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앞에 ‘호’ 자가 붙는 말도 많지만 ‘양’ 자가 붙는 말도 많아. ‘양말’도 그중 하나지. 
양말이 없던 옛날에는 무엇을 신었을까? 우리 조상들은 처음에 발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보자기 같은 것으로 감싸다가 점차 발전해 버선을 만들어 신었대. 버선은 천을 발 모양과 비슷하게 만들어 종아리 아래까지 신는 것으로, 종류도 아주 다양했어. 한복에는 버선을 신어야 제멋이 나지. 하지만 양말이 들어오면서 점차 버선을 신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어.
버선은 한자로 ‘말(襪)’이라고 써. 우리나라 개화기 이후에 현대에 신는 형태의 양말이 전해지면서, 서양을 뜻하는 ‘바다 양(洋)’과 버선을 뜻하는 ‘말(襪)’이 합쳐져 ‘서양에서 들어온 버선’, ‘서양 버선’이라는 뜻의 ‘양말’이 된 거야.
이렇듯 서양에서 들어온 사물의 이름 앞에 종종 ‘양’ 자가 붙곤 해. 의외로 우리 주변에는 ‘양’이 붙은 단어들이 꽤 많아. 한번 찾아볼까?

 

우선 어른들이 입는 ‘양복’이 생각나는데, 이 말도 ‘서양에서 들어온 옷’, ‘서양 옷’이라는 뜻이야. 우리나라 전통 옷인 한복을 떠올리면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거야.
‘양잿물’도 마찬가지야. 잿물은 우리 고유의 세탁제야. 콩깍지나 짚 따위를 태운 재를 우려낸 물이지. 이 물은 알칼리성이 강해서 때나 기름기를 빼는 데 쓰곤 했어. 우리 조상들은 잿물이 옷을 빨 때 때를 잘 빼 준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역시 대단해.
이렇게 잘 사용하던 잿물도 개화기 이후 사용이 간편하고 잘 씻기는 수산화나트륨이 들어오면서 점차 사라져 갔어. 이 수산화나트륨을 ‘양잿물’이라고 부른 거야. ‘서양에서 들어온 잿물’이라는 뜻으로 말이야. 또한 ‘양재기’도 빠질 수 없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아직도 이 말을 많이 쓰는데, 양재기는 그릇을 가리키는 말이야. 한자어 ‘양자기’에서 왔어.
흙으로 구운 도자기는 매우 아름답지만 자칫 잘못하면 깨지기 일쑤인데, 서양에서 들어온 금속 그릇은 막 굴려도 깨지지 않았어. 물론 찌그러지긴 해도 말이야. 이렇게 다른 서양 그릇을 따로 ‘양자기’라고 부른 거야. 물론 서양에서 들어온 그릇, 자기라는 뜻이지. ‘양자기’가 ‘양재기’로 소리가 변한 거야.
양재기와 비슷한 말 중에 ‘양철통’도 있어. 통은 통인데 양철로 만든 통이지. ‘양은’이나 ‘양철’도 서양에서 들어온 금속이라 글자 앞에 ‘양’자가 붙은 거야.

옛이야기

이야깃주머니의 복수
옛날에 이야기를 매우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어. 그런데 이 남자는 이야기를 한번 들으면 그걸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는 게 아니라 주머니에 꼭꼭 담아서 집에 보관해 두었지. 이렇게 이야기를 담은 주머니가 쌓이자 주머니 속 이야기들은 점점 불만을 갖게 되었어. 이야기라는 것이 원래 입에서 입으로 돌아다니면서 사는 거거든. 그런데 주머니에 갇혀 있으려니 얼마나 답답했겠어. 
이야기들은 자신들을 주머니에 가둔 남자에게 복수를 하기로 했지. 남자가 곧 장가를 가는데, 가다가 길에서 꺾고 싶을 만큼 예쁜 꽃이 되고, 따먹고 싶을 만큼 맛있는 딸기가 되어서 남자를 죽이자고 말이야. 이렇게 해도 안 되면 나중에 남자가 신부에게 절할 때 화살이 되어 땅속에서 솟아오르기로 했어. 
남자가 결혼하는 날 아침이 되었어. 남자네 집에는 머슴이 하나 있었는데, 이 머슴이 계속 남자를 따라가겠다고 우기는 거야. 사실 이 머슴은 우연히 이야기들이 복수를 계획하는 걸 들었거든. 그래서 신랑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따라나서기로 한 거지. 결혼하러 가던 남자는 길을 가다가 먹음직스럽게 열린 딸기를 보고 머슴에게 따오라고 시켰어. 그러자 머슴이 바로 달려가더니 딸기를 따서 바닥에 던지고는 짓밟아 버렸지. 남자는 화가 났지만 참았어. 다시 길을 가는데 정말 예쁜 꽃이 보이는 거야. 남자는 머슴에게 꽃을 따오라고 했어. 하지만 머슴은 꽃을 꺾어서 또 발로 짓밟아 버렸지. 남자는 이번에도 참았어. 경사스러운 날에 화를 내고 싶지 않았거든. 
드디어 혼례가 시작되었고, 신랑과 신부가 맞절을 할 때가 되었어. 신랑이 신부에게 절을 하려고 허리를 굽히는데 글쎄 머슴이 신랑의 엉덩이를 확 밀어 버리는 거야! 신랑은 신부 앞에서 나자빠졌고,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이 화가 나서 외쳤어. 
“어서 저 놈을 묶어 두들겨 패라!”
그러자 머슴이 다급하게 자기가 들은 복수 계획에 대해서 말했어. 예쁜 꽃이 되고 먹음직스러운 딸기가 되고 마지막으로 화살이 되어 남자에게 복수하려던 이야기들의 계획을 말이야. 그러고는 신랑이 절을 했다면 이마가 닿았을 부분의 땅을 파 보라고 했지. 그랬더니 거기에 뾰족한 화살이 묻혀 있었어. 만약 이 화살이 튀어나왔으면 신랑은 큰 변을 당했을 거야. 
머슴 덕분에 목숨을 건진 신랑은 매우 고마워하며 노비 문서를 불태워 자유를 주었어.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되어 평생 잘 지냈다고 해. 

 


/자료 제공=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사물’(박영산 글ㆍ김윤정 그림ㆍ기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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