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으뜸글]
못된 푸딩이 
박수연(충주 용산초등 4)

꽤액! 꽥 낑낑!
토리 목소리다. 토리는 푸딩이 여자친구를 만들어 주려고 아산에 가서 데려온 메추리다. 성격이 무지무지 착하다. 토리와 함께 지내는 푸딩이는 우리 가족이 키우자고 해서 알을 분양받아 부화한 메추리다. 그런데 우리 가족 중 그 누구도 푸딩이가 부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부화하기 전날 밤 습도를 맞추려고 물을 갈아주다가 그만 알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음날 엄마가 동생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때 푸딩이가 부화를 했다. 나는 너무나 놀랍고 또 신기했다. 푸딩이는 새끼일 때는 정말 작았는데, 지금은 내 주먹만 크기만큼 자랐다. 그만큼 말썽쟁이다. 아니 지금은 못된 메추리 깡패다. 심지어 얼만 전에는 토리의 목을 물어 깃털까지 뜯어 놓았다. 그래서 토리의 목이 휑하게 비어있다. 불쌍한 토리. 
요즘 토리는 비쩍비쩍 말라간다. 왜냐하면 식탐이 많은 푸딩이가 혼자서 먹을 걸 다 먹고 있기 때문이다. 밥을 다 먹고 난 다음에는 맛없는 건 토리에게 준다. 어저께 얼갈이를 주니 푸딩이 혼자서 다 먹고 있었다. 토리도 얼갈이를 좋아하는데, 욕심 많은 푸딩이는 발로 밟고 먹는다. 그러다 보니 토리는 구석에서 얼갈이 조각을 문 채 맛나게 혼자 얼갈이를 뜯는 푸딩이를 보고만 있다. 그 때문인지 토리는 일주일 전 56g에서 49g까지 빠졌다. 하루에 거의 1g씩 빠진 거다. 문제는 또 있다. 예전 집에서 먹던 밀웜도 없다. 밀웜은 엄마가 징그러워 해서 사주지 않으신다. 
그러는 사이 또 하루가 지나고 푸딩이가 토리를 물어뜯는 일이 발생했다. 나는 푸딩이를 혼내다 학교에 늦을 뻔했다. 푸딩이가 또 토리를 괴롭힐까봐 조마조마 했기 때문이다. 그날은 눈 깜빡할 사이에 1~5교시가 지나갔고 드디어 하교 시간이 되었다.
“야호, 신난다!”
하교길은 신났지만 약간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왔다. ‘내 예상이 들어맞으면 안 되는데?’하는 걱정도 잠시. 그대로 들어맞고 말았다.
‘낑낑 꽤액’ 토리가 또 다시 운다. 하지만 괴롭힌 푸딩이를 마냥 혼낼 수는 없다. 푸딩이는 세상에 하나뿐인 내 두 번째 동생이기 때문이다. 
“푸딩아, 제발 토리랑 싸우지 말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우리 집에서 잘 지내자!”
내 말을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모르겠지만 푸딩이에게 계속해서 말을 했다. 

 

심사평

메추리 키우는 일상 눈에 보이는 듯 생생히 담아
메추리는 꿩과의 철새로, 누런 갈색과 검은색의 가는 세로무늬가 있다. 몸은 병아리와 비슷하나 꽁지가 짧다. 길들여 가금(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으로 기르기도 한다. 요즘 이 메추리의 알을 부화시키는 활동을 하는 초등학교가 있다고 한다. 메추리 키우기 활동을 통해 동생을 돌보는 마음을 갖는 한편, 코로나 시대에 힘들어하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4월의 산문 으뜸글로 뽑힌 ‘못된 푸딩이’는 메추리 토리와 푸딩이의 아옹다옹 일상을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특히 토리를 못살게 구는 푸딩이가 미우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상반된 마음을 글에 잘 녹여놓았다. 이달의 어린이시 으뜸글에 오른 ‘꽃비’는 4월에 피고지는 벚꽃이 소재다. 연분홍빛 벚꽃이 피었다가 지는 모습을 ‘꽃비’로 비유한 발상이 무척이나 놀랍다.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서 있는 지은이의 모습처럼 이봄이 다 가기 전 가족과 함께 꽃비 맞으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심사위원=박상재(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ㆍ이창건(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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