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가 아니라 곶게였대!
친구들 안녕! 오늘의 식재료는 게야. 게는 중국과 조선의 선비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었어. 『고려도경』에는 고려의 가난한 백성들이 먹을 것이 없어 해산물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이 책에는 고려 백성들이 주로 게ㆍ전복ㆍ왕새우 등의 해산물을 먹었고, 꽃게탕을 별미로 즐겼다고 적혀 있어.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또 다른 게 요리가 게장이야. 간장게장은 한약재를 넣고 끓인 간장에 게를 삭힌 음식이지. 게장 하나면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운다고 해서 밥도둑이라고 불려. 그런데 말이지, 서해에서 주로 잡히는 꽃게가 원래는 ‘곶게’였대. 곶은 꼬챙이의 옛말로 육지에서 바다를 향해 꼬챙이처럼 돌출해 나온 부분을 뜻하는데, 곶게라 불린 이유는 꽃게의 생김새 때문이야. 진회색의 등껍질에 짧은 다리와 날카로운 집게발을 가진 게는 등껍질 양쪽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가시 모양을 이루고 있거든. 그렇다면 ‘곶게’가 어떻게 꽃게가 되었을까? 곶게를 요리하면 붉은색으로 변해 꽃게가 되었을 거라는 설과 날카로운 가시가 많다는 의미의 ‘가시게’가 시간이 지나면서 꽃게가 되었을 거라는 설이 있어. 

'영조' 게장으로 경종을 독살했다?

할머니는 핼쑥해진 선이에게 입맛이 돌 만한 음식이 필요하다며 엄마를 채근했다.
“엄마, 감도 먹고 싶은데 이따 사다 줄 수 있어?”
“에구, 게장이랑 감은 상극이다. 같이 먹으면 절대 안 돼! 명나라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강목』에는 게와 감을 함께 먹으면 복통과 설사가 난다고 되어 있어. 더욱이 영조는 게장과 감으로 형을 독살하고 임금이 되었다는 꼬리표로 재위 내내 곤혹을 치렀어.”
“영조의 형이라면…….”
선이가 손가락을 꼽으며 태정태세를 중얼거리다가 “경, 경종?”이라고 했다.
“맞아, 숙종과 장옥정의 아들이지.”
“할머니도 경종 이야기 알아요?”
선이가 묻자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냄비에 간장을 부었다.
“알다마다. 경종은 조선의 19대 임금이었던 숙종의 아들이었어. 숙종은 장옥정의 아름다움에 빠져 장옥정을 자신의 후궁으로 삼았어. 그러나 숙종의 어머니는 장옥정을 좋아하지 않았어.장옥정의 성품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들며 궁에서 내쫓기까지 했지. 이후 서인이었던 민유중의 딸을 중전으로 들였는데 바로 인현왕후야. 어진 성품이었던 인현왕후는 숙종이 장옥정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고 그녀를 궁으로 불러들였어. 그게 불행의 씨앗이라는 것도 모른 체 말이지. 장옥정은 숙종의 총애를 받으며 왕자 윤을 낳았고 숙종은 윤을 세자로 삼으려 했어. 그러자 노론의 신하들이 반대했어. 노론의 상소가 빗발치자 숙종은 노론의 신하들을 귀양 보내고 조정의 관리를 남인으로 바꿔 버렸어. 그러고는 장옥정을 희빈으로 승격시키고 윤을 세자로 책봉했지. 또한 인현왕후가 아들을 낳은 장희빈을 질투한다는 거짓 소문에 속아 인현왕후를 폐위시켰어.”
그 사이 마트에서 돌아온 엄마가 할머니와 함께 흐르는 물에 게를 깨끗이 씻었다. 
“장희빈은 그러나 그토록 원했던 왕후의 자리에 오래 머물지 못했어. 왕후로서의 자질과 덕이 부족한 데다 질투가 심했거든.”
이후 숙종은 남인들을 유배 보내고 서인들을 등용하는 정책을 펼쳤어. 그러고는 인현왕후를 다시 궁궐로 들였지.”
선이가 “와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를 쳤다.
“그런데 인현왕후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어. 다시 왕후가 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거든. 인현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슬픔에 잠겨 있던 숙종은 장희빈의 처소에서 인현왕후를 저주하는 도구들을 보게 됐어.”
“인현왕후의 침소에 죽은 새와 쥐 등을 묻어 저주했던 일까지 밝혀지자 숙종은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렸어. 장희빈이 죽고 숙종이 세자 윤을 멀리하자 노론은 최숙원이 낳은 아들인 연
잉군을 왕으로 올리려 했어. 한동안 정치와 멀어져 있던 노론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지. 그러나 노론의 방해에도 윤은 무사히 왕위에 올라 조선의 20대 임금인 경종이 되었어.”

 

“경종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음식이 게장이었어. 아무리 입맛이 없어도 게장에는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고 해.”
할머니가 알맞게 식은 간장을 게를 담은 통에 부었다. 
“그런데 어느 날, 경종이 심한 복통을 일으켰어. 어의들은 경종이 먹은 게장과 감이 문제라고 했지. 게장과 감은 한의학에서 함께 먹어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분류한다면서 말이야. 결국 경종은 1724년 8월 25일 승하하고 말았어.”
“그럼 연잉군은 어떻게 됐어?”
“경종이 죽자 연잉군이 조선의 21대 임금인 영조로 등극했어. 영조가 왕위에 올랐음에도 게장과 감으로 형을 죽였다는 소문은 가라앉지 않았어. 그리고 이 소문은 영조의 왕권까지 위협했지.”
“엄마, 그런데 정말 게장과 감을 같이 먹으면 죽어?”
“꼭 그런 건 아니야. 게와 감이 만나면 몸에 좋지 않지만 이것이 경종이 죽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어. 경종이 건강했다면 다를 수 있다는 주장도 있거든.”
이번에는 할머니가 나섰다. 
“경종이 식중독으로 죽었다고 하는 이들도 있어. 연잉군이 경종의 수라상에 간장게장을 올린 시기가 8월인데, 조선 시대에는 냉장고가 없어 게장은 여름에 피하는 음식이었거든. 때문에 영조가 경종의 죽음에 일조를 했으나 영조는 형을 위해 게장을 올렸을 뿐 죽이려 했다는 건 지나치다는 거지.”
선이는 간장을 손가락으로 찍어 입에 댔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에 그런 끔찍한 사연이 있다니…….”
선이는 간장을 다시 찍어 먹으며 말했다.
“게장이랑 감은 같이 먹지 말아야지.”
선이의 말을 듣고 있던 엄마와 할머니가 마주 보며 웃었다.

 

/자료 제공= ‘역사로 보는 음식의 세계’(이은정 글ㆍ강영지 그림ㆍ크레용하우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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