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팔아요

쓰던 물건 사고파는 벼룩시장
‘벼룩시장’이라고 들어 봤니? 온갖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곳을 말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뚝섬에서 매주 일요일에 크게 열려. 지금 모습의 청계천이 생기기 전에는 황학동 근처에 넓게 자리 잡고 있었지. 벼룩시장에서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물건까지 팔곤 하지만, 팔지 않는 게 하나 있어. 바로 벼룩이야.
벼룩도 안 파는데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은 어쩌다 생긴 걸까? 이 이름은 본래 우리나라에서 쓰던 말이 아니야. 우리나라는 쓰던 물건을 파는 시장을 ‘만물 시장’, ‘개미 시장’, ‘고물 시장’ 따위로 불렀어. 요즘에는 외국에서 들어온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재미있어서인지 대체로 벼룩시장이라고만 부르지.
벼룩시장은 프랑스 말로 중고품을 팔고 사는 시장을 부르는 ‘마흐셰 오 퓌스’를 우리말로 옮긴 거야. 뜻은 마찬가지로 ‘벼룩시장’이지. ‘마흐셰’는 시장, ‘퓌스’는 벼룩이거든. 이런 이름이 생긴 까닭은, 이곳에서 파는 물건들이 쓰던 것들이다 보니 종종 물건에 벼룩이 붙어 있기도 하고 유럽에서는 이 벼룩들로 시장 바닥에서 서커스를 하기도 했기 때문이야.

 

꼭 맞게 맞춘 물건, 안성맞춤
“안성맞춤이로세.”
쓰기에 꼭 알맞은 물건을 두고 우리는 종종 ‘안성맞춤’이라고 해. 이 말은 지명인 경기도 ‘안성’과 일정한 규격으로 물건을 미리 주문하여 만든다는 의미의 ‘맞춤’이 합쳐진 말이야.
예로부터 경기도 안성은 큰 장이 서는 고장으로 유명했어. 안성 장에는 여러 곳에서 몰려드는 질 좋은 물건이 무척 많았을 뿐더러 특히 안성에서 만드는 유기(놋그릇)는 튼튼하고 질 좋기로 아주 유명했대.
안성 유기는 파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미 만들어 둔 그릇을 장에 내다 파는 ‘장내기’이고, 다른 하나는 주문을 받아 만드는 ‘맞춤’이었어. 보통 사람들은 장에서 유기를 사다 썼지만, 양반이나 부자는 안성에서 식기나 제기를 맞추어 썼지. 주문해서 쓰면 자신이 원하는 모양대로 그릇을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이야. 이렇게 원하는 대로 꼭 맞게 맞춘 유기를 ‘안성 맞춤 유기’라고 했대. 주문한 사람들이 맞춤 그릇을 보고 무척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하기야 안성 장내기도 무척 뛰어나다는데, 안성 맞춤은 더 좋았겠지. 그래서 차츰 ‘안성맞춤’은 그릇뿐만 아니라, 다른 잘 만들어진 물건까지 일컫게 되었어. 시간이 지나면서 그 뜻이 더 넓어져서 알맞게 잘된 일이나 형편이 어떤 때에 잘 어울린다는 뜻까지 품게 되었어.

 

자주 오는 손님, 단골
어떤 가게에 자주 가면 주인과 얼굴을 익히게 되고,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단골손님이 돼. 학교 앞 떡볶이 가게에 자주 가서 인사도 잘하고 주인아주머니와 친해져 단골이 되면 아마 떡볶이를 더 많이 담아 주실걸? ‘단골’이라는 말은 우리나라 무속 신앙에서 온 말이야. 굿을 할 때마다 늘 정해 놓고 불러다 쓰는 무당을 ‘단골’이라고 해.

남의 힘을 부리는 ‘심부름’
집에서 심부름으로 가게에 물건을 사러 갔다온 적 있지? ‘심부름’은 남이 시키는 일을 해 주는 걸 말해. 심부름의 옛말은 ‘심브림’이야. ‘심브림’은 ‘심’과 ‘브림’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 ‘심’은 ‘힘’이 변한 말이야. 지금도 여러 지방에서는 ‘힘’을 ‘심’이라고도 해. 즉, ‘힘브림’이 ‘심브림’으로 변한 거지. 뒤에 붙은 ‘브림’은 요즘 말로 ‘부림’이야. ‘부리다’의 명사형인데 ‘말이나 소 또는 다른 사람을 시켜 일하게 하다.’라는 뜻이지. 따라서 ‘힘브림’, ‘심브림’은 남의 힘을 부린다는 뜻이야. 아마도 처음에는 ‘힘을 부리다.’처럼 쓰다가 한 낱말로 붙어 버린 걸 거야. ‘심브림’은 ‘심부림’으로 변했다가 결국 지금 우리가 쓰는 ‘심부름’이란 말이 된 거야. 보통 ‘부르다’라는 말과 얽힌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부리다’와 ‘힘’이 합쳐진 말이지.

▷ 속담
고양이보고 반찬 가게 지키라는 격
고양이에게 반찬 가게를 지키라면 어떻게 될까? 반찬을 다 먹어 버릴 게 뻔하지? 어떤 일이나 물건을 믿지 못할 사람에게 맡겨 놓고 마음이 놓이지 않아 걱정하는 걸 이르는 속담이야. 

젓갈 가게에 중
중(스님)은 고기나 생선 같은 걸 먹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젓갈도 먹을 수 없어. 그러니 젓갈 가게에 갈 일도 없겠지? 이 속담은 당치도 않은 일에 눈뜨는 걸 말해.

/자료 제공= ‘왜 이런 이름이 생겼을까? 사물’(박영산 글ㆍ김윤정 그림ㆍ기린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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