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언젠가 꼭’
(팻 지틀로 밀러 글, 이수지 그림ㆍ옮김, 비룡소 펴냄)

이수지 작가는 지난 4월 한국인 최초로 ‘아동문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품에 안으며 전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이 상을 받은 이후 첫 작품인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 최근 나왔다. 작품을 내놓을때마다 새롭고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작가답게 이 그림책도 다양한 입체 컷으로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의 글에 이수지 작가가 함께 호흡을 맞춰 그림을 그리고 번역까지 한 작품이다. 가장 먼저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표지부터 페이지 곳곳에 보여지는 여러 개의 구멍들이다. 컴퓨터 모니터, 작은 창문, 편지 봉투 등 포인트가 되는 그림에 뚫은 ‘다이 컷’을 통해 앞장 그림이 뒷장 그림의 일부가 되며 흥미롭게 연결되는 것. 작가의 말에 따르면 페이지에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구멍을 내서 그리운 마음을 연결했다. 

 

이 그림책은 멀리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하고 애틋해하는 할머니와 손주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는 당장 만날 수 없는 할머니에게 어린이다운 상상력(?)과 재치로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로켓과 추진기를 이용해 날아가는 그림을 그리고, 편지도 쓴다. 때로는 전화를 걸고, 모니터 화면으로 만나는 계획까지 세운다. 이렇듯 페이지 여기저기에 뚫린 구멍들은 두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확 좁히면서 그리움, 조바심, 희망, 사랑의 마음 등 서로의 감정을 전하는‘창’역할을 한다. 편지 봉투에 난 구멍에는 손주의 얼굴이 담기고, 3개의 뚫린 구멍으로는 손주와 할머니의 집 안 풍경도 엿보인다. 이전 작품들처럼 작가는 책 한가운데 제본선을 가로질러 그림을 시원하게 펼치고, 페이지 일부를 잘라 내 뒷장의 그림과 연결도 시도한다. 그리고 어떤 장면은 앞뒤가 연결되도록 과감하게 컷팅을 해 입체감을 더했다. 직접 얼굴을 보거나 손을 맞잡을 수 없어 아쉽지만 두 사람은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라며 살을 맞대어 인사할 날을 기다린다. 
책 말미에는 아이가 할머니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현실처럼 너무나도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래서 할머니 집의 현관문을 두드리며 서 있는 아이의 두근거림이 들리는 듯하다. 
이수지 작가는 자신과 외할머니의 유대관계가 이번 작품에 영향을 줬다고 고백한다. 책 맨 뒷면에 네 살 때 홍태희 할머니와 찍은 사진과 밀러 작가가 어릴 적에 조부모, 남매들과 찍은 사진을 함께 넣은 이유다. 이 작가는 “이 그림책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누린 일상의 소중함을 말한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바로 표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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