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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
  • 크리스털 D. 자일스 (옮김 : 김루시아)
  • 그림
  • 발행일 2022-07-23
  • 페이지 300쪽
  • 판형 137×208mm
  • 가격 15,000
  • 출판사 초록개구리

  • 시리즈
  • 연령

책소개

어른들은 몰라요, 우리도 다 안다는 걸!
서울 경리단길 이름을 딴 ‘망리단길’, 경주 ‘황리단길’, 수원 ‘행리단길’은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빈다. 사진 찍기 좋은
곳, 맛집이 많은 곳, 나들이하기 좋은 곳으로 이름나 일부러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러
가기 좋은 곳이 살기 좋은 곳은 아닐 터, 조용하던 동네가 이른바 ‘뜨는 거리’가 되는 동안 누군가는 정든 고향을
떠나야만 했을 것이다.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는 질문을 던진다. 동네를 재개발한다는 건 무슨 뜻일까? 다른 동네로 이사하는 것이
왜 안 좋은 일일까? 책 속의 아이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낸다. 어른들이 끝내 아이들에게 감추고 싶어 하는 것,
부동산과 재개발. 그 어렵고도 속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태어나 자라 지금껏 가장
친한 친구들과 뛰놀았고,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웠고, 수없이 숨바꼭질한 추억이 있는 동네를 억지로 떠나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이들도 알기 때문이다.

우리 동네를 접수하겠다고?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는 오래된 동네가 재개발되거나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원래 살던 사람들이 내몰리게 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을 주제로 한 동화다. 주인공 웨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초등학교 6학년에 해당하는 나이다.
한창 멋 부리며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때다. 그 또래가 흔히 그렇듯 사회 문제도 관심이 없다. 다른 점이 있다면,
동네일에 발 벗고 나서는 엄마를 두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생일날에도 엄마 손에 이끌려 시위에 나서게 된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워하는 웨스에게 시위라니. 사실 웨스는 맨 뒤에 대충 서 있다 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웨스와 가장 친한 동네 형이 살던 곳이 아닌가. 형은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모텔에서 임시로 살고
있고, 아직 남은 사람들을 위해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재개발을 막으려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개발 회사는 웨스네 집과 동네에도 찾아온다. 많은 돈을 받고 이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 동네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들로 나뉘어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까지 서로 싸우기 시작한다. 지금껏
웨스는 사회 문제는 자기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 회사가 올해 말까지 웨스네 동네를
접수하겠다고 하자, 누구에게나 언제든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 보겠다는 선명한 마음
퍼즐 맞추는 재주가 뛰어난 웨스는 생각한다. 모든 조각이 정확하고 완벽하게 들어맞는 퍼즐처럼, 친구들이 힘을
합친다면 동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발음조차 낯선 젠트리피케이션은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처럼
느껴지지만, 친구들과 똘똘 뭉친다면 동네를 지킬 수 있지 않을까?
동네를 지키고 이사하지 않을 방법을 찾는 사이, 웨스는 달라진 자신도 발견한다. 귀찮게만 여겼던 사회 문제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알게 되고, 그동안 외면했던 친구의 아픔을 돌아보게 되고, 이웃의 웃음소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예전에는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조차 벌벌 떨었지만,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발표를 멈출 수 없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웨스의 목소리는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웨스는 결국 동네가 달라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변화의 물결을 동네 사람들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가능했다. 그 과정에서 웨스가 보여 준 끈기와 용기는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아이들 시선에서 본 사회 정의는
어쩌면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을 위해 내 힘으로 무언가를 해 보겠다는 아주 선명한 마음일지도 모른다.

스스로 찾는 세상과의 연결 고리
아이들의 사회 참여는 어렵고 먼일이 아니다. 이웃의 역사와 추억이 서린 동네를 지키려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던 웨스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과의 연결 고리를 발견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책 속에 담긴 웨스의 시간은 기나긴 웨스의 일생 중 일부분일 뿐이다. 고등학생이 된 웨스는 이제 더는 엄마의 시위에 따라나서지 않을지도, 비디오게임은 시시하다며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여름, 푹푹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다섯 친구와 팔짱을 끼고 동네를 지키려 했던 기억은 아주 오래도록 웨스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기억은 먼 훗날 대학 입시에서 미끄러진 웨스를 위로할지도 모르고, 첫 직장 상사에게 몹시 크게 혼이 난 웨스를 토닥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 번 스스로 성취한 경험이 있는 아이의 마음에는 근육이 생긴다. 마음의 근육은 없어지지 않고 몸과 함께 자라서, 어른이 된 웨스를 지켜줄 것이다. 웨스네 동네 이야기는 이 책에서 끝나지만, 이 책이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린이 독자들의 마음에서 다시 피어날 것이다. “여러분도 저처럼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어요. 얼마든지요!”라고 말하는 웨스의 목소리가 분명, 어린이 독자들에게 가닿을 테니까.

책을 덮고 다시 피어나는 이야기
마치 실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은 미국 아동 문학계가 주목하는 신인 작가 크리스털 D. 자일스의 첫 작품이다. 작가는 뉴욕 할렘을 찾았을 때를 잊을 수 없었다. 개성 있는 흑인 문화와 역사를 도시 밖으로 몰아내는 젠트리피케이션이 할렘은 물론이고 작가가 사는 동네에도 일어나고 있다는 슬픈 깨달음을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책을 쓰는 동기가 된다. 이 책의 인물, 사건, 배경 등은 허구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언제든 우리가 사는 동네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만큼은 자명한 일이다. 이름난 거리가 되면 자본가들이 모여들고, 이는 곧 임대료 상승을 불러온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큰돈을 받고 집을 팔거나,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떠난다. 쫓겨나는 사람들 쪽에서 보면 동네가 유명해지는 것은 좋지 않은 일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이나 새로 그 동네에 정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일이 아닐까? 젠트리피케이션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그 답을 어린이 독자들이 스스로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아이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자본주의 속도에 휩쓸리기보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이 책을 건네주시기를. 어린이의 사회 참여나 시민 의식을 주제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선생님들과 어른들에게도 이 책을 권한다.

저자소개

크리스털 D. 자일스 | 어렸을 때 가장 좋아한 곳 중 하나는 도서관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내내 많은 이야기를 썼고, 그 이야기로 형제자매와 연극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어른이 되어 회계 분야에서 일했지만, 매일 밤 아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동안 자신의 내면과 상상 속에 숨은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우리가 여기 먼저 살았다》는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지금은 남편, 아들과 함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지내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www.chrystaldgiles.com

옮김 김루시아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불문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학 대학 (SOAS, University of London)에서 번역학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옮긴 책으로는 《매기와 초콜릿 전쟁》, 《불평 없이 살아보기》, 《안젤라의 재》, 《그렇군요》, 《열세 살의 타임슬립》 등이 있습니다.