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소년한국일보ㆍ삼성화재가 공동 주최한 ‘제24회 전국 초ㆍ중ㆍ고등학생 백일장(후원 교육부ㆍ보건복지부ㆍKBSㆍ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에서 시, 산문, 독후감, 방송 소감문 부문의 초등부 대상에 뽑힌 4개 작품을 싣습니다. 이 수상작들을 찬찬히 읽으며 장애인을 사랑하는 마음과 글쓰기 능력을 함께 키우기 바랍니다.

 

 

따뜻한 봄날, 엄마와 함께 집 옆에 있는 연못으로 봄꽃 구경을 하러 갔어요. 분홍색 벚꽃들과 노란색 개나리꽃들이 우리에게 반갑게 인사해 주었어요.
연못 위에 떨어진 꽃잎들은 눈이 온 것처럼 아름다웠어요. 

 

엄마랑 연못 주위를 걸으면서 많은 물고기와 거북, 자라, 소금쟁이들이 연잎 속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물고기가 있었어요. 그것은 바로 피부병에 걸린 빨간 금붕어였어요. 다른 물고기들이 거의 진한 갈색이어서 그 빨간 금붕어가 더 눈에 띄었어요. 그 물고기에게는 ‘빨강이’라고 이름도 지어줬어요. 빨강이는 다른 물고기보다 느렸어요. 다른 물고기들은 엄마랑 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따라서 오는데 빨강이는 제일 앞에 있어도 뒤처졌어요. 빨강이는 피부병 때문에 꼬리도 불편해 보였어요. 그래서 힘들게 지느러미를 움직였어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조금은 느렸지만, 끝까지 저를 따라왔어요.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 행복해 보였어요. 다른 물고기들도 빨강이를 보호해 주는 것 같았어요. 빨강이가 항상 물고기 떼들 가운데 있었거든요. 엄마랑 저는 빨강이를 보면서 응원하게 되었어요. 힘들지만 열심히 헤엄치는 빨강이가 대단했어요.

김대호(포항 장성초등 1)
김대호(포항 장성초등 1)

빨강이를 보면서 도움반 친구가 생각이 났어요. 우리와는 행동이 조금 다르지만, 우리와 학교를 같이 다니고 공부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친구도 조금은 느리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연못의 물고기처럼 친구를 도와줄 거예요. 그 후로도 가족들과 가끔 빨강이를 보러 연못에 가요. 빨강이가 다른 물고기들과 오래오래 연못에서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집 근처 도서관에 장애인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그 곳에서 책도 찾아주고 함께 책도 읽으면서 봉사활동을 했다. 그때 장애가 있는 언니와 오빠를 만나게 되었다.
보기에는 장애가 있는지 몰랐지만, 종종 특이한 말과 행동을 해서 처음엔 살짝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같이 지내다 보니 성격 좋은 언니, 오빠였다. 이때 나는 알게 되었다. 장애인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오히려 언니 오빠의 꾸밈없는 미소와 마음씨는 내가 아는 누구보다 착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에서는 장애인 종식이가 나온다. 종식이의 동생 종민이는 친형이지만 장애인인 형이 싫었다. 나는 그런 종민이에게 장애인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더군다나 종민이는 가족이니 종식이 형을 더 응원해 줘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종민이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종민이의 마음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장애인 언니 오빠와 만나서 놀고 이야기도 하다 보니 장애가 있다고 보통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친한 사람과 가족의 마음은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종민이의 마음도 공감해 주고 싶다.
종식이가 장애인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는 나의 입꼬리가 쭈욱 올라가도록 기뻤다. 장애인도 각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것을 멋지게 해냈을 때는 감동과 기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에 탁월한 능력이 있으면 칭찬을 받는데 장애인이 뛰어난 능력이 있으면 사람들이 놀라곤 한다. 나는 그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종식이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이 불편한 뇌성마비 장애인이지만 글쓰기나 컴퓨터를 잘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종식이가 글쓰기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 기뻐할 일이다. 나는 그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열심히 한 종식이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최승아(안양 호원초등 4)
최승아(안양 호원초등 4)

처음 내가 장애인 언니 오빠를 만났던 도서관의 이름은 사랑이 꽃피우는 도서관이다.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햇빛과 물과 바람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하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을 읽고 나의 마음속에 꽃을 피울 수 있는 작은 씨앗이 생겼다. 나는 이 씨앗을 잊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가지면서 살아가고 싶다. 나의 마음속에 꽃씨가 자라 꽃을 피웠을 때, 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꽃씨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엄마가 가끔씩 들려주시는 엄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을 참 좋아한다. 잠들 시간 침대에 누워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내 귀는 엄마의 목소리에 쫑긋해져 잠은 저 멀리 달아나고, 머릿속에서는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옛날 엄마의 모습이 그려지곤 한다.
어느 날 들려주셨던 이야기 속의 우리 엄마는 대학생이 되어 봉사활동을 하러 가셨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모여 생활하는 곳이었다고 하는데, 그때의 우리 엄마는 솔직히 많이 겁이 나셨다고 했다. 그때까지 장애인들을 주위에서 접해보거나 직접 만나 볼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그분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막막하고 걱정이 앞섰더라며 말이다. 그렇지만 2박 3일간의 봉사활동을 끝낸 후, 그곳을 떠날 땐 괜한 걱정을 했었다며 지레 겁을 먹었던 엄마 자신이 스스로에게 많이 부끄러웠었다고, 수줍은 고백도 내게 털어놓으셨다.
우리 엄마는 병원에서 몸이 아프거나 불편한 사람들을 치료하신다. 지금의 엄마를 보면 나에게 했던 엄마의 고백이 거짓말인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평상시에도 가급적 자주 나에게 장애에 관한 영상이나 이야기를 접하게 해주시려 하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보니, 엄마는 내가 예전의 엄마처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낯선 두려움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러하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반에도 장애를 가진 친구가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두가 제각각인 반 친구들에 대해 전부 다 알지는 못했지만 사실, 그 친구는 장애가 없는 우리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평소 친구들 하나하나 관심 있게 바라보는 내 습관이 아니었더라면 그 친구가 가진 장애에 대해 지금도 모른 채 지냈을지도 모른다. 그 친구가 가진 장애에 대해 알게 되고, 처음으로 엄마에게 얘기했던 날, 엄마는 내 얘기를 귀담아들으시더니 평소와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셨다. 
“친구니까, 얼굴 보면 먼저 인사하고 잘 지내!” 엄마에게서 선생님 같은 말을 줄줄줄 들을 줄 알았는데...??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엄마의 말씀대로 노력하며 실천 중이다!
장애가 있는 친구와 함께 지내는 교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될 때가 많다.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무조건 돕거나 불필요한 친절로 오히려 친구의 마음에 불편을 줘서는 안 될 일이다.
뇌성마비라는 중증장애를 극복하고 카이스트를 졸업한 ‘박혜린’이라는 누나가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누나는 상대 친구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는 게 조심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았었는데, 우리가 장애를 가진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안녕!”이라는 인사말을 건넬 용기만 내준다면 이걸로 충분한 손길이 될 거라고 했다. 너무 쉬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우리가 먼저 내미는 인사가 그런 큰 의미가 될 수 있다니, 그래서 우리 엄마도 나에게 먼저 인사하는 친구가 되라고 하셨나 보다!
또한, 졸업을 축하하는 많은 인사를 받은 누나는 장애를 가진 어렸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한다. 힘들고 어렵기도 했던 학교생활이었지만,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가장 큰 장애였다면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 방법을 찾아보려는 긍정적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도 했다. 살면서 장애물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방법을 찾아보면 어느새 나를 가로막던 장애물이 하나씩 치워질 것이라고 밝게 웃으며 얘기하는 박혜린 누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히려 내가 누나에게서 용기를 얻고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제각각 다른 친구들이 모여 지내는 곳이 바로 학교 안 교실이다. 교실 안의 장애 또한 서로 다른 신체적 특징일 뿐이다. 우리가 친구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듯이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우리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기를 바란다.
장애ㆍ비장애인 간의 가장 자연스런 소통방법은 자주 만나고 가까이 지내는 것이라고 한다. 낯선 사람을 어렵고 두려워하는 것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와의 만남과 사귐에 있어서 낯설음이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낯설음이라는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 나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밝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가 될 것이고, 그 친구가 가진 다름을 차별이 아니라 ‘차이’라는 이름으로 바라볼 것을 약속한다.
내일은 우리 반에 그 친구와 한걸음 더 가까워진 우리들을 기대한다. 그 친구가 가진 다름과 내가 가진 다름, 또 우리 반 친구들이 가진 각각의 다름들이 골고루 섞여서 우리 반만이 만들어내는 멋진 화음은 어떨지 매우 기대가 되며 궁금해진다.

한주용(원주 버들초등 4)
한주용(원주 버들초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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