 모두 소나무를 설명하는 데는 잘 맞는 거 같아. 사시사철 푸름으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한 으뜸 나무이고 또 뾰족한 잎을 가진 나무니까 말이야.

 

옛이야기

송풍과 라월의 슬픈 사랑
 

옛날 백두산 기슭에 있는 한 마을에 송풍이라는 청년과 라월이라는 처녀가 살았어.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두 사람은 보름달이 뜬 봄날 밤에 장차 부부가 되자는 언약을 맺었지.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가난했기에 살림살이는 무척 어려웠어. 그래서 마을의 부잣집에서 해마다 곡식을 빌리고 빚 독촉에 시달렸어. 마을에 가뭄이 들어 흉년이던 어느 해에 또 곡식을 빌려야 했는데, 부잣집의 맘씨 고약한 주인이 라월에게 곡식을 꾸어 줄 테니 첩으로 들어와 살라고 했어. 라월은 이미 결혼을 약속한 사람도 있고 곡식을 이용해 욕심을 채우는 당신은 나쁜 사람이라며 차라리 굶어 죽겠다며 울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지. 화가 난 부잣집 주인은 라월의 약혼자 송풍에게 지금 당장 그동안 빌려 간 곡식을 갚으라고 을러 댔어. 만약 곡식을 갚을 수 없다면 1년 동안 성을 쌓는 부역을 하러 먼 길을 떠나라고 협박을 했지. 당장 빚을 갚을 길 없는 송풍은 부역을 하러 떠날 수밖에 없었어. 떠나기 전날 밤 송풍과 라월은 결혼을 약속했던 강가에서 만나 ‘우리가 이승에서 부부가 되지 못한다면 저승에서라도 부부가 되자.’는 이야기를 하며 이별의 정을 나누었어.
송풍이 부역을 떠나고 난 뒤 부잣집 주인은 중매쟁이를 내세워 끊임없이 라월을 괴롭혔어. 그러던 어느 날 부잣집 주인은 힘센 장정들을 시켜서 라월을 잡아 오라 명령했지.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면서 말이야. 집으로 들이닥친 장정들에게 라월은 하룻밤만 기다려 달라고 애원했어. 그러고는 그날 밤 송풍과 약속을 맺었던 강가에 나가 바위 위에 물 한 그릇 떠 놓고 절을 올리면서 홀로 혼인을 맺는 의식을 치르고 강물에 몸을 던지고 말았지. 
억울하게 죽은 라월의 주검은 강물을 따라 마을 어귀를 몇 번 돌다가 강기슭에 밀려왔고, 강물도 슬피 울며 부드러운 모래와 흙으로 라월의 주검을 덮어 무덤을 만들어 주었어. 그 뒤 무덤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솟아나 자라기 시작했지. 라월이 죽은 지 3년이 지나서야 부역을 마친 송풍이 돌아왔어. 성을 쌓다 몸을 다쳐 곧바로 돌아오지 못하고 뒤늦게 온 거였어. 
고향에 돌아와 라월의 소식을 들은 송풍은 목 놓아 울며 라월의 주검이 묻힌 강가에 나갔어. 마을 사람들이 알려 준 대로 라월의 무덤을 찾아가니 그곳에는 목을 길게 빼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처럼 생긴, 키가 큰 미인송 한 그루가 자라고 있었지. 송풍은 미인송을 끌어안은 채 라월을 애타게 부르다가 붉은 피를 토하며 죽고 말았어. 
그러자 강가에서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송풍의 주검을 안아 주듯  덮더니 미인송을 휩싸며 빙빙 돌다가 하늘로 천천히 올라갔어. 그 후로 미인송은 더 크게 자랐고 가지마다 주렁주렁 솔방울이 열려 바람을 타고 소나무 씨앗이 사방으로 퍼졌어. 이 이야기는 백두산 북쪽 안도현 북흥 이도백하 마을 어귀 ‘송풍라월’이라는 미인송 숲에 전해 오는 슬픈 전설이야.

 

 

/자료 제공=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식물2’(박시화 글ㆍ채상우 그림ㆍ기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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