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남산초등 송명원 교사, 제자들 작품 모아 동시집‘ 나는 팝콘이에요’ 펴내

송명원 교사

시골 작은 분교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의 익살과 재치가 그대로 드러나는 시가 있다. 그런가 하면 언제 시작했냐 싶게 금세 끝나는 몇 줄자리 시도 담겼다. 엄마 잔소리를 듣는 순간을 ‘팝콘’으로 표현한 뛰어난 관찰력과 천진스러운 상상력이 고스란히 묻어 있기도 하다. 최근 나온 어린이시집‘나는 팝콘이에요(열린어린이 펴냄)’이야기다. 이 동시집은 영주 남산초등 송명원 교사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봄까지 자신이 가르쳐 온 봉화와 영주 지역 1~4학년 49명의 어린이들 작품 91편을 모아 발간했다. 

시인인 송 교사는 2004년 경북 봉화군 도촌초등학교에 부임하면서 어린이들에게 글을 지도하고 해마다 문집을 펴냈다. 그러다가 2010년부터 봉화군 남희룡ㆍ북지ㆍ수식분교 등에서 담임을 맡은 학급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번에 나온 시집에는 봉화 물야와 내성초등, 영주동부와 남산초등 어린이들 시가 감나무의 감처럼 주렁주렁 열렸다.

 

 

“학원아,/ 한마디만 할게// 서울 아이들은/ 학원 가려고/ 줄서서 기다리기도 한다던데// 짐 싸서/ 네 인기가 많은/ 서울로 가면 안 될까?// 너 때문에/ 내가 힘들다.”

-‘학원’전문, 김나현(남산초등 4)

 

가기 싫은 학원을 저 멀리 서울로 보내려는 이 시와 함께 이행시 형식을 빌려 쓴 ‘숙제’도 통통 튀는 나현 양을 빼닮은 시다. 
그런가 하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버스 운전을 못하게 된 ‘아빠가 일이 없다(남산 4 김승민)’를 읽다 보면 절로 눈물이 핑 돈다. 꾸리꾸리한 은행 냄새의 숨겨진 비밀을 밝혀낸 ‘은행’(내성 2 홍수원), 계란 삶는 뜨거운 냄비 속 ‘돌돌돌돌’소리의 정체를 알게 된 ‘계란 삶기’(영주동부 2 송지언)’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생생히 전한다.
교실의 풍경이 선명하게 눈에 그려지는 시도 있다.

 

“한명이 선생님께 혼났다/“야, 똑바로 앉아!”// 우리 반 여기저기서/ 의자 움직이는 소리로/ 가득찼다.”

-‘공감’전문, 석혜린(남산 4)

 

직접 힘들게 농사지은 자두를 봉화 5일장에서 파는 ‘자두 팔기’(물야 4 황초원), 고기는 사지 않고 시식만 하고 가는 손님들이 미운 ‘텅 빈 고기 그릇’(소천 4 장현빈)에도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시집에 ‘우리 엄마’작품이 실린 이하람(남산 3) 어린이는 “시를 배우면서 주변의 사소한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소중하게 느끼는 마음을 갖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송명원 교사는 “이 시집은 어린이와 시가 함께 뛰노는 신나는 놀이터에요. 어린이들의 말과 생각과 행동이 담긴 글을 꼼꼼히 읽어주면 더 기쁘겠어요.”라며, “앞으로도 어린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행복해지는 시 지도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활짝 웃었다.


우리 엄마
이하람(남산 3)

나는 팝콘이에요
엄마가 잔소리 할 때마다
팝콘처럼 팡팡 튀어요
팝콘처럼 팡팡 튀다가
개미처럼 작아져서
잔소리를 피해
쥐구멍에 숨고 싶어요

 


내 책가방은 무겁다
송민성(영주동부 2)

딱지, 팽이, 메카니멀
선생님이 주신 사탕
운동장에서 주운 돌멩이
문방구에서 뽑기 한 장난감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 그려진 과자 봉지

책가방 안에 
책보다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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