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오랑이 바다로 나간 이유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선생님의 추억이 담긴 식재료를 소개하려고 해. 
김부각, 김구이, 김자반, 김국, 김밥, 김 장아찌, 김무침은 밥상에 자주 오르는 반찬인데 이 요리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모두 김이 들어간 음식이라는 거지. 김은 바다의 암초에 붙어 이끼처럼 자라는 것으로 이것을 넓은 곳에 평평하게 말린 후 사각형으로 잘라서 먹는 음식이야. 김에 기름을 발라 구우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지.
김을 지칭하는 말로는 청태, 감태, 해우, 해의, 해태가 있어. 김은 한국과 일본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식재료야. 김은 『삼국유사』의 연오랑과 세오녀 일화에 처음 등장했어. 그렇다면 언제부터 오늘날처럼 말려서 먹었을까? 1640년 조선 시대에 김여익이란 사람이 섬진강 하구에 위치한 배알도를 거닐다가 밤나무 가지에 붙어 있는 해조류를 발견했어. 이후 김여익은 소나무와 밤나무 가지를 이용해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조류를 볕에 말려 먹었지. 말린 김은 바삭하게 씹히는 맛이 좋아 임금의 밥상에 올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어.

 

당시 임금이었던 인조는 검은색에 초록빛이 도는 종이 같은 것이 맛있다며 신하에게 음식의 이름을 물었어. 그러자 신하가 이름은 알 수 없으나 광양에 사는 김여익이 바친 음식이라고 했어. 인조는 이 음식을 김여익의 성을 따 ‘김’이라 부르라고 했대.

어부가 먹었던 음식 ‘충무김밥’
“엄마 안 졸려?”
화장실을 다녀온 선이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이끌려 주방으로 향했다. 벽에 걸린 시계가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할머니 어릴 때도 김밥이 있었어요?”
“그땐 김이 귀했어. 단무지, 햄, 소시지도 비싼 재료라 김밥보다는 주먹밥을 많이 먹었지. 가만있어 보자. 정월 대보름인가? 그날 먹은 복쌈이 김밥의 기원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맞나?”
할머니가 엄마에게 물었다.
“맞아요, 어머니. ‘복을 싸서 먹는다’라는 의미로 정월 대보름에 먹던 복쌈이 기원이에요.” 
“엄마, 요즘도 복쌈을 먹어?”
“지금은 복쌈보다는 김밥이지. 취나물이나 배추로 찰밥이나 오곡밥을 싸 먹던 복쌈이 김이 생산되면서 김에 밥을 싸서 먹게 되었지. 선이 충무김밥 먹어 본 적 있지?”
“충무김밥? 들어 본 것 같긴 한데…….”
선이가 기억을 더듬자 할머니가 나섰다. 
“손가락 마디만 한 김밥 있잖아. 김에 밥만 있고 오징어랑 무를 곁들여 먹는 거.”
할머니 말에 기억이 난 듯 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무김밥은 할미가 잘 알지. 충무김밥은 충무에서 만들어 먹던 김밥이었어. 충무는 통영시의 옛 지명이야. 이순신하면 떠오르는 전쟁 있지?”
“임진왜란이요?”
“그래, 충무는 임진왜란 때 수군을 지휘했던 삼도 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의 시호인 충무공에서 비롯됐어. 해방 이후 충무항에 살던 부부가 있었는데 어부였던 남편을 위해 아내가 만든 음식이 충무김밥이야.”
“어부가 먹었던 음식이라고요?”
“그렇지, 어부들은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을 때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거든. 배에서 밥 먹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야.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배고픔을 술로 달래자 아내가 김에 밥을 말았고 양념한 오징어나 꼴뚜기, 무김치를 따로 담았어. 젓가락 대신 꼬챙이를 주었지. 이렇게 따로 싼 밥과 반찬은 여름에도 쉽게 상하지 않았어. 꼬챙이로 찍어 먹으니 편했고 맛도 좋아 든든한 한 끼로 안성맞춤이었어. 이후 충무김밥은 충무를 대표하는 음식이 된 거야.”
“충무김밥은 사랑입니다.”
선이의 말에 할머니와 엄마가 웃었다. 엄마가 말을 이었다. 
“충무김밥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국풍81이라는 행사 때문이었어. 국풍81은 1981년 5월에 여의도 광장에서 열린 행사를 말해. 이때 향토 음식 전시회가 열렸는데 전시회를 통해 선보인 음식들이 텔레비전과 신문에 보도되면서 충무김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어.”
“엄마, 우리도 충무김밥 만들어서 바닷가 가자. 나도 배에서 충무김밥 먹어 보고 싶단 말이야.”
엄마와 할머니는 선이가 귀여운 듯 미소 지었다.

 

 

/자료 제공= ‘역사로 보는 음식의 세계’(이은정 글ㆍ강영지 그림ㆍ크레용하우스 펴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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