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으로 세상을 물들이다

비단길의 첫 발걸음을 연 장건
‘노마드(Nomad)’라는 말이 있어. ‘유목민’을 지칭하지만 ‘이동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지니고 있지. 인류의 역사는 이동의 역사였어. 이동을 통해 인간의 발자취가 남겨진 가장 확실한 흔적, 바로 ‘길’이 만들어졌지. 그중 비단길(Silk Road)은 세계사에서 가장 위대한 길로 평가받고 있어. 동서양의 상품 무역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등을 이어 준 길이었거든. 
기원전 2세기, 중국 한나라 장건은 왕의 명을 받아 월지(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지역)라는 나라를 찾아 길을 나섰어. 월지와 동맹을 맺어 골칫거리인 흉노를 제압할 목적이었지. 가는 도중 흉노에게 잡혀 10여 년간 억류를 당하기도 했지. 월지 왕은 동맹 제안을 거절했어. 협상에 실패한 장건은 귀국길에 올랐고, 고국을 떠난 지 13년 만에 돌아왔어. 장건이 월지를 찾아 내딛었던 첫걸음은 훗날 세계사에 길이 남는 비단길로 탄생하게 되었고, 그는 실크로드의 개척자로 역사에 기록되었어. 독일 지리학자인 리히트호펜은 중국의 대표 교역품이었던 ‘비단’에서 이름을 따와 그 길을 ‘실크로드’라고 불렀어. 실크로드의 길이는 7천 킬로미터가 훨씬 넘어. 중국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와 터키의 이스탄불을 거쳐 로마에 이르는 대장정이었지.

비단의 비밀을 파헤쳐라 
기원전 3천 년경부터 사용되었다고 전해지는 비단은 중국 최고의 상품이었어. 비단은 로마에서 금과 같은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서양 상인들은 비단을 얻기 위해 티베트를 거치는 험난한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어.

누에
누에

 

중국은 비단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누에고치가 해외로 나가는 것도 철저하게 막았지. 
동로마 제국의 황제 유스티니아누스는 비단이 페르시아를 거쳐 수입되는 것이 못마땅했어. 자신의 왕국에서 직접 비단을 만들기를 원했어. 두 명의 수사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 두 사람은 중국으로 들어가 몰래 그 비밀을 캐내기 시작했어. 누에고치가 비단을 만드는 원료임을 알아냈지. 고민 끝에 속이 빈 대나무 지팡이에 누에고치를 숨기고, 누에고치가 죽지 않도록 똥 속에 묻어서 콘스탄티노플로 가져왔어.

누에고치
누에고치

 

다행히 누에고치는 죽지 않고 부화에 성공했어. 그토록 원했던 비단을 유럽에서도 만들 수 있게 된 거야.
 

송나라 무역의 중심이 된 바닷길 
8세기에 해상 실크로드라 불리는 바닷길이 열렸어. 이슬람 제국과 중국은 바닷길을 통해 많은 교역을 했지. 이슬람 상인들 교역품 중에는 도자기가 포함되어 있었어. 하지만 깨지기 쉬운 물건이기에 안전하게 다루어야 했지. 육로보다는 바닷길이 더 안전했어. 배로는 물건을 많이 옮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지. 중국 상인들은 돛이 여러 개 달린 정크 선을 이용해 아라비아까지 도자기를 옮겼는데,

 

당시 도자기는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전해질 만큼 인기가 좋았어. 그래서 중국 상인들은 바닷길을 ‘도자기 길’이라고도 불렀지. 

실크로드의 쇠퇴

뵈트거가 만든 붉은 자기
뵈트거가 만든 붉은 자기

 

실크로드의 쇠퇴는 중국의 대표 수출품이었던 비단, 도자기와 관련이 있어. 6세기 무렵, 비단의 생산 비밀이 널리 퍼져 유럽에서 비단을 직접 생산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야. 도자기도 마찬가지였어. 1644년, 명나라가 청나라에 망하면서 도자기 생산이 잠시 중단되자 바닷길을 통한 무역도 주춤했어.

1900년경 마이센 자기
1900년경 마이센 자기

 

게다가 1709년부터 독일의 뵈트거가 유럽 최초로 도자기를 대량으로 만들면서 큰 명성을 떨쳤어. 유럽 최초로 자기를 구워 낸 작업장의 이름을 따 ‘마이센 자기’라고 불렀지. 
 

초원길을 이용한 몽골 제국 
실크로드가 다시 부활한 건 13-14세기를 지배했던 몽골 제국이 등장하면서부터야. 몽골 제국은 유목 민족이었어. 몽골의 기마 부대는 엄청난 속도로 유라시아 대륙을 휩쓸었어. 초원길은 몽골 제국의 동쪽과 서쪽을 연결하는 통로였지만 1368년에 몽골 제국이 쇠퇴하면서 실크로드도 점점 쇠퇴의 길에 접어들었어. 장건이 걸어갔던 길, 몽골 제국이 말을 달리던 초원길은 무역로의 기능을 잃어버렸고, 중계 무역을 하던 나라와 도시들은 사막의 모래에 뒤덮여 사라져 갔어. 하지만 바닷길은 16세기 대탐험의 시대에도 살아 있었어. 이탈리아인 마르코 폴로가 17년 동안 중국에 머물며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여행기인 <<동방견문록>>은 서양인들에게 동방에 대한 궁금증을 한층 높여 주는 계기가 되었어. 

 

/‘상품 속 세계사’(심중수 글ㆍ이현정 그림ㆍ봄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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