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대상

제기차기 연습 
김지유(수원 황곡초등 4)


“지유야, 제기차러 가자.”
아빠가 제기를 잡으면서 말했다. 나는 투덜대면서 현관문으로 나갔다. 사실 나는 제기차기를 무척 싫어한다. 제기차기 솜씨가 별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음 주에 수행평가를 봐야 하니까 열심히 연습해야 한다. 공원에 도착했을 때쯤 아빠는 의자가 있고 그늘진 곳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저기가 좋겠네. 아빠가 잘 가르쳐줄 테니까 집중해야 돼. 알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아빠의 제기차기 실력이 보통인 것 같다. 
드디어 제기를 공중에 던졌다. 나는 아빠 옆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한 개도 차지 못했다. 아빠는 크게 웃었고, 나는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10분 뒤 아빠가 제기차기 잘 하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아빠가 말씀한 대로 발을 높게, 그리고 최대한 몸 안쪽으로 찼더니 점점 실력이 늘기 시작했다. 
한참 후, 한 개도 차지 못했던 내가 거뜬히 두 개를 찰 수 있게 됐다. 정말 뿌듯했다.
“실력도 늘었으니 우리 시합 한 번 해보지 않을래?”하고 아빠가 말했다. 
나의 기회는 다섯 번, 아빠의 기회는 두 번으로 정했다. 드디어 아빠가 먼저 제기를 들고 차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나는 아빠를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이제 내 차례였다. 자신 없었지만 그래도 이기고 싶은 욕심이 났다.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크게 들이킨 다음 제기를 던졌다. 아빠가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3개를 찬 것이다. 무척 기뻤다. 비록 시합에서 아빠를 이기지는 못했지만 새 개를 찬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이제 집에 갈 시간이다. 공원에서 한 시간 넘게 제기를 찼더니 등에 땀이 나고 다리가 아팠다. 이틀 후 갑자기 다리가 너무나 쑤셨다. 예전에 아빠가 말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정말 심하게 종아리에 알이 배기면 이틀 후에 많이 아파.”
오늘이 아빠가 말한 바로 그날인 것 같았다. 일단 나와 엄마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께서 뼈가 부러지거나 인대가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 근육이 조금 놀란 것 같다면서 다시 한 번 안심시켰다. 다리에 알이 배긴 것이 빨리 풀어지게 하기 위해 물리치료를 받았다. 파스를 다리에 바르니 후끈거렸다.
그리고 다음 날이 됐다. 제기차기 수행평가를 보는 바로 그 결전의 날이었다.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정말 긴장됐다. 나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제기를 높이 던졌다. 아빠가 가르쳐준 대로 그대로 찼다. 그랬더니 네 개나 찼다. 네 개를 차면 ‘매우 잘함’을 받을 수 있다. 하늘을 날아갈 듯처럼 기분이 좋았다.
선생님이 학급 친구들을 다 불러놓고 말씀하셨다.
“지유는 자세가 아주 안정적이고, 또 네 개를 찼으니까 매우 잘함.”
그 말을 듣자 기분이 더 좋아졌다. 몇몇 친구들도 나처럼 ‘매우 잘함’을 받았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빠와 제기차기 연습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오늘 밤에 아빠한테 감사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열심히 한 게 아까워서라도 시간날 때마다 더 연습해서 아빠를 꼭 한 번 이겨보도록 할 것이다. 나에게는 제기차기처럼 잘하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다. 책을 좀 더 빨리 읽고 싶다. 내가 생각해도 요즘 들어 책을 너무 느리게 읽는다. 제기차기처럼 열심히 연습해서 이번 방학에는 재미있는 책을 빨리빨리 읽고 싶다.          
 

수상 소감

“아빠, 함께해주셔서감사합니다”
엄마한테 최고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처음 전해 들었을 때 너무 놀란 나머지 생각나는 감탄사가 없었다. 너무 기뻐서“와!”, “우와”하는 소리만 몇 번이고 계속했다. 나는 한 가지를 시작할 때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하는 편이다. 제기차기를 할 때도 네 개만이라도 성공하자는 마음을 지니고 아빠와 함께 연습해 성공했다. 피아노와 책, 운동도 마찬가지다. 어떤 일에 도전할 때마다 아프고 힘들고 지쳤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낼 수 있었다.

김지유

 

나는 그것들이 모두 꿈을 이루는 과정의 흔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노력하고 집중하면 이뤄냈던 것처럼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시와 산문도 더 많이 쓰고 지식을 쌓아줄 책도 많이 읽을 것이다. “아빠, 제기차기 연습 저와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태어난지 백일이 지나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내 동생. “보민아! 잘 봐~! 언니가 글쓰기로 장관상을 받게 됐어”저에게 이런 큰 상을 안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어린이시

금상

곶감
김휘(강릉 율곡초등 4)
 

곶감은 햇빛과 친구예요
떫은 감이 곶감이 되려면
햇빛과 손잡아야 하거든요.

곶감은 바람과도 친구예요
늦가을밤 바람을 불러다
몸 깊은 곳의 수분을
날려 달라 하거든요.

곶감은 시간과도 친구해야 해요.
대롱대롱 매달려 참고 참으며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니까요!

이 과정을 다 거쳐야 
맛있는 곶감이 되지요.

 

 
산문

금상


‘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를 읽고
안현진(충주 국원초등 6)


나는 ‘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란 책을 한동안 읽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형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모두 *스포를 해 버려서 흥미와 호기심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이 책은 몇 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코로나 19 때문에 학교를 못가고 집에 있는 상황이 계속되자 비로소 손에 들게 되었다.
책의 줄거리부터 말하자면 초등학교 4학년인 주인공 ‘우진’이가 아빠와 갑자기 동유럽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우진이는 4학년이 되고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 문제아가 됐다. 그런데 주인공 이름이 우리 형 이름하고 똑같다. 책을 읽는 동안 좀 혼란스러웠지만 중심을 잘 잡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우리 형 우진이는 그러나 책 주인공과는 전혀 다르다. 게다가 모범생이다. 여행 중에 우진이는 석주라는 친구를 만난다. 그런데 석주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다. 우리 아빠 이름과 똑같은 석주라는 친구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 책이 나는 더욱 흥미로웠다. 결국 우진이는 석주와 아빠, 다른 여행객과 함께 동남아시아로 가게 된다. 이 지구 반바퀴 여행으로 우진이와 아빠는 서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 편견의 벽을 넘어 관계를 회복해 간다. 
책을 읽고나니 지난 번 가족 여행을 하려다가 코로나19로 취소된 대만 여행이 떠올랐다. 우리 아빠는 주인공 아빠처럼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나와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다. 시간이 많은 책 속 아빠와,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자상하고 잘 놀아주는 아빠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자상한 아빠를 택할 것이다.
우리 아빠는 평소에 내가 망가트린 물건도 뚝딱하고 고쳐주신다. 그 때문에 우리 가족에게는, 특히 나에게는 없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존재다. 내가 망가뜨린 물건이 수 없이 많은데도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맥가이버처럼 솜씨 좋은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취소된 대만 여행을 아빠랑 꼭 가고 싶다. 
6학년이 되었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슬프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전 세계 어린이들이 비슷한 상황에서 이렇게 지내고 있다. 그런 가운데 6학년을 알차게 보내고 싶다는 다짐을 해 본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부모님은 자녀를 위해 많이 참고 노력한다는 것을 새삼스레 알게 됐다. 생각해보니까 우리 아빠도 내가 고집을 부리면 차분히 잘 이해시켜주셨다. 
요즘 들어 살이 빠지고 힘들어 보이는 아빠의 어깨를 시원하게 안마해드려야겠다. 이때 아빠가 곁에 계셔서 든든하다는 우진이와 석주처럼 나도 그렇다고 말해야지.
*스포: 스포일러(spoiler)의 줄임말. 영화나 책 따위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에게 주요 내용, 특히 결말을 미리 알려서 보는 재미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람이나 그런 행동을 뜻함.
 

심사평

지난 1년간의 으뜸글 중 최고상인 대상 작품을 고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더 꼼꼼하게 글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 결과 ‘제기차기 연습’이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우선 아빠와 함께 제기차기 연습을 하고 수행평가를 하는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여기에 군더더기 없는 문장 실력을 높이 샀다. 
금상에 오른 ‘버럭 아빠와 지구 반바퀴를 읽고’는 문제아인 우진이가 새 친구 석주, 아빠와 지구 반바퀴 여행을 하게 되면서 어떻게 타인에게 다가갈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줄거리를 잘 요약했을 뿐 아니라 책을 읽은 뒤 감상도 잘 드러난다. 또 다른 금상인‘곶감’도 좋은 작품이다.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것이 이 글의 매력이다. 수상자 3명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글을 보내 준 응모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심사위원=이창건(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장)ㆍ전병호(전 동시문학회 회장)ㆍ서원극(소년한국일보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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