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표현한 피아노곡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밤이었어요. 쇼팽은 피아노 앞에 앉아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었어요. 결핵을 앓고 있던 쇼팽이 요양을 위해 마요르카라는 섬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지요. 
쇼팽은 절망과 고독에 지친 자신의 마음을 빗방울이 어루만져 주는 것만 같았어요. 잠시 후, 비가 멎자 처마 끝에서 낙숫물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통, 통, 통’ 
쇼팽은 마치 피아노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느낌으로 건반을 눌렀어요. 
‘통, 통, 통’ 
빗방울의 이 영롱하고 단조로운 소리는 어느새 피아노 선율로 변해서 흐르고 있었어요. 쇼팽이 이 날 작곡한 곡이 바로 「빗방울 전주곡」이에요. 지붕 위로 끊임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표현한 작품이지요. 이 곡은 모두 24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쇼팽의 전주곡집 중에서 제15번 작품이에요. 24개의 곡들은 모두 연주 시간이 1분에서 4분 정도로 길이가 짧아요. 
그러나 곡이 짧다고 미완성이라는 뜻은 아니에요. 한 곡 한 곡 충실한 악상을 담고 있어요. 쇼팽의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음악 스타일이 충분히 담겨 있는 아름다운 곡이에요. 
평생 조국을 사랑했던 쇼팽은 17곡의 「폴로네즈」와 약 58곡의 「마주르카」를 작곡했어요. 「폴로네즈」와 「마주르카」는 폴란드의 대표적인 춤곡이에요. 쇼팽은 이미 10대 때부터 폴란드 시골을 돌아다니며 사라져가는 민요를 모았어요. 그 민요를 바탕으로 폴란드 민요의 정신이 뚜렷이 들어 있는 새로운 춤곡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마주르카」와 「폴로네즈」예요. 
이 곡들에는 러시아의 침략에 대한 폴란드 국민들의 투쟁이 표현되어 있어요. 조국을 사랑했던 쇼팽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곡들이에요.

건반 위의 라이벌, 쇼팽과 리스트의 우정

 

파리에는 헝가리에서 온 리스트가 화려한 피아노 연주로 파리 청중들을 사로잡고 있었어요. 게다가 그는 얼굴도 잘 생겼고, 성격도 너그러워서 누구나 좋아하는 대스타였어요. 
쇼팽의 천재성을 한눈에 알아본 리스트는 쇼팽의 일을 헌신적으로 도와주었어요. 두 사람은 피아노 연주자로서는 라이벌이었지만, 평생 변함없는 우정을 나누었어요. 헝가리 출신의 리스트와 폴란드 출신의 쇼팽은 서로의 타향살이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기 때문이에요.

피아노의 시인 쇼팽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 폴란드)

쇼팽이 네 살 때였어요. 어린 쇼팽은 꼼짝도 않고 앉아서 누나가 치는 피아노 연주를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어요. 부모는 곧장 어린 쇼팽에게 피아노 연습을 시켰어요. 그렇게 해서 
‘제2의 모차르트’, ‘피아노의 시인’, ‘피아노의 영혼’이라 불리는 쇼팽이 탄생된 거예요. 쇼팽은 평생 20곡 이상의 피아노를 위한 왈츠를 작곡했어요. 대개 왈츠는 춤을 추기 위해 작곡된 곡이지만, 쇼팽의 왈츠는 피아노를 위한 곡이었어요. 왈츠의 리듬과 형식을 빌어 우아하고 시적인 기분이 느껴지는 피아노곡들이에요. 
쇼팽은 평생 자기가 작곡한 작품만을 연주했어요. 즉, 자신이 연주할 목적으로만 작품을 만들었던 거예요. 그는 모두 27개의 연습곡을 만들었는데, 모두 각각의 특성 있는 형식과 매력적인 
멜로디로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사랑을 받고 있어요. 쇼팽은 또 19개의 「야상곡」을 작곡했어요. 이 작품들은 대개 서정적이고 감상적인 곡들이에요. 

은 컵 속에 담긴 조국 폴란드의 흙

 

쇼팽은 20세가 되던 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로 결심하고 폴란드를 떠났어요. 고별 연주회 날, 친구들은 은 컵에 조국 폴란드의 흙을 한 줌 담아 선물했어요. 프랑스 혁명이 휩쓸고 지나간 파리에는 이미 세계의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 있었어요. 쇼팽은 이곳에서 대단한 환영을 받았어요. 그리고 리스트와 어울리며 낭만주의 음악의 찬란함을 만끽했지요. 
그러나 그는 조국 폴란드와 가족들 생각에 많이 외로워했어요. 
“내가 죽거든 반드시 이 흙을 내 몸 위에 뿌려 주오.”
결핵으로 세상을 떠나던 날, 쇼팽은 이런 유언을 남겼어요. 그리고 그의 소원대로 그의 묘 위에는 쇼팽이 은 컵에 담아왔던 그 흙, 조국 폴란드의 흙이 뿌려졌다고 해요. 

피아노는 어떤 악기일까요?
불 꺼진 극장 안. 청중들은 숨죽이고 앉아 있어요. 환한 조명이 비추고 있는 무대 위에는 육중한 검은색 피아노 한 대. 그것은 황홀하고 매혹적인 음악의 세계로 우리를 데려갈 악기예요.
피아노가 처음 나왔을 때 사람들은 깜짝 놀랐어요. 

 

“검고 네모난 상자 속에서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오다니!”
18세기 중반부터 음악의 중심이 된 피아노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초반이에요. 피아노의 건반은 모두 88개로 되어 있어요. 이것으로 7옥타브가 넘는 음역과 다양한 화성이 표현되지요. 피아노 줄은 강철과 구리를 감아 만든 선을 사용해요. 이 줄은 너무나도 강해 영화에서 사람이 공중을 나는 장면을 찍을 때 사용하기도 해요.

 

/자료 제공=‘세상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 이야기’(유미선 글ㆍ최상훈 그림ㆍ소담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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